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나 투자자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대부분 스타트업이 무에서 시작하는 회사라서, 모두가 성장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손꼽아서 이야기한다. 우리 또한 초기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성장이 분명히 그중 하나라고 답할 것이다. 투자자들이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산정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게 절대적인 수치이지만, 절대적인 수치가 조금 작아도 그 성장 자체가 좋다면,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얼마큼 성장해야지 좋은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답은 없지만, 많은 VC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오랜 기간동안 매달 20%씩 계속 성장할 수 있으면, 유니콘 가능성이 있는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달 매출이 1,000만 원 이라면, 20% 성장하면 다음 달 매출은 1,200만원, 그리고 그 다음 달 매출은 1,320만 원, 이렇게 올라가는 건데, 언뜻 보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닌것 같다. 그런데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복리의 마술이 적용되면서 갈수록 성장 자체가 가팔라진다.

주식회사 고성장, 중성장, 저성장이라는 3개의 스타트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세 회사 모두 비슷한 비즈니스를 하고, 모두 사업 시작 첫 달 매출이 1,000만 원이었다. 고성장은 첫해 매달 20% 성장했고, 중성장은 10%, 그리고 저성장은 5% 성장했다. 이걸 그래프로 한번 그려보자.

1 yr

차이는 명확하다. 시작은 같지만, 갈수록 그래프 차이가 나면서 고성장은 12개월 후 월매출이 약 7,400만 원, 중성장은 약 2,900만 원, 그리고 저성장은 1,700만 원이다. 이 성장이 지속되고, 계속 같은 성장을 2년(=24개월) 동안 한다고 가정해보고 이걸 다시 그래프로 그려보자.

2 yrs

세 회사의 차이는 더욱더 명확해진다. 같은 1,000만 원 선에서 출발했지만, 2년 후 고성장의 월매출은 6.6억 원, 중성장은 9,000만 원, 저성장은 3,000만 원이다. 고성장은 2년 만에 월 매출 66배, 중성장은 9배, 저성장은 3배 성장했다. 복리의 힘이 대단하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투자자들이 오랫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회사들을 좋아하고, 이런 회사에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매기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또 생각해볼 건, 이런 성장이 평생 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어떤 회사도 평생 매달 이렇게 성장할 수 없다. 어느 순간이 지나면, 성장률이 줄어들 것이고, 한자릿수가 되면서 대부분 성장을 못 하거나, 아니면 완만한 성장곡선을 그리게 된다.

그래프를 한 번 더 그려보자. 고성장은 2년 동안 매달 20%씩 성장했지만, 극심한 경쟁 때문에 3년 차부턴 월 성장률이 5%로 줄었고, 이후 계속 5%만 성장을 했다. 반면 중성장은 오히려 좋은 인재들을 영입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서 3년차 부터 월 20% 성장을 했다. 저성장은 그냥 계속 5%씩 아주 오랫동안 변함없이 꾸준히 저성장을 했다.

3 yrs

고성장이 초반에 워낙 점수를 많이 따서 아직 절대적인 수치는 압도적이지만, 후반부에 가속하고 있는 중성장의 성장은 괄목할만하다.

실은,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작은 성장이 계속 반복되고 쌓이다 보면, 얼마나 큰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초반에 너무 빨리 성장하다 보면, 성장통을 겪게 되고, 어느 순간 그 성장이 멈추는데, 그때 그동안 조금 더디게 가던 경쟁사들이 확 치고 올라올 가능성 또한 충분히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결국, 정답은 적당하게 아주 꾸준히 성장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꾸준하지만, 성장폭이 너무 작아도 안 되고, 꾸준하지만, 성장폭이 초반에 너무 커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