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관리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RescueTime이라는 회사의 자료에 의하면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하루에 평균적으로 이메일을 50번씩 확인하며, MSN 메신저와 같은 Instant Messaging 소프트웨어를 77번 사용한다고 한다. 시간으로 따지면 하루에 평균 약 2.1시간을 이메일 확인과 메신저질에 허비하는 셈이라고 한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업무에 방해를 받으면 일의 능률이 저하될뿐만 아니라 집중력 손실, 스트레스 증가 그리고 직장에 대한 만족도 또한 감소한다고 한다. 실제로 Intel에서 내부적으로 조사를 해본 결과에 의하면 e-mail overload로 인하여 인텔과 같은 대기업은 년간 최대 1조원 이상의 비용 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Information overload와 email overload…대부분의 현대인들 – 특히, 나같이 IT 분야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라면 – 한테는 너무나 익숙한 현대병이지만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에 아예 눈치도 못채고 그냥 살아가시는 분들이 대부분일테다. 내가 “병”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는데, 나또한 이메일 중독자이고 하루에도 몇십번씩 이메일을 확인하는게 얼마나 병적인줄 잘 알고 있지만서도 그 버릇을 과감하게 끊지 못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담배 중독보다 더 심한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내가 하는건 아이폰으로 밤새 온 이메일을 확인하는거다. 6-7시간 동안 뭐 그렇게 이메일이 많이 왔겠느냐, 그리고 와봤자 뭐가 그리 중요한 내용이겠냐…다 아는 사실인데도 아침에 눈도 잘 못 뜨면서 손은 그냥 폰으로가서 반사적으로 스크린을 쿡쿡 누르면서 메일을 확인한다. 그리고 하루 종일 아웃룩으로 이메일 확인하고, 점심 먹으면서도 몇번씩이나 폰으로 메일 확인하고, 운전하면서도 확인하고….심지어는 자기 전에 가장 마지막으로 하는것도 이메일 확인이다 (우리 와이프가 진짜 실어한다 ㅎㅎ).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서 사용하는 이메일이 이제는 생활에 지장이 되고 있다는걸 나도 알고, 주위 사람들도 알고, 와이프도 안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옆으로는 폰으로 메일을 확인하고 있다 ㅎㅎ. 정말로 심각한 문제이다.
인간의 두뇌는 2가지 종류의 attention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외부의 자극에 의해서 강제로 작동되는 involuntary attention과 본인의 의지와 의도에 의해서 작동되는 voluntary attention이 그 두가지라고 한다. 특정 임무에 특정 시간동안 집중할 수 있도록 가능케 하는게 voluntary attention이며, 이건 매우 바람직한 attention이자 직장인이던 학생이던간에 모두가 개발을 해야하는 attention이기도 하다. 문제가 되는건 involuntary attention인데…계속 울리는 전화벨 소리, 때를 가리지 않고 오는 새로운 이메일, 계속해서 메신저로 연락을 하는 친구들…바로 이러한 외부 자극에 의해서 우리의 involuntary attention 레벨이 계속해서 한계치를 초과하고 있다 (여기까지 글을 쓰는 동안 MSN 메신저가 9번 깜박거렸다). 우리의 뇌가 외부 자극을 계속 받으면 – 전화, 이메일, 메신저 등등.. – 매우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바로 voluntary attention과 involuntary attention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상실되며 전반적으로 attention을 수위를 조절할 수 없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렇게 되면 이메일을 확인할수록 더욱 더 이메일을 확인해야하는 충동을 느끼게 되는데 내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면 너무나 맞는 말인거 같으며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BlackBerry나 iPhone 사용자 분들도 동의할거 같다. 우리는 주위에 한번에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multi-tasker라고 하면서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이메일을 읽고, 새로운 메일을 쓰기까지도 하는 사람들을 매우 부러워하는 경우가 있다. 과연 이런 사람들이 짧은 시간동안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까? 전문가와 과학자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과학적인 자료에 의하면 우리가 말하는 멀티태스킹은 똑같은 종류의 집중력을 요구하지 않는 한가지 이상의 행동을 할때에만 적용이 되며, 그때 진정한 멀티태스킹이 된다고 한다. 즉, 껌을 씹으면서 아무 문제 없이 걸을 수는 있지만 영업사원이 고객과 통화를 하면서 동시에 이메일을 작성하는거와 같이 똑같은 생각을 요구하는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거는 인간 두뇌의 구조상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화랑 이메일은 두뇌의 동일한 인지 과정을 거쳐야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이렇게 비슷한 일을 동시에 여러가지 한다면 두뇌가 여기저기 왔다갔다해야하기 때문에 일종의 “전환 비용 (switching cost)”이 발생하며 이 비용의 결과는 “실수”와 “스트레스”라고 한다. 실제로 미시간 대학에서 실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실험대상들이 한번에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할때 생산성이 40%나 감소하였다고 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과 IBM은 Information Overload Research Group이라는 협회의 회원사들이다. 이 협회는 2008년도에 형성되었는데 이메일과 메신저와 같은 e-interruption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과 접근법들을 서로 공유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모임이며, 회원사의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컴퓨터와 hi-tech 분야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이 e-interruption을 가장 많이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10년 전 하버드 경영 대학원의 Leslie Perlow 교수는 한 소프트웨어 회사 엔지니어들이 일을 하면서 얼마나 많이 방해를 받는지를 조사를 통해서 체계적으로 기록하였다. 약 9개월 동안 여러 엔지니어들을 관찰한 결과 이 회사의 엔지니어들이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도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그다지 높아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시도때도 없이 오는 이메일의 방해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Perlow 교수는 이에 대한 처방전으로 Quiet Time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매일 오전 4시간의 Quiet Time 동안 17명의 엔지니어들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거나 communicate하지 않고 (물론 전화와 이메일 금지다) 혼자서만 일을 해야했으며, 오후에만 다른 직장 동료들과 대화를 다시 재시할 수 있었다. Quiet Time 동안 이렇게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집중을 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로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전혀 하지 않고도 새로운 칼라 프린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재시간에 완성할 수 있었다. Intel도 이러한 Quiet Time 제도를 여러 지사에 적용하고 있으며 몇몇 대기업들은 심지어 “No E-mail Friday”라는 제도까지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다. 금요일 하루는 아예 이메일을 보내지도 못하고, 받지도 못하고, 확인하지도 못하는 제도인데 나는 이런 제도들 생각만 해도 끔직해진다. 이메일을 하루 종일 확인 못하는건 이메일이 너무 많이 오는거보다 더 stressful할거 같다 ㅎㅎ. 그런데 이런 이메일 금지 제도를 도입한 후 많은 기업들이 생산성의 향상과 직원 만족도 상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경험하고 있다. 이메일을 사용하지 못하니까 직접 가서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니 직원 사기가 올라가고, 이메일 3-4통이 필요하던 업무를 전화로 처리하니 시간도 절약되고 더욱 더 인간적인 분위기의 직장을 만들 수 있었다고들 한다. 참고로 직장인들이 받는 방해의 44%가 외부가 아니라 직장 내부에서 받는 이메일로부터의 방해라고 한다. 나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할때를 생각해 보면 하루에 약 100통 가량의 이메일을 받았던 기억이 나는데 이 중 50%는 나한테 직접 오는 이메일들이고 나머지 50%는 내가 cc: 되어 있는 이메일이었다.
메릴 린치 개인 뱅킹 그룹에서 일하는 Chad Willardson이라는 아저씨는 5분마다 이메일을 확인하는 버릇이 있었다. 하루 근무시간이 8시간이라고 가정한다면 하루에 이메일을 96번이나 확인한다는 말이 되는데 그다지 놀라운 숫자는 아니다. 나도 더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지는 않으니까 ㅎㅎ. “이메일을 확인하면 할수록 더 불안해지고 심지어는 새로운 이메일이 도착하였다는 알림만 봐도 가슴이 덜컥했어요.”라고 말하는데 어느 순간 부터 이메일로 인한 스트레스 레벨이 심해져서 일상 생활을 하는데 이런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방해가 되는 수준까지 도달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내린 처방전은 하루에 4번 정해진 시간에만 이메일을 수동으로 확인하는 규칙인데 신기하게도 이렇게 몇 주 정도 살아보니까 업무 생산성도 높아졌고 불안감도 없어졌다고 한다. 나도 그래서 이 글을 읽고 하루에 정해진 시간에만 이메일을 확인해볼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루에 4번은 너무 심하고 (이메일을 확인 못하는게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면 더 문제가 있을거 같다) 매 시간마다 한번씩으로 이메일 확인을 줄여볼까 지금 고민 중인데 수년동안 몸에 익은 이 습관을 과연 고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Entrepreneur 잡지는 나같은 이메일 중독자들이 이메일을 작성하고 확인하는 횟수와 충동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권장한다:
- 새로운 이메일이 왔다고 알려주는 모든 visual/audio alert들을 꺼라 (Outlook의 편지봉투 아이콘과 같은…).
- 하루에 지정된 시간에만 이메일을 check해라. 하루에 2번 내지는 4번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메일 확인하는 시간의 간격은 최소 45분으로 지정해라.
- Communication은 왠만하면 전화나 직접 얼굴을 보면서 하는 미팅으로 대체해라. 이렇게 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뿐더러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에도 좋다. 이메일은 왠만하면 사용하지 마라.
- 긴급한 사항에 대해서만 즉시 답변을 해라. “Send”만 누르면 즉시 이메일이 발송된다고 해서 이메일을 받는 즉시 답변할 필요는 전혀 없다.
- 이메일의 “전체 회신” 기능을 제한해서 사용해라.
- 가능하면 이메일 주제에 “답신할 필요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집어넣어라. 누가 이렇게 대놓고 말을 해주지 않으면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은 끝이 나지 않는다 (이 부분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 모든 이메일에 대해서 답신하고 싶어하는 충동을 자제해라.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등등의 답변 이메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
- 매일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 동안에는 이메일 자동 답변 기능을 사용해라. “저는 현재 급한 프로젝트 작업 관계로 오후 4시 이후에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와 같은 메시지를 적극 활용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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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씀입니다^^ 위에서 미친듯이 이메일 보내고 답장하면 밑에서도 가만히 있기가 힘들죠. 저도 이 글을 쓰면서 제 work life와 pattern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걸 느꼈습니다. 오늘부터 바꿔보려고 하는데 습관이라는게 바꾸기가 참 힘드네요 ㅎㅎ.
Nolboo Kim
미국에서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이메일 중독에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하물며 미팅을 가는 도중에도 이메일을 확인하지 못하면 불안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미국 뱅킹회사간부로부터 듣기도 하였습니다. 직장 내의 최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이메일 중독에 걸리면 걸릴수록 중독 전파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증상도 더 심해지는 것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