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Benchmark Capital의 노련한 투자자 Bill Gurley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아 맞다 이거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몇 자 적어본다.
요새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타트업 용어 중 하나가 O2O다(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약자이지만 모두가 사용하니까…). 원래는 online to offline의 약자인데 요샌 솔직히 이게 online to offline 인지, offline to online인지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전자상거래만 하던 회사들이 물리적인 상점을 오픈하는 경우는 online to offline이지만, 요새는 기존의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offline to online이 더 많은 거 같다. 후자의 경우(offline to online), 주로 오프라인으로만 운영되던 비즈니스에 기술을 적용해서 효율성과 편리함을 더하는 경우인데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최근엔 손끝에서 그 효율성과 편함을 즐길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offline이 차지하는 부분을 최대한 제거하면서 이를 online으로 대체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버를 생각해보자. 전통적으로 택시를 부르고, 타고, 목적지까지 가고, 돈을 내는 과정은 100% 오프라인 프로세스였다. 집에서 거리로 나가 손으로 택시를 잡고, 택시 문을 열어서 타고, 목적지에 도달하면 지갑에서 돈을 꺼내 요금을 내고, 택시에서 내려서 목적지로 걸어갔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콜택시 제도를 통해서 택시를 부르는 게 조금 편해졌고, 현금 말고 카드결제나 NFC를 이용한 교통카드 결제가 가능해졌다. 우버가 나오면서 우리는 택시에 타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과 결제까지 손가락 몇 번 까딱해서 처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만 제외하면 모든 게 online으로 옮기게 되었다. 앱을 통해서 음식을 배달하는 것도 비슷하게 생각하면 된다.
재미있는 점은 대부분의 O2O 비즈니스에서 offline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이동하려면 물리적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하며,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만든 음식을 먹으려면 누군가는 우리 집으로 음식을 갖다 줘야 한다. O2O 비즈니스를 하는 스타트업들이 교통과 같은 offline 프로세스를 개선하거나 해소하는 건 매우 힘들다. 이건 교통 당국이나 다른 기관에서 해결하는 게 더 맞다. 하지만 online 프로세스를 더욱더 사용하기 쉽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건 스타트업들의 몫이다. 또한, offline 부분은 마음대로 못 하므로 전체 프로세스에서 offline 부분을 최소화하면서 online 부분을 극대화하면 O2O 업체들이 전체 비즈니스에서 제어 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이게 스타트업들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나는 이 offline/online 비중에 대해 조금 더 유식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적합한 단어를 생각해내지 못했는데, 벤치마크의 빌 걸리는 오프라인 프로세스를 최소화하면 고객들의 “불안 해소(anxiety relief)”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칼라닉이 우버를 창업했을 때 그가 처음부터 강조했던 건 앱을 통한 결제뿐만이 아니라 팁의 계산과 결제였다. 미국의 경우, 택시기사한테 팁을 줄 때 도대체 얼마를 줘야 할지 항상 혼란스럽다.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도달하고, 계산하고 내려야 하는데 이 팁 때문에 사용자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해 한다(팁 문화가 없는 한국에서는 잘 이해가 안 되겠지만, 나는 과거에 라스베가스에서 팁 때문에 택시기사와 동전을 던지면서 싸운 적도 있다). 우버는 이 팁까지 모두 앱으로 자동으로 처리해서 사전에 불안요소를 제거한다. 음식 배달이나 식당 예약도 비슷한 거 같다. 식당에 전화해서 누구와 통화해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6명 자리가 있는지 물어봐야 하는 귀찮음과 불안을 배달 앱과 예약 앱들은 사전에 제거해 준다.
잘 생각해보면 ‘offline’ 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오프라인 비즈니스들은 이런 사람 대 사람의 상호작용이 필요한데, O2O 비즈니스들은 이런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불안감과 마찰을 해소할 방법에 대해서 잘 생각해봐야 한다. 간단히 말하면 물리적으로 필요한 오프라인 프로세스를 제외한 나머지 프로세스는 모두 온라인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가져온 프로세스는 최고로 간단하고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이길 수 있는 O2O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