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에 서울에서 우리의 가장 큰 연례행사인 AGM(Annual General Meeting: 정기조합원총회)이 있었다. 우리 같은 VC의 주주총회이다. 우리도 누군가의 돈을 받아서 투자하는 펀드매니저인데, 우리에게 돈을 제공하는 투자자를(LP: Limited Partner) 대상으로 스트롱의 일 년 동안의 활동과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다.

대부분의 VC는 AGM을 하는데 그 형식과 진행방법은 천차만별이다. 우리는 한국보다 해외 LP가 더 많은데, 해외 투자자가 스트롱의 행사에 참여함과 동시에 한국을 조금 더 배우고 즐기는 자리로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1박 2일 행사인데 첫날은 행사장에서 진행하고, 둘째날은 흥미로운 공간이나 시설을 운영하는 스트롱의 포트폴리오를 방문하거나, 다양한 회사들이 발표하는 미니 데모데이를 진행한다. 올해는 성수동에 있는 우리 투자사를 방문했고, 예약하기 어렵다는 ‘남영돈’에서 점심도 먹었는데, 서울에 사는 나도 갈 때마다 항상 흥미로운 성수동을 해외 투자자들은 정말 재미있게 구경했다. 그리고 우리의 LP를 위한 행사지만, 이분들이 스트롱에게 제공하는 자본이 어떤 창업가에게 투자되는지 궁금해하기 때문에 우리가 투자한 다양한 창업가분들도 참석해서 꽤 재미있고, 적극적으로 소통했던 알찬 이틀이었다.

이 큰 행사를 우린 외부 에이전시를 사용하지 않고 내부에서 일곱명이 다 기획하고 진행하고 소화해낸다. 처음 하는 게 아니라 모두 각자의 역할을 잘 알지만, 행사 준비와 진행과정은 항상 바쁘고 스트레스 레벨이 높다. 올해도 멋진 행사였는데, 해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리 LP들보다 우리가 이 행사를 더 즐기는 것 같다. 기획부터 실제 진행까지 매 순간이 힘들지만, 그 누구보다 신나게 준비하고 진행한 건, 이 행사의 주최자인 우리였던 것 같다.

좋은 행사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그 행사에 오는 분들이 좋은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많은 행사에 참여하진 않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좋은 사람들이 참여하면 그 성격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좋은 행사가 된다. 아무리 화려한 장소에서 진행하고, 유명 연예인이 사회를 보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도 이상한 사람이 참여하면 그 행사는 최악의 경험이 된다. 우리 AGM을 뒤돌아봤을 때, 이 행사에 참여한 우리의 LP, 이들의 돈이 집행되는 우리의 창업가, 우리와 함께하는 파트너분들, 그리고 이 모든 분을 끈끈하게 엮는 스트롱, 모두 너무 좋은 사람이기에 최고의 행사가 됐던 것 같다. 우리가 열심히 준비했고, 모든 걸 다 챙겼다고 생각했지만, 행사 진행이 100% 매끄럽진 않았다. 분명히 놓친 부분도 있고, 진행이 미흡했던 점도 있었다. 하지만, 참여했던 사람이 모두 일류였기 때문에 완벽한 행사로 끝낼 수 있었다.

AI가 모든 걸 만들고, 창작하고, 심지어 의사결정까지 하는 이 시대에 사람이 설 자리가 점점 더 없어질 것이라고 많은 분들이 예측한다. 어쩌면 이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나쁜 사람들이 설 자리가 점점 더 없어질 것이고 좋은 사람들이 설 자리는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기계가 더 발전할수록 사람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나는 항상 생각했는데, 이런 내 믿음은 우리 행사에서 더욱더 확고해졌다. 모든 위대한 것의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고, 나의 사람에 대한 이런 믿음은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많은 분이 행사에 대해 굉장히 좋은 말을 해줬는데, 나는 그 어떤 말보다 가장 뿌듯했던 피드백이 “Strong has a great team”이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참석자가 이 말을 나에게 해줬다. 솔직히 말해서 우린 가족 같은 분위기의 팀은 아니다. 하지만, 모두 어른들이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professionalism을 기반으로 일하는 팀인데 이런 우리의 문화와 색깔을 다른 분들도 느낄 수 있었다는 게 나에겐 큰 의미가 있었다. 역시 좋은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알아보는 것 같다. 좋은 사람들이 설 자리는 아직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