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이런저런 일들도 많고, 사람들도 더욱 더 많이 만나면서 책임감과 소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얼마전에 보스톤이 2024년 올림픽 게임 유치를 포기한 기사를 읽었다. 솔직히 좀 의외였다. 올림픽이라면 나라와 도시를 막론하고 모두가 다 유치하고 싶어하는 글로벌 축제이자 행사가 아닌가?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올림픽 유치를 위해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동원해서 마케팅을 하고 로비하는걸 봤던 나로써는 유치를 스스로 포기하는게 약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솔직히 정확한 이유와 원인은 나도 잘 모르지만, 마티 월쉬 보스톤 시장은 납세자들에게 더 이상 위험 부담을 떠안으라고 할 수 없어서 올림픽 유치를 포기하고 시 예산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그 어떠한 올림픽 유치 관련 계약도 서명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화려함 보다는 실용성을 추구하는 편인 나도 보스톤 시민들의 결정에 많이 공감한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면 좋지만, 이로 인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상대적으로 적고, 금전적인 부담이 납세자들에게 전가되어야 하면 그냥 안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국제 행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유치를 위해 국가의 리더들과 정치인들은 적극적인 홍보와 로비를 하지만 – 임기 중 이런 행사를 유치하면 아마도 본인들의 이력이 더 화려해 지기 때문에 – 솔직히 행사 이후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도시들과 막대한 돈을 들여 건설했지만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한 시설들이 낭비되는걸 보면서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의문점들도 생긴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결정을 한 보스톤 시민들, 그리고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 월쉬 시장 – 실은 본인은 정말 유치하고 싶어했다 – 모두 용감하고 책임감 있다고 생각한다.

보스톤 시장과 보스톤이 속해있는 매사츄세츠 주지사 및 관련 담당자와 공무원들은 분명히 유치하고 싶어 했을거 같다. 일단 유치에 성공을 하면 많은 공은 자기들이 가져가지만 솔직히 말해서 실제적인 부담, 책임 및 후유증은 2024년도 이후의 공무원들 몫이기 때문이다. 막말로 똥싸서 시원해 하는 놈 따로 있고, 똥 치우면서 고생하는 놈 따로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만난 사람들 중 이런 태도와 멘탈리티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답답했는데, 보스톤의 결정을 보고 약간 통쾌하기까지 했다.

나는 보스톤에 3번 가봤는데 아주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올림픽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world-class 도시임은 확실하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겠지만 2013년 4월 보스톤마라톤 테러는 끔찍했다. 보스톤 시민들이 이 비극을 잘 핸들링하고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민의식’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도 다시 한번 Boston Strong을 느꼈다.

*공시 – 나는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 보스톤과 그 어떤 관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