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지난 번에 ‘$$$ of MBA’에서 MBA 졸업자들의 연봉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그 정도의 연봉을 받는 MBA 졸업자들은 어떤 일을 주로 하는 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오늘은 MBA 이후의 진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탑 비즈니스 스쿨들의 경우, 대략적으로 볼 때 졸업자의 30% 이상이 금융, 20-30% 가 컨설팅 업계로 진출하는 것이 금융 위기 이전까지의 경향이었습니다. 그 외의 모든 산업은 나머지 40%에 포함되는데, 구글이나 아마존같은 테크놀로지 회사, P&G나 유니레버 같은 소비재 회사, 그리고 원래 다니던 기업이나 군에서 스폰서를 받고 오는 경우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그러나 2008-2009년에 미국이 격변의 금융위기를 겪음에 따라 월가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금융계로 진출하는 학생들이 대폭 줄었습니다. 그 자리를 대신 메운 것은 테크놀로지 산업 (스타트업 포함) 지망자들입니다. 하버드의 경우, 2008년까지는 금융계로 진출하는 졸업생이 45%였지만 2013년에는 22%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테크놀로지 산업으로 진출하는 이들은 7%에서 18%로 두 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스탠포드의 경우, 2008년에는 금융계로 진출하는 이들이 34%, 테크놀로지가 17%였으나, 2013년에는 금융이 26%, 테크놀로지가 32%로 아예 역전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금융계로 진출하려는 학생이 많은 와튼 및 컬럼비아에서도 두드러졌습니다. 와튼과 컬럼비아의 MBA 졸업자 중 2013년에 금융계로 진출한 이들은 39%와 37.9%이지만, 2008년만 해도 55.6%와 47.7%였습니다. 반면, 2013년에 이들 학교에서 테크놀로지 산업으로 이동한 이들은 와튼이 11%, 컬럼비아가 13%로, 2008년의 5.6%와 7.8%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컨설팅으로 진출하는 졸업생들의 숫자의 지난 5년간 거의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MBA 졸업생들은 이런 회사에 가서 어떤 일을 하게 될까요? 요즘 MBA 졸업생들을 가장 많이 데려가는 곳은 컨설팅 회사들입니다. 많이들 아시는 McKinsey, Bain, BCG를 비롯하여, A.T. Kearney, Accenture, Booz & Company 등이 대표적이죠. MBA를 졸업하고 컨설턴트로 입사하면 고객이 의뢰하는 프로젝트를 맡아 팀으로 움직이며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프로젝트는 고객의 니즈에 따라 미래전략 수립부터, 특정 지역의 오퍼레이션 이슈까지 다양합니다. 컨설팅의 경우, 항상 변화하는 다이내믹한 환경에서 출중한 두뇌들과 일하기 때문에 지적 자극이 크고 많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반면, 기나긴 업무시간과 스트레스 또한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한국만큼 업무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대신 출장이 매우 잦아서 호텔에서 생활하는 날이 많습니다.
금융계의 경우, MBA를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곳은 투자은행입니다. Goldman Sachs, Morgan Stanley, UBS, Citi, Credit Suisse 등이 대표적인 투자은행인데, MBA 를 졸업하면 associate로 입사하게 됩니다. 투자은행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로 나뉘어지는데, 산업별(소비재, 에너지, 금융 등)로 나뉠 수도 있고, function별(M&A, LBO, IPO 등)로 나뉠 수도 있습니다. 만일 A 라는 회사가 B라는 회사와의 M&A를 검토하고자 투자은행에 의뢰한다면, associate는 자료를 검토하여 그를 바탕으로 모델링을 하여 얼마의 돈을 어떤 종류의 채권으로, 각 몇 %의 이자율로 빌릴 수 있는지, 그렇게 할 때 내부수익률이 얼마나 될지 등을 분석합니다. IPO(주식 공개상장)의 경우에는, 투자은행가들이 회사의 가치를 분석하여 얼마의 가격에 몇 주를 언제 상장하는 것이 좋을지 조언합니다. 최근 상장한 페이스북의 경우, 모건 스탠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6조원이 넘는 페이스북 주식을 상장하는 댓가로 페이스북이 지불한 수수료는 1.1%였고 (한화로 1800억이 넘는 금액), 이는 모건스탠리와 JP 모건 그리고 골드만 삭스가 나눠 가졌다고 합니다. 투자은행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associate로 몇 년 지나면 VP(vice president, 그러나 한국적인 개념에서의 회사 부사장이 아닙니다)로 승진하게 되고, 조직 내에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다면 투자은행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MD(Managing Director)의 위치에 오르게 됩니다. MD 정도가 되면 실제 숫자 분석보다는 영업이 주요한 업무가 되는데, 생존 및 영업에 대한 스트레스도 엄청나지만, 보너스만 $1 million(11억원) 이상 가져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MBA를 졸업하고 트레이더로 투자은행에 입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트레이더는 시장이 있는 모든 것-원유, 목화, 커피, 금, 밀 등등 -을 사고파는 일입니다. 다만 트레이딩은 정말 한 거래에서 얼마를 남기느냐가 중요할 뿐, 중요한 지식을 MBA에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인맥을 크게 쓸 데가 있는 것도 아니라 MBA 졸업생을 굳이 채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트레이더로 입사하는 MBA 졸업생은 적습니다. 기본 연봉은 associate로 입사하는 사람들과 비슷하나, 본인의 트레이딩 성과 여부에 따라 보너스가 강하게 연동됩니다. 또한, 장 시간이 끝나면 퇴근할 수 있어서 투자은행에서 일하는 이들 중에서는 가장 업무시간이 적은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업무시간 중의 스트레스 강도는 굉장합니다. 영국의 베어링 은행을 파산시킨 것도 결국 트레이더 한 명이었습니다. 그리고 투자은행의 리서치 부서에서도 MBA를 채용합니다.
투자은행 외에 상업은행(commercial bank)들의 경우, MA(Management Associate)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MBA를 채용합니다. MA는 미래에 은행의 경영진으로 성장할 사람들로, 처음 2년간은 여러 부서를 돌면서 은행의 기본업무를 배우고 나중에는 원하는 부서에서 성장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는 Citi와 JP Morgan에서 MA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투자은행 associate와 비교할 때, 보너스가 적기 때문에 연봉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대신 야근이 적고 정시퇴근이 가능한 직업이라는 면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투자은행 및 상업은행 이외에 American Express나 AIG 등 큰 보험사 및 카드사들과 회계법인도 MBA를 채용합니다.
MBA 졸업 후 Investment Management 쪽으로 진출하는 학생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특히 기존에 자산관리 쪽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더욱 드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쪽으로 취업하는 학생들은 학부 졸업 후 투자은행에서 애널리스트로 2년 정도를 보낸 후, 투자관리 쪽으로 이직하여 이미 경력이 있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여기에는 Fidelity나 PIMCO같은 회사에 주식이나 채권을 전문적으로research 하는 analyst로서 채용되는 경우(향후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될 수 있는 포지션)와 Carlyle 이나 블랙스톤과 같은 사모펀드(PE: Private Equity)와 헤지펀드의 애널리스트로 들어가는 경우가 포함됩니다.
금융계와 컨설팅을 제외하고 전통적으로 MBA를 계속 채용해 온 산업은 소비재 쪽입니다. P&G나 존슨&존슨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테크놀로지 쪽에서는 요즘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유명한 기업들은 물론 새롭게 떠오르는 인터넷 회사들도 MBA 채용을 늘려가는 것이 추세입니다. IBM등은 예전부터 계속 채용을 해 왔고요. 또한 세계적인 제약사들도 꾸준히 MBA를 뽑고 있습니다. 테크놀로지나 제약사, 혹은 연구소 등으로 진출하는 분들은 대개 해당 업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이미 보유하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위에서 제가 언급한 진로는 대체로 미국 기준입니다. 한국은 조금 다릅니다. 큰 컨설팅 회사들의 경우, 대부분 서울 오피스가 있고 미국과는 별도로 MBA 채용을 진행합니다. 또한 삼성의 미래전략실이나 두산처럼 MBA들을 채용하여 회사의 미래 전략을 짜는 곳들도 있습니다. 반면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경우, 국내 오피스들의 규모가 워낙 작기 때문에 MBA 채용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외에는 국내 증권사들, 삼일 등의 회계법인, 삼성전자 등의 대기업들이 MBA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MBA 취업은 매년 경기에 따라 그리고 회사들의 수요와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위에서는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채용하는 산업부터 설명했으나, 여기에서 벗어나는 경우들도 상당히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MBA진학을 진지하게 고민하시는 분이라면, MBA 졸업 후 가장 대표적인 진로들에는 어떤 길이 있는지를 잘 알아보시는 것도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