앞으로 2년동안 같이 생활하게 될 우리 learning team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 출신 국가, 출신 배경, 종교, 사상이 다른 사람들이 모였는데 갈등이 왜 없겠는가? 모든 learning team들이 출발은 굉장히 좋다. 모두에게 nice하며, 서로에 대해서 조금 더 배워보려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같이 술도 마시고…많은 사교 활동을 하지만, 막상 학교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인생이 바빠지면서 스트레스를 받고…그룹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학업을 같이 하다보면 반드시 충돌이 생기게 마련이다. 심지어는 2년 동안 완전히 원수같이 지내는 팀들도 가끔씩 있으며, 더 친해지라고 만들어 놓은 learning team이 의도하였던 거와는 완전히 반대로 communication은 저해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들었다. 우리 팀을 내가 평가하자면 100점 만점에 77점 정도를 주겠다. 우리는 큰 의견 충돌은 거의 없지만, 그 이유는 서로가 너무 diplomatic 하기 때문인거 같다. 조금 더 각자에게 솔직하게 하고 싶은 말을 더 해도 될거 같은데 아직까지 그 정도로 몇몇 멤버들은 친하지가 않은거 같다.
Q1이 끝나면 learning team이 서로에 대해서 평가를 해야 한다. 그냥 점수를 주는거에서 끝나지 않으며, 이 평가를 바탕으로 한 자리에 모여서 각자에 대해서 open feedback을 주는 learning team feedback 세션이 와튼의 core 과목 중 하나이다. 약 3시간 동안 – 어떻게 보면 재미있을거 같지만, 실제로 해보면 아주 어색하고 거북하다…남을 평가하는거…그것도 상대방의 면전에서…그리고 나와 그 사람만 있는게 아니라 전 팀원 앞에서 – intensive한 세션이 진행되는데 그걸 바로 오늘 저녁에 했다. 나는 나름대로 이런 문화에 익숙하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해보니까 굉장히 힘들었다. 실은 땀이 삐질삐질 나더라. 남에 대해서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 좋은 feedback은 듣는 사람이 더 기분 좋게 encourage 해주고, 나쁜 feedback은 솔직하지만 듣는 사람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하면서 동시에 그 나쁜점을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는지에 대한 해결책 까지 제시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으며, 직장에서 매니저들이 부하직원들을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각 팀원에 대해서 좋은 점 2가지, 고쳐야 할 점 1가지에 대해서 굉장히 깊게 토론하였는데 우리 팀원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다음과 같다.
- Julia Fu – Julia는 미국계 중국인이라서 그런지 같은 아시아인으로써 친근감이 많이 간다. 남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본인의 의견을 잘 말해서 어리지만 배울점이 많은 친구이다. 한가지 단점은 너무나 poker face라는 점이다. 약간 새침떼기라고나 할까, 하여튼 정확하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 Brian Gornick – Brian은 확실히 나랑 많은 프로젝트를 같이 해서 서로의 성격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오히려 Courtney보다 더 완벽주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틀린게 있으면 반드시 한번 짚고 넘어간다. 가끔씩 너무 aggressive해서 상대방을 놀래키는 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같이 일하기 참 편하다.
- David Kakembo – David의 장점은 사교성이다. 항상 웃는 얼굴로 상대방을 편하게 하고, 별로 재미 없는 말을 해도 시원시원하게 웃어주는 친구다. 하지만, 같이 일을 하기에는 약간 힘들다. 왜냐하면, 수업 준비를 그다지 잘 해오는 편은 아니고 수업 내용과 상관없는 발언을 가끔씩 해서 다른 팀원들과 초기에 약간의 마찰이 있었다.
- Sujit Nair – Sujit는 숫자의 천재이다. 약간 사교성이 떨어져서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본인 또한 그 점을 알고 있으며 끈임없이 노력하면서 개선하고 있다. 약간 개으른 면이 있어서 막판에 모든걸 끝내려는 성향이 있지만, 어찌 되었던 간에 일은 완벽하게 처리한다. 지금은 나나 지현이랑 굉장히 친하게 지내며 가끔씩 우리집에 와서 LA 갈비를 축내고 가기도 한다.
- Courtney Pace – Courtney는 여장부이다. 탁월한 leadership을 가지고 있으며, 성격 또한 내가 처음에 생각하였던 거와는 많이 다르게 느긋하고 남을 많이 배려한다. 내가 지적하였던 점은 가끔씩 솔직하지 못하고 남을 너무 배려해서 말을 빙빙 돌려서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약간은 더 직설적이었으면 좋겠다.
자, 그러면 나에 대한 우리 팀의 피드백은?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문화를 접해서 그런지 나와 사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굉장히 flexible하고 의견조율을 잘 한다고 한다. 지적당한 점은 몇가지가 있는데 일단 학업에 조금 더 serious 해져야하며 (내가 학점에 그다지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 술먹는 자리에 조금 더 자주 나오라고 한다 (Oceans International 일을 해서 그런지 목/금 파티는 많이 못 나간다).
어떻게 보면 시작할 때는 굉장히 불편하고 어색한 자리였지만 막상 끝내고 나니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된 거 같고 팀의 결속력이 더 단단해졌다라고 할까? 이런 자리를 정기적으로 갖는것도 괜찮을거 같다. 우리나라도 이런 feedback 제도를 조금 더 강화해야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유치한 면도 있지만, feedback을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외교적으로 모든일을 처리하지 말고 할말은 직접 하고,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건설적으로 feedback을 받아들여야지 이런걸 공격적으로 받아드릴 필요는 전혀 없는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