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미국에 아주 긴 출장을 다녀왔다. 7년 전에 창업해서 3번의 피봇을 하면서 2번 망할 뻔했지만, 세 번째 피봇한 제품이 꽤 잘되고 있는 우리 투자사 대표를 굉장히 오랜만에 만났는데, 마치 거의 질 뻔하다가 이긴 전쟁을 같이 싸웠던 전우를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매우 반가웠다. 둘이 점심에 햄버거랑 맥주 한잔하면서 사업 이야기보단 그냥 개인적인 근황에 관해서 이야기를 더 많이 했는데, 이분이 꽤 울림이 있는 이야기를 해서,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일단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궁금했던 건, 얼마 되지도 않은 투자금과 돈을 못 버는 – 실은, 새로운 사업도 못 번다 – 비즈니스로 이분이 도대체 7년을 어떻게 버텼는지였다. 우리 포트폴리오에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버티는 분들이 몇 명 있는데, 어떤 분은 외주 일감을 하고, 어떤 분은 주식 투자나 디지털 자산에 투자해서 그 돈으로 생계를 이어갔고, 어떤 분은 그냥 원래 집에 돈이 많았다. 이분은 그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았는데, 다행히도 좋은 직장에서 돈을 잘 버는 와이프분(당시엔 여자 친구)이 7년 동안 지금은 남편이지만, 당시엔 남자 친구였던 우리 투자사 대표를 부양하고 먹여 살려줬고, 지금도 실은 먹여 살리고 있다고 했다.

“Behind every entrepreneur, there is a hidden co-founder that is not on the cap table”이라는 말을 이분이 했는데,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우리 투자사 대표님의 보이지 않는 숨은 공동 창업가는 이분이 지치지 않고 사업을 포기하지 않게 할 수 있었던 의식주를 해결해 준 와이프분이고, 우리가 투자한 많은 창업가분에게도 주주명부에 보이는 실질적 공동 창업가들만큼 사업에 기여를 많이 해 준 숨은 공동 창업가들이 있다.

어떤 분들에겐, 이 숨은 공동 창업가가 남편이고, 와이프이고, 부모님이고, 가족들이고, 또는 힘들 때 항상 위로해 주는 친구들이다. 이 외에 많은 분들이 있다. 나도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 와이프, 그리고 이젠 무지개다리 건너편에서 나를 지켜보는 우리 개 마일로, 이 두 명이 스트롱의 숨은 공동 창업가들이다. 힘들고 지칠 때, 이 두 명이 나를 지탱해 주지 않았으면 나도 13년 동안 스트롱을 운영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도 펀딩, 성장, 채용, 프로덕트, 그리고 그냥 생존하기 위해서 모든 창업가분이 공황 상태의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겠지만, 이 글을 읽는 이 순간만이라도 나의 숨은 공동 창업가에게 고마운 생각을 하고, 고마움을 표시해 보길 바란다. 우리의 와이프, 남편, 엄마, 아빠, 친구, 그게 누구든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