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머 21기 회사 중 폴러리라는 팟캐스트 스타트업이 있다. 내가 담당하는 회사라서 이 회사의 대표님과 몇 달 동안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오디오 콘텐츠와 팟캐스트 시장과 사업에 대한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고, 나도 이 산업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폴러리와 이야기하면서 콘텐츠 시장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었고,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고객은 ‘시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전 세계 모든 인간에겐 하루 24시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24시간을 줄일 수도 없고, 늘릴 수도 없고, 누구에게나 주어진 24시간은 공평하다.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약 8시간이 남는데, 이 8시간을 선점하기 위해서 모든 B2C 제품과 서비스들이 매일 전쟁과 같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 시간에 나는 책을 읽을 수도 있고, 팟캐스트를 들을 수도 있고, 넷플릭스를 시청할 수도 있고,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이 외에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확실한 건,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물리적으로 이 8시간이 늘어나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이 시간 동안 즐길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매일 매일 새로운 제품과 앱들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이들은 모두 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시간을 조금 더 뺏어와서 그들의 제품을 사용하게 하고 돈을 쓰게 만들까 고민하고 있다. 이 고민을 하는 게 스타트업 사람들의 full-time job이다.

이런 시각에서 시장을 보면,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번만 사용하는 앱들은 엄청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수천 개 ~ 수만 개의 선택지가 있는데, 한정된 시간에 이 앱들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사용한다는 건, 정말 스타트업의 인간승리다. 유튜브, 페이스북, 틱톡,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쿠팡, 당근마켓 등과 같이 거의 매일 사용하는 앱은 신의 경지에 오른 제품들이다. 잠자고 일할 시간도 모자라는데, 매일 이런 제품을 사용하게 만드는 제품의 강제성, 완벽성, 그리고 중독성은 위대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요새 개인적으로 사람들의 물리적인 시간을 늘릴 수 있는 기술, 몸을 손상하지 않고 잠을 줄일 수 있는 기술 또는 뇌를 더욱더 활성화할 수 있는 기술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시간이야말로 모든 스타트업이 확보해야 하는 가장 큰 고객인데, 이런 다양한 기술과 제품을 이용해서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으면, 새로운 기회들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