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인생은 더 복잡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도 더 복잡해지고, 부모님이 아닌 스스로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야하며, 결혼하면 먹여살려야 할 식구들도 생긴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이다. 더 오래 일할수록 승진을 하고, 승진을 할수록 책임과 권한이 많아지기 때문에 인생은 복잡해진다. 처자식이 생긴 후 창업하는건 어쩌면 이 복잡한 인생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인생이 더욱 더 복잡해지면서 문제들도 많이 생긴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삶 자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결정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로부터 도망을 가고, 어떤 사람들은 남이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내 짧은 인생 경험에 비춰보면 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문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고, 남의 문제는 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나한테 너무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있는데 아무리 직장 동료나 상사가 나랑 같이 고민하고 슬퍼해도 결국 이들은 집에가서 잠은 잘 잔다. 내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그 누구도 해결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해결해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많다는 점이다. 창업을 결심하고 뭔가 스스로 만들겠다는 이들의 의지는 참 존경스럽다. 그런데 요새도 많이 아쉬운 부분은 자체 개발인력이 없어서 외주업체에 개발용역을 맡기는 스타트업들이 아직도 많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체 개발인력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회사들이다. 뭔가를 만들다보면, 그리고 만든걸 시장에 풀어보면, 문제가 엄청나게 많이 발생한다. 픽셀이 완벽하게 맞지 않는 작은 문제점부터 결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큰 문제점들까지, 하루에도 수십개 또는 수백개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 문제들은 본인이 직접 해결해야한다. 남한테 맡겨서 제대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뭔가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라면 자체 개발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또 다른 각도에서 본 이유이다. 내 인생, 내 회사, 내 제품, 내 문제이다. 내가 해결해야한다.
yeonsilyoo
안녕하세요, 매번 올려주신 글 정말 잘 읽고 있습니다. 출판하신 스타트업 바이블도 유용하게 잘 읽었고요. 🙂
Tech 배경이 없는 스타트업 창업 준비자로서 참 많은 생각이 드는 포스팅이었습니다. 문득 드는 궁금한 생각은, 기홍님께서는 개발 배경이 없는 창업주의 경우, 혼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개발 능력을 기르거나 technical co-founder를 만나서 내부 해결이 가능하기 전까지 창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또한, 외주의 팀을 잘 이용하는 것은 본인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단편적인 부분에 혼자서 다 해결하려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능력과 resource를 잘 이용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합한 내부 개발자가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없다고 해서 풀고자 하는 문제를 지체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더 문제 해결 능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Hun-jong Ha
기홍님 그리고 연실(?)님 두 분 다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기홍님의 글을 읽으면서 무조건적으로 개발인력을 사내에 둬야한다는 것보다는 보다는 비지니스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바탕으로한 재빠른 문제해결능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가르쳐주시는 것 같네요. 물론 사내인력이 있을 때 문제해결 속도가 빠를 수 있겠으나 규모의 경제와 현금유동성 활용, 그리고 위험요소 등을 고려할 때 아웃소싱 또한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한데 여기서 저희가 유의해야할 점은 포춘100대 기업 중 비지니스 코어컴피턴시를 아웃소싱하는 회사는 없지요.
그렇다면 이제 스스로에게 던져야할 질문은 “나는 무엇을 아웃소싱하려 하는가?” 가 아닐까요?
Kihong Bae
두 분 모두 좋은 질문/의견 고맙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 블로그의 글 대부분은 제 개인적인 생각이구요…틀릴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습니다^^ 개발능력이나 인력이 없다고 해서 창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누구나 다 아이디어와 실행력은 있고, 타이밍 또한 벤처업계에서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걸 다 갖춘 상태에서 시작할 수는 없고 스타트업 자체가 제한된 resource를 가지고 실행을 해야하니까요. 그리고 저는 외주개발에 대해서는 강한 반대의견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외주를 잘 관리하면서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회사들/창업자들도 가끔은 (아주 가끔) 만나봤습니다.
하지만, 저한테 개인적으로 물어보신다면 소프트웨어가 involve된 뭔가를 만드는데 내부 개발인력이 없다면 저는 왠만하면 개발인력을 확보한 후에 시작하라고 권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워낙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하는걸 너무 많이 경험하고 봤기 때문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파는 식당을 운영하는데 자체 쉐프가 없고 계속 외부에서 음식을 가지고 와서 파는 경우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작은 이렇게 할 수 있지만, 제대로된 business로 성장시키려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