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저널에서 Mahindra Genze라는 전기 스쿠터에 대한 기사를 읽고 ‘혁신’에 대한 생각을 다시끔 했다. Genze가 사용하는 휴대용 배터리는 11kg 정도로 가벼운 편이어서 사용자들이 배터리만 집안에서 충전할 수 있고, 한번 충전하면 50키로 정도까지 갈 수 있다. 가격도 1,000 달러로 시중에 있는 배터리보다 1/3 정도 저렴하다. 아, 그렇지만 그냥 크기를 작게 했고 가격을 조금 더 저렴하게 한 이 배터리 자체가 혁신적이라는 건 아니다.

그전에 배터리에 대해서 조금만 더 알아보자. 배터리 기술의 발전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더디어서 배터리의 용량을 증가시키는 건 쉽지 않다고 한다. 스마트폰, 타블렛, 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용량은 잘해봐야 해마다 몇 % 밖에 증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전기 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와 같이 사이즈가 커지면 더 복잡해진다. 단위 무게 당(1 lb)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가솔린에 20배 이상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으며, 비용으로 따지면 훨씬 더 차이가 난다: 참고로 Tesla Model S의 배터리팩 가격은 약 3만 달러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전세계적으로 배터리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위한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수조원의 자금과 수천명의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투입되고 있다. 물론, 실험실에서는 배터리 용량을 2배로 증가할 수 있는 혁신이 매일같이 보도되고 있지만, 이 기술을 상용화 하려면 수십년이 걸릴 것이다.

Genze의 엔지니어들과 디자이너들이 머리를 잘 쓴게 바로 이 부분이다. 이들은 앞으로 수십년 후에나 현실화 가능한 배터리 혁신을 기다리는 대신 현실과의 타협을 선택했고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혁신’을 시도했다. 어차피 배터리 용량은 크게 늘리지 못하니까 용량은 상수로(constant) 놔두고 대신 다른 부분을 변수로(variable) 이런저런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디자이너들은 전반적인 디자인 자체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었고, 여기에 엔지니어들의 피드백과 엔지니어링이 추가된 최종 제품은 기존 전기 스쿠터보다 더 가볍고 효율적인 새로운 차원의 스쿠터 였다.
한번 충전으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현재 기술로 구현하려면 무겁고 크고 비싸기 때문에 이들은 역발상적으로 자주 손쉽게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를 구상했고, 자주 손쉽게 충전할 수 있게 하려면 무게가 가벼워서 사용자들이 가지고 다니면서 실내에서 충전할 수 있게 해야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작은 배터리로 스쿠터의 효율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스쿠터의 무게를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스쿠터 프레임을 버리고 외부 샤시를 최적화 했다. 즉, 현실과 싸워야 하는 배터리의 혁신보다는 스쿠터 전체의 혁신을 re-engineering하고 re-designing을 한 것이다.

‘혁신’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Dyson의 엔지니어들도 비슷한 과정을 겪은 적이 있다. 2006년에 출시된 무선 진공청소기는 한번 충전에 7분 정도 밖에 작동하지 않았다. 같은 산업과 타 산업군의 엔지니어들은 작동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더 기발한 배터리 연구와 개발에 집중했지만 다이슨의 엔지니어들과 디자이너들은 배터리 기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오히려 전기모터 개발에 눈을 돌렸다. 그래서 이들이 개발한 전기모터는 타사 진공청소기 모터보다 효율이 3배 이상이고, 한 번 충전에 작동 시간을 20분까지 연장시켰다 – 배터리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서도.

조금 다른 각도의 혁신 – 앞으로 이런 사례가 더 있는지 예의주시 해야겠다.

<이미지 출처 = http://www.genz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