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스탠포드 대학 교수와 연구진이 쓴 저널을 읽었는데, 새들이 착지할 때, 표면의 상태, 재질, 그리고 면적과 상관없이 미끄러지지 않고 잘 걸터앉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고, 표면에 따라서 발과 발톱의 그립이 어떻게 변하고 반응하는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저널 저자 중 Mark Cutkosky는 기계공학과 교수인데, 나도 이분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이 교수님의 전문 분야는 biomimetics(생체모방)인데,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적 요소들이나 생물체의 특성들을 연구하고 모방해서 실생활에 적용하는 로보틱스의 한 분야이다. 이런 실험을 하는 목적도, 새들과 같이 그 어떠한 표면에도 쉽게 착지했다가 다시 날 수 있는, 하늘을 나는 로봇을 만들기 위함이다.

Gary라는 이름의 유리앵무새(Pacific Parrotlet: 작은 앵무새의 일종)가 다양한 표면에 착지하고 다시 날아오르는걸 여러 개의 센서와 카메라로 측정하고, 측정을 통해 얻은 수치들을 사용한 시뮬레이션과 모델링을 통해서 배운 몇 가지 점은 다음과 같다. 앵무새가 착지할 때 날개와 다리는 이미 알려진 공통된 착지 방법과 원리가 적용되지만, 발, 발가락, 그리고 발톱은 착지와 동시에 표면에 따라서 변화한다. 일단 발바닥으로 표면의 마찰을 본능적으로 계산하고, 표면이 넓고 미끄럽지 않으면 발가락을 주로 사용해서 꽉 잡고, 표면이 미끄러워서 발가락으로 잡는 게 어려우면, 그땐 발톱이 사용된다고 한다. 또한, 최대한 활용 가능한 표면을 확보하기 위해서, 발바닥 마찰력을 상당히 잘 활용하고, 발-발가락-발톱이 매우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도 배웠다. 나도 공학박사가 아니라서, 이 저널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세세한 수치나 내용을 100% 이해하진 못 했지만, 기본 개념은 이렇다. 제일 재미있는 건, 새의 발바닥이 표면에 닿은 후 거의 동시적으로, 1~2 밀리세컨드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 모든 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참고로, 사람이 눈 한번 깜박이는 데는 100~400 밀리세컨드가 소요된다. 이 연구 관련 짧은 유튜브 동영상이다:

과연 이 연구로부터 얻은 결론을 로봇에 얼마만큼 적용할 수 있을까? 새같이 효율적으로 착지하고, 표면에 잘 적응하는 로봇을 실제 새의 1/10 만큼이라도 비슷하게 만들 수 있을까?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아마도 이 정도 수준의 로봇을 만들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거 같고, 어쩌면 비슷하게는 만들겠지만, 자연을 100% 모방하는 기계는 영원히 못 만들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런 첨단 기술에 투자하고, 기술의 비약적인 진보로 인해 세상이 좋아진다고 하지만, 오히려 나는 어떤 건 그냥 자연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게 자연의 신비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