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비글로벌 서울 2015에서 나는 3D Systems에 2개의 스타트업을 매각한 배석훈 박사를 인터뷰 했다. 20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부분은 배박사님의 우버에 대한 의견이었다. “우버가 법도 무시하고, 정부도 무시하고, 모든걸 돈으로 밀어붙이면서 거의 깡패같이 비즈니스를 하죠. 물론,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기존 산업을 완전히 파괴하고 새로운 걸 만드려면 이런 ‘깡패정신’이 필요할지도 몰라요.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삼성이나 네이버 같은 회사가 또 나올 수 있을까요? 우버같이 공격적으로, 불도우저같이, 때로는 깡패같이 밀어붙이는 스타트업이 나와야지만 가능합니다.”
나는 이 말에 찬성반 반대반 이지만, 오늘은 깡패스타일이 아니라 우버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해보고 싶다. 과거에 내가 우버에 대해서 쓴 글들을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비즈니스로서 우버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칼라닉 사장의 도덕성이나 인간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나의 생각은 몇 일 전에 LA 공항까지 우버를 타고 오면서 다시 한번 재확인 할 수 있었다. 운전하시는 분은 나보다 나이가 꽤 있으신 한국 아저씨였는데 워낙 매너도 좋으시고 친절하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는 우버를 탈때마다 습관적으로 기사분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하는데 이번에 새롭게 알게된 사실들이 몇가지 있다.
지금까지 내가 탔던 우버 중 가장 많은 승차를 하신 이 분은 거의 1,200번의 라이드를 했는데 1,000번 이상의 라이드를 연속으로 하면 우버 본사에서 특별히 신경을 써주고 관리를 한다고 한다. 참고로, 1,000번 이상의 라이드를 연속으로 하는건 쉽지 않다고 한다 – 리뷰가 좋지 않거나 우버가 금지된 구간에 들어갔다가 걸려서 중간에 정지먹으면 재교육을 받고 0 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혜택을 받는지는 ‘영업비밀’ 이라면서 말을 안 해주는데, 이 분 친구 중 2,000번 이상의 라이드를 한 우버 기사는 운전을 하지 않아도 우버 앱만 켜 놓으면 시간당 18달러를 번다고 한다. 솔직히 아주 신뢰가는 내용은 아니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거의 우버의 정직원 수준의 혜택과 비슷하다. 그리고 이렇게 라이드를 많이 한 기사들은 신참 우버 기사와 재등록 우버 기사들을 교육 시키는 ‘교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교관들은 교육을 할 때마다 교육비를 본사로부터 받기 때문에 이들의 또 다른 수입원이 될 수 있다. 나를 태우신 이 기사분은 원래 무역업을 하시면서 시간 날때마다 우버 기사를 했는데 이젠 우버만 full-time으로 하시면서 무역업 할때보다 스트레스도 덜 받고 돈도 거의 비슷하게 번다고 하시면서 빨리 라이드를 더 해서 교관이 되어야겠다는 말씀까지 하셨다.
또 한가지 알게된건 우버가 여기저기서 욕은 많이 먹지만 그들의 고객인 우버기사와 나같은 승객을 위해서는 다른 회사들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한다는 점이다. 이 기사분이 처음에는 우버랑 Lyft(시장 2위지만 우버보다는 한참 작다)를 동시에 뛰면서 경험한건데 한번은 새벽에 술취한 여자고객이 차 안에서 엄청난 토를 했다고 한다. 리프트의 경우 사진 찍어서 회사에 보내고, 본사와 전화도 했지만 “그건 너가 알아서 그 고객과 해결해야 한다” 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버의 경우 어떻게 해서든지 그 고객으로부터 손해비용, 세탁비 등의 일체 모든 비용을 받아서 기사분에서 바로 입금해 줬다고 한다(우버의 깡패같은 기질이라면 당연히 승객으로부터 이 돈을 받아낼 수 있었을거 같다). 손님 라이드 중 불의의 사고가 나면 우버가 보험사와 대신 싸워주는 경우도 몇 번 있었다고 한다. “우버 기사분은 그냥 운전에만 집중하면 나머지 궂은 일은 우버에서 다 해결해주겠다” 라는 태도를 한번 접한 후 부터 이 기사분은 리프트는 탈퇴하고 우버만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만큼 우버는 자사의 고객을 보호해 준다고 한다.
나를 공항까지 매우 안전하고 친절하게 모셔준 매너좋은 이 기사분은 나한테 5점 만점을 받았고, 귀찮아서 잘 하지 않는 리뷰까지 길게 써서 제출했다. 이 리뷰는 또 다른 승객들을 친절하게 모시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우버에서는 이런걸 자세히 모니터링 하면서 리뷰가 좋지 않은 기사들의 우버 기사 자격을 정지시키고 재교육 시키면서 기사들의 수준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다. 물론 너무나 좋은 경험을 한 나같은 고객은 앞으로 무조건 우버만 사용할 것이고 이런 긍정적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우버는 계속 커질 것이다.
우버는 마치 언덕을 빠른 속도로 내려오고 있는 눈덩이와도 같다. 가속이 붙을수록 눈은 더 뭉칠것이고 눈덩이는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눈덩이가 더 커질수록 속도가 붙는다. 정부와 싸우고, 법과 싸우고, 택시조합과 싸우고, 언론과 싸우고, 여기저기서 욕을 먹지만 그러는 동안 회사는 엄청나게 커지면서 단단해지고 있다. 이 성장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버가 카네기멜론 대학 로보트 연구소의 엔지니어들을 대량 스카웃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무인 자동차 개발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현실화 되면 또 다른 엄청난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될것이다.
그렇다고 우버의 모든 것이 좋고 바람직하다는건 아니지만 순수하게 비즈니스로만 봤을때는 계속 커질 수 밖에 없는 모멘텀을 확보한거 같다. 우버의 기업가치가 현재 50조원을 맴도는데 많은 사람들이 거품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1년 안으로 우버의 기업가치가 200조원을 가뿐히 넘지 않을까 싶다.
<이미지 출처 = http://crowdsourcingweek.com/ubers-massive-snowball-effect-on-automotive-sector/>
익명
Uber 가 혜결하고자 하는 문제 중 하나는 ‘음주운전’ 입니다. 미국에서 Uber 전 음주운전자(및 사고,사망자) 수와 Uber 후 음주운전자(및 사고, 사망자) 수가 큰 차이가 나며 점점더 벌어 지고 있는 현재 우버는 막강 하다고 생각 됩니다.
익명
잘읽고 갑니다. 우버의 나쁜 기사만 접하다 이런 내용의 글로 새로운 점을 알게 되었네요!!!
아미이이
현재 우버의 비정규직 관련된 미국내 소송 사례를 보면 일면만 아시는 것 같습니다
Kihong Bae
네 저도 이 부분은 잘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우버 경험, 그리고 들은거를 기반으로 포스팅한거구요…당연히 모든 일에 대해서는 positive / negative 의견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익명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한 ‘깡패정신’이 필요한 것은 찬성합니다. 하지만 왠지
장웅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정기간 우버를 사용한 적이 있었습니다. 출퇴근이 일정한 코스 였는데, 한번은 기사분이 좀 코스를 돌아가 도착했습니다. (아마도 낮선 길이었나봅니다.) 어떻게 대응하는가 싶어 리뷰에 ‘기사가 좀 돌아서 온 것 같다’라고 항의성(?) 멘트를 날렸더니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바로 답이 왔습니다. ‘당신이 평소 다니던 평균 거리를 보니 확실히 돌아온 것 같다. 요금의 일부를 환불해주겠다.’ 저는 그날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의 기본적인 자세를 다시 배운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플랫폼에서는 모든 시장참여자가 고객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섭섭하지 않은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는 사실을요. 이 경우에도 우버 기사와 손님인 저 모두가 우버의 입장에서는 고객인 셈이라 어느 일방이 손해보는 일 없이 잘 업무를 처리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다녀온 뒤로는 제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비즈니스에서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데이터의 저장’이었던 입장에서 ‘고객의 이익을 최대한 대변할 수 있는 합리적인 데이터의 저장’으로 방침을 바꿨습니다. 한국에서도 우버X가 문닫을 때까지 잘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