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창업자를 만나서 회사를 시작하는 건 마치 연애과정을 거쳐 결혼을 하고 새 살림을 차리는 거와 같다고 많은 투자자들이 말한다. 나도 경험해보니 매우 적절한 비유인거 같다. 그런데 이는 공동 창업자 뿐만 아니라 투자자와 창업자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남녀가 만나서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그 감정을 확인하기 위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데 이는 창업가와 투자자가 처음 만나고 성공적인 투자를 받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남녀는 첫눈에 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오랜 만남과 연애를 통해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갖게 되는데 나 또한 투자를 하면서 이런 경험을 많이 한다. 매우 드문 경우지만, 첫 만남에서 “아, 바로 이 사람이다” 또는 “아, 바로 이 서비스다”라고 강렬하게 느끼고 그 자리에서 투자 결정을 했던 스타트업들이 몇 개 있었고 이번 주에 closing한 한 회사도 이런 경우이다. 하지만, 우리가 투자한 대부분의 회사들은 John과 내가 아주 오래동안 창업자를 개인적으로 알고 지냈거나 서비스를 꽤 오래동안 옆에서 지켜본 후에 투자 결정을 했다.
이 회사들 모두 창업팀과의 첫 만남과 첫 인상은 당연히 좋았지만, 투자 결정을 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투자를 하지 않기에는 뭔가 많이 아쉬웠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하자면 지금 상태에서 투자하기에는 좀 자신이 없었지만 우리랑 조금 더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이런저런 부분들을 잘 다듬으면 가능성이 높은 서비스와 회사가 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창업팀을 잘만 다듬으면 큰 ‘사고’를 낼 수 있을거 같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Brandboom이라는 회사다. 창업자 Eric을 처음 만난 건 2008년도 였는데, 우리가 투자한 건 2012년도이다. 4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그 이유가 회사가 엄청난 성공을 거둘때까지 기다린 후에 안전빵으로 투자하려고 했던건 아니다(아직도 Brandboom은 고생하고 있고, 이제 조금씩 안정적인 매출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와 창업팀이 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에 우리는 4년 동안 계속 가까이 지내면서 서로를 잘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호감을 확인하고 (회사와 투자자의 입장에서) 연애를 하면서 “투자할 타이밍이 된 거 같다”라는 확신이 섰을때 투자를 했다.
얼마전에 투자한 MagTag라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MagTag의 부부 창업가 Marianne과 Rajiv를 처음 만난 건 1년 전이었는데 서로를 더 잘 알고, 궁합이 맞는지를 확인하는데 1년이 걸렸고 우리도 투자에 확신이 생겼고 MagTag도 우리의 돈을 받을 준비가 되었을때 ‘결혼=투자’를 한 것이다.
첫눈에 반한 투자가 더 성공할지 아니면 오랜 연애 후에 한 투자가 더 성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힘들게 한 이 결혼 생활을 성공적으로 유지하려면 창업가나 투자자나 모두 피나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