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 많은 분이 Bridgewater Associates의 창업자 Ray Dalio의 책 ‘원칙(Principles)’을 꽤 읽으신 거 같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시작은 했지만, 책이 워낙 두꺼워서 완독은 못 한 거 같다. 책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나도 완독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얼마 전에 드디어 다 읽었고, 재미를 떠나서 좋은 영감을 받았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중간 중간에 생각을 많이 했고, 책을 덮으면서 마치 학교를 졸업하는 심정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정도로 배움이 있었다.
나는 이 책 내용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남들한테 내가 어떻게 보일까에 집중하지 말고, 나만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집중해라” 였다. 책에서 여러 번 언급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지금 우리한테 가장 필요로 하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실은, 이렇게 말하는 건 쉽지만, 행동하는 건 정말 어렵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이렇게 하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이렇게 말하면 저 사람은 좋아하지만, 저 사람은 싫어할 텐데, 그럼 남이 다 좋아하게 하려면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우린 매일 이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내가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은 못 하고, 남이 봤을 때 내가 멋져 보이는, 그런 일만 하다가 하루를 허비한다. 이게 쌓이면, 인생을 이렇게 남을 위해서 살다가 죽을 것이다.
얼마 전에 대한항공 라운지에서, 옆에 3명의 젊은 엄마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주제는 자식들 대학진학인데, 애들이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한국에서 좋은 대학 갈 성적이 안 되니, 외국에 상대적으로 쉽게 갈 수 있지만, 그 나라에서는 꽤 알아주는 그런 대학이 있는 나라가 어디냐에 관한 대화였다. 실은, 내가 애를 안 키우니 나는 이 주제에 대한 경험은 전혀 없지만, 정말 이게 자식을 위한 건지, 아니면 엄마들의 체면을 위한 것인지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대학을 못 가거나, 또는 후진 대학 가서 엄마들 쪽 팔리는게 애들이 원하는 걸 하는 것보단 우선순위가 더 높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옆에는 출장 가는 대기업 과장과 대리가 있었는데, 역시 이분들도 정공법으로 일을 잘하는 방법보단, 본인들이 회사에서 하는 행동이 다른 부서한테 어떻게 보일지, 윗사람한테 어떻게 보일지에 더 초점을 맞추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일을 잘해서 월급 받는 게 아니라, 상사와 동료를 기쁘게 해주는 대가로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다.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는 말 못 하지만, 나는 전반적으로 남한테 내가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걱정을 많이 안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위주로, 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기 위한 방법 위주로 행동하면, 실은 욕을 먹는 경우가 많다. 나도 여기저기서 욕먹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데, 뭐, 별로 신경 안 쓴다. 실은, 이게 처음엔 상당히 힘들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그런데 익숙해지면 정말 편하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서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레이 달리오가 말하는 것처럼, 이게 제일 중요하다. 인생에서도, 그리고 일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