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내가 아는 분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배대표님, 벤처 업계에서는 꽤 유명하신 분이였네요. 제가 이 분야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니까 많은 분들이 알고 있더라구요.”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나를 아는 분들의 나에 대한 의견은 극과 극으로 갈릴 것이다. 나를 굉장히 좋게 보는 분들도 있지만, 이와는 완전히 반대로 나를 정말 “xxx” 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 파트너 John은 항상 나한테 싫어도 너무 티를 내지 말고 그냥 살살, 적당히 넘어가라고 한다. 실은, 나도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다. 아무리 싫고, 아닌거라도 그냥 좋은 게 좋은거라 하면서 그냥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성격의 투자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욕을 좀 먹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걸 그대로 말할 수 있는 돌직구를 던지는 투자자가 될 것인가. 아마도 나랑 비슷하게 이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꽤 있을거라고 생각된다(내 주위에 이런 분들이 좀 있다).

“The Dark Side of Charisma” 라는 심리학 논문을 보면 바람직하지 못한 매니저의 종류 중 하나가 ‘Highly Likable Floater’ 라는 부류인데 그냥 모든게 좋고, 어려운 결정은 절대로 본인이 하지 않으면서, 적을 절대로 만들지 않는 매니저이다. 주로 이런 매니저들은 조직에서 빠르게 승진을 하지만, 절대로 사장은 되지 못한다. 나도 가끔은 이런 사람이 되볼까 라는 생각도 한다. 모든게 좋고, 모든게 “그럴수도 있고”, 모든 사람들이 무난하게 생각하는 나이스가이가 되면 인생이 더 편해질거 같다. 내 주위에도 이런 투자자들이 더러 있다. “아무리 말도 안되는 비즈니스이고, 창업팀이 별로지만 뭐하러 서로 감정 상하게 싫은 소리 해요?” 라면서 그냥 좋은 소리 해주고 돌려보낸다. 이런 사람들은 글을 써도 절대로 논란의 여지가 생길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쓰지 않고, 그 어떤 사람들이 읽어도 기분 상하지 않는 무난한 글들만 쓴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사람들이 싫다. 어차피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이 생각할 수 없고,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 모든 사람들에게 무난한 사람은 자기만의 주장이나 목소리가 없다고 난 생각한다. 특히, 모두가 다 불가능하다고 하는 비전을 실행해야하는 창업가들과 남의 돈을 가지고 미래의 가능성에 투자를 하는 우리같은 벤처투자자들은 자기만의 색깔을 갖는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 그냥 무난해요” 라고 하는 창업가 보다는 나는 오히려 모두에게 욕을 먹어도 자기만의 주장과 색깔이 강한 사람들을 선호한다(그런데 그게 도덕적으로 욕을 먹는거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