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전 포스팅에서 에어비앤비와 같은 마켓플레이스가 블록체인 기반의 신용평가플랫폼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이미 에어비앤비의 CTO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구현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조금 더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해본다면, 마켓플레이스가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자신의 비즈니스모델과 마켓플레이스의 개념 자체를 완전히 혁신할 수 있는 모델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에어비앤비의 모델을 기반으로 계속 이 이야기를 해보겠다. 실은 에어비앤비는 전형적인 중앙집권화된 마켓플레이스이다. 집을 빌려주는 공급자와 집을 필요로하는 수요자가 거래하는 플랫폼을 에어비앤비라는 중개인이 완전히 소유하고, 사용자들은 이 플랫폼 위에서 거래하는 대가로 (내가 보기엔) 막대한 20% 정도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우리 집을 다른 사람한테 빌려줘서 생기는 수익 중 일부를 왜 에어비앤비와 같은 중개인에게 지급해야할까? 너무 거저먹는 게 아닌가? 이건 마치 은행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 거 같다. 내가 힘들게 번 돈을 내 친구나 가족한테 송금하는데, 왜 은행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나? 인터넷이나 SWIFT 망과 같은 신뢰할 수 없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불특정(또는 특정)다수와 거래를 할 때 발생하는 ‘신뢰’의 문제 때문이다. 내가 John이라는 친구한테 1만 원을 보냈는데, John은 안 받았다고 하면 누가 이 거래를 증명해 줄 수 있나? 내가 돈을 안 보냈는데 보냈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보냈는데 John이 안 받았다는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은행을 통해서 보내면 이 거래가 증명된다. 적어도 은행은 나도 믿고, John도 믿는 중앙집권화된 중개인이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중개인이 없는 상태에서 수요와 공급이 매칭되었을 때, 돈 송금 시나리오와 비슷한 여러 가지 골치 아픈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가 신뢰하는 에어비앤비와 같은 중앙집권화된 중개인을 통해서 거래를 하는 것이다. 현재 에어비앤비 플랫폼의 거래 시나리오는 대략 다음과 비슷할 것이다:
실은, 위에서 말한 블록체인이 도입된 시나리오는 에어비앤비에서 발표한 내용은 아니고 그냥 나 같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시나리오인데,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그리고 에어비앤비뿐만이 아닌, 모든 마켓플레이스에 적용될 수 있다. 그런데, 블록체인을 이런 방식으로 구현하면 아주 큰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에어비앤비와 같은 마켓플레이스 오너들이 존재할 수 있는 땅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위의 시나리오에서도 수요자와 공급자가 블록체인을 활용해서 직거래하면 에어비앤비의 존재 가치 자체가 없어지고, 이렇게 되면 에어비앤비의 주 수입원인 거래수수료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세상이 온다면 마켓플레이스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집주인과 사용자 간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중재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을 거 같다)
이런 시나리오에서 어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생길지 나도 매우 궁금하다.
dykim22
블록체인 기반 경제에서는 에어비엔비의 존재가치는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서 원하는 집을 찾는 것”을 보다 편리하게 제공하는 능력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블록체인에 존재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다시 발굴해서 보다 가치가 높은 정보로 유통하는 것이 기존 중개 비즈니스 플레이어들의 주요 역할이 될 수 있을것 같습니다.
Kihong Bae
그런데 수수료를 받지 못하면, 에어비앤비에서 이렇게 해야하는 인센티브가 별로 없지 않을까요?
익명
좋은글 감사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수요 공급자간 거래를 안전하게 직접 거래 할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라고도 합니다. 말씀하신 모델은 진정한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가 윈윈할수 있는 공유경제의 실현 모델입니다
Kihong Bae
네, 아직 기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해결해야할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블록체인의 활약이 매우 기대되는 한 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