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넷플릭스가 고전하고 있다. 아직 OTT 업계에서는 최강자이고 나만 봐도 계속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고, 내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데, 이 회사와 업을 잘 아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면 신규 고객 획득 속도가 둔화하고 있고 히트 콘텐츠 제작 능력도 신통치 않아서 회사의 장래가 어둡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시장의 심리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회사의 시가총액이 2025년 고점 대비 반토막 이상 났다.
나도 관심이 많은 회사인데, 얼마전에 넷플릭스 관련 기사를 보다 이런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올가을에 넷플릭스는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고 원래는 전체 직원의 10%를 감축하는 걸 목표로 했다가 결국 6%로 협의했다. 어느 수요일 오전에 대표이사는 직원들에게 내부 메모를 통해 – 아마도 이메일이었을 것이다 – 이 계획을 발표했고, 이날 오후 2시경 해고 대상자들은 회사 이메일 접근 권한을 잃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에 넷플릭스에서 콘텐츠 총괄 벨라 바하리아도 사전 통보 없이 해고됐다.
해고된 직원분들에겐 안타깝지만 나는 이 기사를 읽고 미국 회사들의 빠르고 자유로운 해고 문화가 굉장히 부러웠다. 회사가 어렵고 성장을 못 하면 결국 그 책임은 회사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에게 있고, 회사의 성장에 기여를 못 하는 사람들은 나가야 하는 게 맞다. 회사에 기여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기준은 회사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회사는 실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회사는 실력보단 조직문화에 얼마나 잘 맞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회사가 그 직원이 필요없다고 결정하는 그 순간 해고를 통보할 수 있고, 통보받은 직원은 나가야 한다. 해고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이후에 법적 절차를 밟으면 되는데, 내가 아는 미국 근로자들은 웬만하면 노동청에 신고하지 않고, 그렇게 하더라도 회사가 지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물론, 누가 봐도 부당한 이유라면 회사가 지지만, 회사가 누군가를 해고할 때는 대부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은 넷플릭스같이 사람을 해고하는 게 참 어려운 나라다. 오전에 이메일로 해고됐다는 내용을 전달받고, 당일 오후에 회사의 출입카드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노동청에 신고는 물론, 어쩌면 뉴스에도 나올만한 이슈가 될 건데, 이유를 막론하고 아마도 노동청에 신고가 접수되면 그 회사가 벌금을 내거나 심한 경우 대표이사가 구속될 수도 있다.
나도 2001년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실리콘밸리 보안 스타트업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얼마 안가서 닷컴버블이 터지면서 해고대상 리스트에 올랐다. 일을 그렇게 못 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회사는 비용절감을 해야 했고, 경영진은 내가 회사에 큰 기여를 못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넷플릭스 임직원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자고 일어나니까 새벽에 회사에서 오늘부로 해고됐다는 통보 이메일을 받았고, 기분은 더러웠지만, 내 물건을 찾으러 회사에 갔다. 그게 아마도 오전 8시 40분 정도였던 것 같다. 건물에 들어가기 위해서 출입증을 단말기에 갖다 대니 초록불 대신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출입이 거부됐다. 가끔 접촉불량으로 인해 빨간불이 들어온 적이 있어서 몇 번 더 해봤는데 안 되자 “아, 나 짤렸지…”라는 사실이 그제야 실감 났다. 그리고 몇 분 후에 우리 회사 HR 매니저가 내려와서 “Sorry Kihong, we are letting you go”라고 하면서 내 물건으로 가득찬 종이 박스를 건내줬다. 그 박스를 받기 위해서 문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저지당했다. 대신, HR 매니저가 밖으로 나왔다. 역시 기분은 더러웠지만, 이렇게 나는 첫 직장에서 짤렸다.
나는 이게 부당하다고 생각했을까? 전혀. 나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열심히 한게 회사에 상대적으로 기여를 못 했다고 회사는 판단했고,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서 나는 해고된 거다. 그냥 그렇게 된 것이다.
원래 회사라는게 이런거다. 내가 일하는 대가로 회사는 나에게 돈을 주는데, 그 돈은 땅을 파면 기름처럼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나 같은 직원이 회사에 기여하면 매출이 발생하고, 그 매출로 직원들 월급을 주는 건데, 내가 그만큼 회사에 기여를 못 한다고 판단되거나, 회사의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그냥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는 이 사실을 석 달 전에 통보할 수도 있고, 당일 통보할 수도 있다. 이건 회사의 정책이고 솔직히 맘대로 할 수 있다.
한국은 안타깝게도 이게 안 된다. 한 번 채용하면 해고하는 게 너무 힘들고, 해고해도 회사에 데미지가 발생한다. 현실이 이러니 사람을 채용하는 걸 극도로 꺼리고, 인터뷰 과정이 매우 길고, 수습기간이 생각보다 빡세다. 직원들에겐 이게 불만이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이 이렇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다.
누가 봐도 일 안하고, 회사에 기여도가 낮고, 심지어 암과 같은 존재인데, 이런 직원을 회사에 계속 남기면 그 회사는 결국 망한다. 그런데 이런 분을 해고하면 온갖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하니, 회사의 경영진으로서는 이 사람을 해고하지 말고, 계속 잘 설득하고 달래면서 같이 가는 결정을 하는데, 이 선택 때문에 회사가 거의 망할 뻔 한 걸 몇 번 봤다.
이런 한국의 현실과 넷플릭스 같은 회사의 당일 통보 및 해고 문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물론, 악덕 고용주가 일 잘하는 직원을 부당하게 해고하는 사례가 있어서 한국 특유의 방식대로 노동법이 하나씩 생긴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차를 아예 법적으로 금지하거나, 차의 운행을 시간으로 제한하는 건 올바른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쩌면 너무 고용주와 사장님의 관점에서 편협하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지만, 나는 한국의 이런 즉각적인 해고가 거의 불가능한 현실은 모두의 발전을 심하게 저해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고용 경직성에 대해서 정치권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저는 봅니다. 문제는 ‘누가 고양에 목에 방울을 달거냐’ 입니다. 아직 국민들은 과반 이상이 이 문제에 대해서 인식하거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치인이(좌/우를 모두 포함하여) 앞으로 표 장사에 손해가 많이 보이는 이 일을 하려고 할까요? 결국 문제가 현상으로 나타나고, 현상이 국민 개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때 쯤이 되어야 그나마 논의를 해볼까 할것입니다. 지금 기업들 잘돌아가고 있지 않냐구요?. 저는 사업을 합니다. 엄격하게 노동법을 들이 댄다면 한국에 있는 모든 사장님들을 콩밥 먹일 자신 있습니다. 현실과 괴리된 법률에 어떻게든 다들 맞춰서 살아갈 뿐입니다.
미국 대부분의 주는 임의고용이 원칙이니까 언제든 고용관계를 끊을 수 있죠. 한국과 같은 정규직의 개념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한국도 임의고용 형태를 따르게 되면 어떻게 될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시는 분들이나 쉬운 해고를 반대하시는 분들은 사회적 불안을 말씀하시는데요, 사회적 불안은 요즘 같은 세상에 피할 수 없는 것이라 봅니다.
오히려 인간의 노동가치가 점차 낮아지는 이 상황에선 양극화를 인정하고 정책을 만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잘 만들어놓아 올바른 방향으로 많은 노력을 하는 사람이 상위층에 합류할 수 있게 하여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은 부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폭력으로 그들의 성취를 뺏지 못하도록 로봇경찰을 만들어 치안을 유지하는 등의 방법으로요.
그렇게 되는 과정이 쉽진 않겠지만 AI와 로봇이 발전하게 되면 사회에 기여를 덜 하는 사람들의 노동력이 아쉽지 않아질테니 달래가며 일을 시킬 필요도 없을거고 이런식으로 품질좋은 인류의 유전자만 남겨가는 방향이 장기적인 인류 발전에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 동의합니다. 불만 있다면 회사에 그만큼 기여 하시면 될 듯..
곧 댓글이 엄청나게 달릴 글이 되겠네요 ㅎㅎ
저도 지난 몇 년간은 기홍님과 생각이 거의 100% 일치했는데요. 최근에는 고용 불안정이 사회 안전망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예컨대 실직으로 삶의 기반을 잃은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범죄에 내몰리는 등,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어느 한쪽의 관점에서만 바라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여러모로 불안정한 시기에는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인 것 같고요. 결국 여러 가치가 충돌하는, 일장일단이 있는 이슈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특히 글쓴이는, 자유로운 해고가 고용 불안정을 만드는것으로 생각하는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여기 기홍님의 글에서도 있지만, 해고가 어려운 문화가 오히려 더 고용을 줄이는 결과로 나오고 있습니다. 고용이 가장 자유로운 미국의 고용률이 해고가 가장 어려운 유럽의 고용률보다 좋습니다.
무엇이든 과하면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듭니다. 근로자의 권리의 보호에 관해 한국 사회는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고용을 줄이는게 최선의 경영’이 되어 버렸습니다. ‘더 많이 고용하여 더 많이 성장하자’가 아니라, ‘시스템과 인프라에 투자하되, 사람에게 투자는 최대한 줄이자’가 되었습니다. 과연 이게 ‘사회 안전망을 강화 시키는 것’ 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