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그렇지만, 한국도 AI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어느 정도 계획대로 자금을 집행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한국은 상대적으로 잘 사는 나라라서 미국이나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아마도 전 세계에서 AI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나라 중 하나일 것이다.
솔직히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 그리고 이 막대한 자금을 어디서 확보할 건지는 확실치 않지만, 어쨌든 국가적으로 이렇게 큰 투자를 하는 방향 자체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투자가 제대로 집행되는 건 또 다른 문제라서 앞으로 이 일을 하는 적절한 분들이 국민의 세금을 잘 활용할 수 있길 바란다.
모든 현상에는 음과 양이 있고, 역시 정부의 이 계획에도 찬반의 의견이 난무하고 있다. 나같이 어느 정도의 회의감이 – 이건 방향이 아니라 실제 집행을 잘할지에 대한 의문이다 – 있지만 방향은 맞다고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그룹이 있고, 한국은 이미 늦었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은커녕 인도와 같은 나라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반대하는 그룹도 있다.
결사반대하는 사람의 의견도 공감하고 이해한다. AI는 first mover가 되는 게 정말 중요하고,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라서 이미 우리는 늦었다는 회의감, 왜 한국은 먼저 시작하지 못하고 항상 후발주자인지에 대한 불만, 그리고 솔직히 테크와 AI와는 큰 상관 없는, 그냥 단순히 현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등의 이슈가 혼합된 의견인 것 같다.
우리는 AI의 후발주자이다. 이건 맞다. 어쩌면 남들은 이미 100m 경주에서 50m 선에 도달했는데, 이제 한국은 출발선에서 시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상황이 우리에게 그렇게 낯설진 않다고 생각한다. 우린 이미 수십 년 동안 대부분의 산업에서 항상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후발주자로 시작해서 결국엔 이긴 경험이 우리에겐 너무 많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한국이 자동차를 처음 만들지 않았다. 미국, 독일, 그리고 일본이 우리보다 훨씬 먼저 시작했고, 시장을 압도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가 포드로부터 외주 생산을 맡으면서 우리는 매우 늦게 시작했지만, 이젠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차를 만드는 나라가 됐다.
배도 마찬가지다. 영국과 일본이 우리보다 훨씬 앞섰지만, 결국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배를 만드는 나라가 됐다.
음악 하면 케이팝이 떠오르지만, 한국은 클래식 음악도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나라 중 하나이다. 음악에 있어서는 한국은 정말 후발주자였다.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나라에서 무슨 엔터테인먼트를 하냐는 비난도 있었지만, 이제 한국은 전 세계의 대중음악가와 고전음악가가 필수적으로 방문하고 벤치마킹하는 나라가 됐다.
반도체나 스마트폰은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미국, 일본, 핀란드 등이 한국보다 훨씬 더 먼저 시작했고, 시장을 장악했지만, 이 시장을 우리는 야금야금 먹으면서 이제 전 세계 1등이 됐다.
케이뷰티 또한 마찬가지다. 못 사는 나라에서 무슨 외모에 신경을 쓰냐는 회의감도 컸지만, 한국은 전 세계에서 화장품을 가장 잘 만들고, 외모 관련 산업에서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압도적인 1등 국가가 됐다. 뷰티 분야는 프랑스와 일본이 20년 전만 해도 한국보다 훨씬 앞서고 있었다.
이 외에도 한국이 후발주자였지만 이제 1등인 분야가 너무 많다. 우리는 남들보다 더 빠르게 배웠고, 더 빠르게 따라잡았고, 결국 많은 분야에서 선두반열에 들어왔다. 나는 이게 한국이 가진 후발주자의 저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후발주자의 저력이 AI에서도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법은 없다. 아니, 먹힐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우리는 정말 똑똑하고,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물론,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있다. 남들이 모두 사용하는 플레이북이 아닌 우리만의 성공방식이 필요하고, 한국은 열심히 일하지만,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이건 다음 포스팅에서 조금 더 이야기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