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다.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도 하고, 벤처펀드에 출자해서 스타트업에 간접 투자도 한다. 또한, 사내에서 직접 벤처를 육성하고 투자하는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회사들도 많다. 나도 여기저기 다니면서 여러 사내 벤처들을 봤고,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기업 담당자분들도 만나봤다. 결론적으로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들은 결과가 별로 좋지는 않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태도’와 ‘멘탈’ 면에서 이러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거 같다.

일단 사내 벤처를 운영하는 분들의 태도에서는 절박함을(=벤처정신) 찾을 수가 없다. 아니, 절박함은 있지만, 그 정도에 있어서는 제대로 하는 스타트업의 창업팀과 비교할 수가 없다. 모든 걸 버리고 스타트업을 하는 창업팀에게는 어쩌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없다. Plan B도 대부분 없다. 이거 하다가 안 되면 그냥 망하는 거고 먹고 살길이 없어지는 것이다. 월급 같은 건 지금은 없지만, 스타트업이 조금만 되면 투자를 받거나 매출을 만들어서 최소생계비는 집으로 가지고 갈 수 있다는 희망은 있다. 그런데 회사가 망하면 이런 희망도 없어진다. 그래서 정말 피똥 싸면서 일한다. 사내 벤처에서 과연 이런 절박함이 존재할까? 막말로 이거 하다가 안돼도 먹고 사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그냥 전에 하던 거 다시 하거나 다른 부서로 가면 된다. 어차피 월급은 계속 나온다.
이러한 멘탈과 태도의 차이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실제로 벼랑 끝에서 안 떨어지려고 바둥거리는 팀과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을 ‘상상’하는 팀은 매우 다르다. 실은 절박한 스타트업이나 사내벤처나 결과는 거의 비슷하다. 대부분 둘 다 잘 안된다. 하지만, 절박함이 있으면 성공할 확률이 조금이라도 존재한다. 절박함이 없으면 100% 안 된다.

직원들의 주인의식 문제도 있다. 사내 벤처가 잘 되면? 결국, 잘 되는 건 내가 속한 조직이고 돈도 내가 속한 대기업의 주주들이 거의 다 번다. 사내 벤처팀은 어쩌면 보너스 받고 포상 휴가받고 승진하겠지만, 그들이 힘들게 만든 벤처의 주주가 되거나 엄청난 돈을 만지지는 못한다. 아무리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불타는 사람도, 잘되면 모든 걸 가질 수 있는, 그래서 100% 오너십을 가지고 죽도록 일하는 일반 스타트업의 창업팀과 같은 열정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뭐, 그렇다고 사내 벤처가 절대로 안 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태생적인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대기업은 사내 벤처를 키우기보다는 외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인수하는 기술을 공부하고 배우는 게 바르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