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번째 책 (and hopefully the first of many more to come) <스타트업 바이블>이 출간된 지 벌써 2달이 지났다. 아직 정확하게 몇 권이 팔렸는지, 그리고 내가 한국에 현재 거주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구체적인 반응이 어떤지는 직접 경험하지 못하지만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올라오는 피드백과 코멘트를 보면 그래도 나쁘지는 않은 거 같아서 매우 다행이다.

솔직히 처음 파이카 북스로부터 책을 하나 내자는 제안을 2009년 10월에 받았을 때 한편으로는 너무 기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겁이 덜컥 났다. “드디어 나도 마흔이 되기 전에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하나 출간하게 되는구나. 그것도 내가 내 돈 박아가면서 출판사 찾아가서 구걸한 게 아니라 출판사에서 거꾸로 나한테 먼저 연락이 와서.”라는 생각을 하면 뿌듯하고 보람찼지만, “아직 성공과는 거리가 너무나도 먼 걸음마 단계의 스타트업에서 일하는데 내가 주제넘게 무슨 책을 출간하냐. 괜히 이랬다가 욕만 엄청 먹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면 괜히 걱정되었다.

나는 “Life At Wharton”이라는 이름으로 2007년도 4월에 이 블로그를 시작하였다. 블로그의 취지는 아이러니하게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 써보자는데서 비롯되었지만, <스타트업 바이블>과는 거리가 조금 먼 내용의 책을 생각하고 있었다. MBA 과정을 준비하다 보니 우리나라에는 MBA 준비 과정에 대한 책은 매우 많은데 – GMAT과 같은 각종 시험 준비 과정에서부터 합격 후 학교 시작할 때까지 남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내는 방법 등등 관련 – 실제 MBA 2년 과정에 대해서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내용으로 구성된 책은 단 한 권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마치 “하버드의 공부벌레들”이나 “Adrian Mole의 비밀 일기”와 같은 형식으로 된 MBA 2년 과정에 대한 책을 하나 출간해보기로 결심하고 와튼 스쿨로 떠나기 전에 몇몇 출판사들과 구두로 이야기를 하고 이 블로그를 시작하였다. 초기 블로그를 follow 하시던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모든 내용은 와튼 스쿨과 MBA 수업에 focus가 맞추어져 있다. 그러다가 6개월도 채 안되어서 나는 학교를 접고 LA로 이주해서 뮤직쉐이크 US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블로그를 당분간은 접기로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짧은 기간 동안 블로그 독자들이 생겼고, 이분들은 고맙게도 MBA 관련된 글이 아니라도 상관없으니 그냥 아무 글이라도 가끔 쓰라는 격려의 이메일들을 보내줬다. 그 이후 나는 블로그의 제목을 “Life Away From Wharton”으로 바꾸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스타트업 바이블>이다.

하여튼, 다시 주제로 돌아가 보면…솔직히 이런 내용의 책은 안철수 씨와 같이 이미 성공한 벤처기업인이 써야 하는 책이지만 내가 용기를 내어서 책 집필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미 성공한 벤처기업인이 후배들한테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라고 조언을 하는 내용이 아닌 현재 밑바닥에서 같이 구르고 있는 동료 벤처기업인이 “나는 이렇게 하니까 잘 되고, 이렇게 하니까 잘 안되더라고요. 앞으로는 더 잘 해야죠. 파이팅!“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을 출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1차적인 목적을 달성했기를 바란다. 아마도 이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책을 읽으셨을 텐데 댓글이나 이메일로 피드백을 주시면 앞으로 다른 책들을 집필하는데 (참고로 아직 계획은 없다)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약 5개월의 집필 + 5개월의 편집/교정/교열 작업 후 244쪽 분량의 책이 탄생하였다. 244쪽이 어떻게 보면 많고 어떻게 보면 적은 애매한 양이라서 파이카 분들과 한 개의 챕터를 더 추가할까 말까 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일단은 타이밍 문제가 있어서 이 상태로 출간을 했다. 실은 내가 이 책에 추가하고 싶었던 마지막 챕터가 하나 더 있는데 그냥 서비스 차원에서 이 블로그를 통해서 독자분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참고로, 이 마지막 챕터는 편집되지 않은 내용이라서 문장이 매끈하지 못하고, 문체도 정제되지 않았으니 이 부분은 양해를 부탁드린다.

Chapter 9 스타트업이 망할것 같으면?
계속 2009년도 이야기를 하는데 2009년도는 정말로 뮤직쉐이크한테 힘든 한해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2008년 12월부터 우리 회사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였다. 이미 투자를 받기로 어느 정도 결정이 되었던 상황이었는데, 세계 경제가 완전히 개판 나면서 구두로 투자 약속을 하였던 투자자들이 불과 며칠 만에 투자를 보류하더니, 결국에는 투자 자체가 없던일이 되어버렸다. 참으로 황당했지만, 솔직히 황당해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이미 은행잔고가 뚝뚝 떨어지는 게 내 눈앞에 보였고, 잔고가 “0”이 되는 순간에 회사는 원하든 원치 않든 공식적으로는 망하는 거니까. 아마도 이런 경험을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내가 무슨말을 하는지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월급쟁이가 월급을 꼬박 꼬박 받으면서 다니던 회사가 망하는거랑, 직접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은행 잔고가 뚝뚝 떨어지고 지출은 계속 발생하는데 수입은 그 지출을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을 피부로 느끼는 거는 완전히 다르다. 마치 벼랑을 향해서 내리막길을 전속력으로 달리는 차의 브레이크를 젖먹던 힘을 다해서 밟아서 차를 멈추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더 더러운 거는 운전자는 이미 차가 서기전에 벼랑밑으로 차와 함께 모두가 다 떨어질 거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는것이다.

확실한 거는 앞으로 3-4개월 안으로 뮤직쉐이크가 신규 투자 유치를 못할 거라는 점과 (이 3-4개월이 결국은 12개월로 연장되었다) 그동안에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우리 회사를 인수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었다. 즉, 무슨 결정을 하든 간에 빨리 결정을 해야 했다. 생각해야할거는 많이 있었지만, 크게 보면 2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여기서 그만 전기코드를 뽑는 쉬운 방법이 있었고, 또 하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발전기를 계속 돌려서 회사를 생존시키는 쉽지 않은 방법이 있었다.

나는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왜?

솔직히 말해서 쪽팔렸다. 내가 죽을 때 남들이 나를 entrepreneur로 기억해 주길 바랬다. 성공한 위대한 entrepreneur가 아니라 다만, 뭔가를 한번 해보려고 열심히 노력했고 만만치 않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던 그런 entrepreneur로 나는 기억되고 싶었다. 여기서 그만두면 나는 막말로 여러 가지 옵션이 있었다. 그냥 대기업이나 다른 IT 회사의 VP로 갈 수도 있었고, 그냥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따서 더 편안한 고액연봉의 삶을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학교를 과감하게 때려치우고 뭔가 한 번 해보겠다고 동부에서 서부로 이사했는데 칼을 뺐으면 두부라도 배야지 않겠냐. 그동안 싼 똥을 누군가는 치워야했고, 나는 그 작업을 한번 해보기로 했다. 문제는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였다.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그러면서 비즈니스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DO I HAVE THE BALLS TO DEAL WITH THIS?

내 경험에 의하면, 밑에 나열한 9가지의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고 극복할 자신이 없다면 지금 당장 그만두고 배를 갈아타야 한다고 본다:
1. 전 직원의 50%를 해고
2. 3개월 후에 다시 직원의 50%를 해고
3.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직원의 50%를 계속 해고 (그때까지 해고할 직원들이 남아있다면)
4. 12개월 동안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밤잠을 설침 (첫 6개월이 가장 힘들다)
5. 거의 모든 계약이 하루아침에 무산되는 상황을 그냥 바라만 보기
6. 잘나갈 때는 제발 한번 만나달라고 구걸하던 사람들이 전화나 이메일을 10개 이상 보내도 무시
7. 언제는 우리 스타트업이 마치 제 2의 Facebook인 마냥 보도하던 언론사와 연락이 아예 안됨
8. 지인들 앞에서 “네, 뭐 그럭저럭 잘 되고 있습니다.”라면서 마치 비즈니스가 잘되는 것 같은 거짓말 하기
9. 똥을 치우기 전까지는 회사로부터 단돈 일원의 월급도 가져가지 않기

뮤직쉐이크는 잘나갈 때는 35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2009년도 어느 시점에 우리는 아마도 12명까지 내려갔던 거 같다. 현재 우리의 headcount는 (한국+미국) 15명 이다. 2009년도 언젠가부터 나는 비용절감을 위해서 정말 필요한 출장도 더는 가지 않았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울리던 우리 사무실 전화는 언제부터인가 조용해졌다. 그러면서 우리의 똥 치우기는 계속 되었다. 뭐, 솔직히 그다지 자랑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회사 운영을 못해서 스타트업이 망할 위기까지 온 게 뭐 자랑스러운 거라고 이렇게 책에 포함할 생각까지 했냐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분명히 이런 원치 않은 상황을 경험한 사람들이 있을 테고, 현재 이런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는 entrepreneur들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내가 쓸 내용은 스타트업이 망해가고 있을 때 취해야 하는 행동들과 그러한 과정에서 내가 배운 중요한 교훈들에 관해서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