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어렸을적부터 좋아하였지만 정적인 운동보다는 동적인 운동을 나는 항상 즐겨왔다. 그래서 어린 시절 스페인에서 선택하였던 운동이 테니스이고 아직도 그 어떤 운동 보다는 테니스를 좋아한다. 좋아도 하고,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도 한다 ㅎㅎ. 많은 한국분들이 골프는 사치라고 하지만, 나는 사치라기 보다는 노친네들이 하는 운동이라고 항상 생각을 해 왔다. 타이거 우즈라는 선수를 보기 전까지는…나보다 어린 흑인 친구가 왜 이토록 전세계 인구 (골프를 좋아하던 안 좋아하던간에…우리 엄마는 골프는 안 치시지만 타이거 우즈 팬이시다)를 광분시키는것일까? 타이거 우즈에 대해서는 이미 수백만 명이 여러가지 방면에서 분석도 하고 결론도 내렸으며 기존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을거 같다.

1. 100년에 한번 나오는 골프 실력 – 기본적으로 골프를 너무 잘 친다. 2008년 US Open 첫날 세계 2위인 Phil Mickelson과 한조가 되어서 시작했는데, 엄밀히 말해서는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은 잭 니클라우스와 아놀드 파머와 같은 라이벌이라고는 할 수 없다. 세계 1등과 2등의 시합이었지만 실력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1위와 2위인 셈이다. 지금까지 지구 상에 존재하는 골퍼 중 단연 최고이다.

2. 타이거 우즈 전에 골프의 이미지는 “점잔케 옷을 입고, 배가 나온 아저씨들이 설렁 설렁 작은 공을 치면서 즐기는 스포츠” 였다라고 할까? 우즈는 그런 골퍼의 이미지를 180도 바꿨다. 농구나 육상 선수 부럽지 않은 탄탄한 몸매와 근육을 자랑하는 우즈는 rules of the game을 완전히 새로 쓰고 있다. 근력 보다는 몸의 유연성과 coordination이 중요하다고 하던 분위기를 깨고, 유연성 + 근력은 골프를 한 단계 upgrade할 수 있다는 사실은 호랑이는 몸소 보여준것이다 (어흥!) 이후로 많은 골퍼들이 근력 운동에 투자를 하기 시작하였으며, 점점 더 그린 위에서는 비만아들을 보기가 힘들어 졌다.

3. 흑인 답지 않은 영어 – 흑인 농구 선수들과 타이거 우즈의 차이점은? 둘다 이미 백만장자이며,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타이거 우즈가 백인들한테도 존경 받고 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영어 때문이다. 흔히 흑인들이 구사하는 ‘할렘 영어’가 아닌 타이거 우즈는 백인들의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기 때문에 테레비에서 인터뷰하는걸 보면 쌍스러운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물론 이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 생각엔 위의 3가지 이유가 가장 지배적인거 같다.

아무튼, 올해 US Open은 San Diego의 Torrey Pines 골프장에서 개최되어서 아주 힘들게 표를 구해서 오늘 직접 타이거 우즈를 보고 왔다는게 오늘의 요지이다.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약 7만명의 인파가 토요일 하루에만 US Open을 보러 골프장에 왔다고 하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타이거 우즈를 보러 온거 같더라. 우리도 원래 계획은 타이거 우즈를 1번 홀부터 18번 홀까지 따라다니는거였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중간에 포기하고 그냥 18번 홀 그린쪽에 자리 잡고 계속 여기에 죽때리고 있으면서 모든 선수들이 3 라운드를 마무리하는걸 구경하였다. 재미있는거는 18번 홀에서 경기하는 선수들 보다는 점수판의 타이거 우즈의 점수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웃고 우는걸 보니 호랑이의 인기를 확실히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ㅎㅎ. 얼마전에 수술한 무릎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계속 상위권에 머무르면서 13번 홀에서 이글 (par 보다 -2)을 잡고 다시 18번 홀에서 이글을 잡는걸 직접 내 눈으로 볼 수 있었던 거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솔직히 나랑 전혀 상관없는 이 흑인 선수가 쇠로 만든 작대기로 작은 공을 치는 운동에 이렇게 내가 열광하는걸 생각해 보면 가끔씩 이해 가지 않지만 그게 바로 우즈 선수의 potential인거 같다. 타이거 우즈의 가장 놀라운 점은 집중력인거 같다. 보통 경기가 내리막길이면 정신적으로 무너지는게 normal하지만, 우즈는 마지막 순간까지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면서 항상 경기를 역전시키는 놀랄만한 능력을 보여주는데 너무너무 신기할 따름이다.

결국 2008년 US Open은 플레이오프까지 가면서 우즈가 접전끝에 노장 Rocco Mediate를 제끼고 우승하였다. UNBELIEV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