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maps-is-the-best아이폰 사용 7년만에 이제 서서히 질려가고 있는 이 시점에 Blackberry Classic이 새로 나와서 출시 전부터 상당히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믿을만한 제품 리뷰어들의 사용후기를 보면 매우 긍정적이고 평들을 종합해보면 블랙베리의 출혈이 이제 어느정도 멈추고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미 주가가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내가 가장 그리웠던거는 블랙베리의 물리적인 키보드, 그리고 그지같은 통화품질이었는데 Classic은 이 두가지 문제를 아주 깔끔하게 해결했다고 한다. 나같이 이메일 자체가 인생인 사람한테는 물리적인 키보드는 생산성을 많이 향상시켜주고 아이폰 통화품질이 좋지 않아서 항상 이어폰을 끼고 통화하거나 소리를 질러야 했는데 블랙베리 통화품질은 거의 유선 전화랑 비슷하다고 하니 구미가 많이 당겼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폰을 갈아탈까 심각하게 고민을 해봤는데 결정적으로 블랙베리 앱들이 너무 없어서 포기했다. 더 재미있는건 자주 사용하지 않는 앱들은 없어도 되고, 자주 사용해도 블랙베리의 물리적인 키보드와 통화품질과 그 불편함을 충분히 바꿀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딱 하나, 바로 구글맵스 때문에 그냥 아이폰을 당분간 사용하기로 했다(안드로이드는 불편해서 처음부터 제외). 구글맵스가 없는 불편함과 키보드/통화품질의 편안함을 바꿀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앱 생태계 때문에 운영체제나 디바이스를 교체할때 많이 고민하고 망설이는건 봤지만 이렇게 단 한개의 앱 때문에 디바이스를 바꾸지 못하는 나 스스로를 보면서 이제는 정말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를 위한 들러리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아무리 디자인이 좋고 엄청난 사양의 디바이스라도 그 디자인과 사양을 충분히 즐기면서 음미하게 하는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말짱 소용이 없다.

이런 현실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업체들한테는 또다른 골치거리이다. 하드웨어 사양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과거와는 달리 소프트웨어를 위한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5년 후면 지금은 아직 애매모호하고 실체가 없는 IoT가(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많이 다듬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말로 모든 사물들이 연결된 미래의 그림이 구체화될거 같다. 특정 디바이스들이 소수의 특정 기능이나 업무만 처리하지 않고 다양한 업무와 기능을 소화해야 할텐데 – 또는 그런 다양한 기능이나 업무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함 – 이렇게 되면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을 소화할수 있는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디자인도 신경 써야하고 제조 비용도 신경써야하니 순수 디바이스 제조업체들 한테는 쉽지 않은 게임이 될거 같다.

Marc Andreessen이 2011년도에 “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 라는 엣지있는 글을 썼는데 정말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다 먹어버리고 있다.

<이미지 출처 = http://9to5mac.com/2012/12/19/mossberg-agrees-with-pogue-google-maps-is-the-best-on-iph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