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7년 전에 첫 투자를 했고, 이후에 네 번을 더 투자해서 총 다섯번 투자한 회사의 창업가분들을 얼마전에 만났는데, 그날의 미팅에 대한 여운도 오래 갔고 여러가지 면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 많아서 몇 자 적어보고 싶다.
일단 이 팀은 진짜 바퀴벌레팀이다. 정상적이고 이성적인 사람들이었다면 이분들은 진작 회사 문을 닫고 사업을 접어야 했는데,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으로 지금까지 계속 잘 버티면서 사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사업을 접어도 그 누구도 이 분들을 비난할 수 없는게, 그동안 너무 열심히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내가 항상 강조하지만, 사업은 단순히 실력만으로 하는 게 아니고 운도 따라줘야 하는데 – 실은 운이 실력보다 더 중요하다 – 이 분들에겐 아쉽게도 운이 별로 안 따라준다는 생각을 나는 자주 한다.
나는 이분들을 정기적으로 만나는데, 만날 때마다 기분좋게 놀란다. 이들이 잘 버티고 있다고 했지만, 매번 만날 때마다 느끼는 건, 단순히 버티고만 있는 게 아니라 이 어려운 환경에서 계속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매번 답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계속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은 지금까지 어려운 사업을 하는 수많은 회사와 창업가를 본 나도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이분들은 볼때마다 매번 마지막 한 방울까지 스스로를 쥐어 짜내면서 방법을 찾는 게 정말 신기하다. 얼마전 미팅에서는 나는 스스로에게 계속 이 질문을 했다.
“와,,,나는 과연 나 스스로를 이렇게 쥐어 짜낼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게 못 한다. 그냥 생각만해도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나도 일반 사람들보다 고통을 나름 잘 견디고, 힘든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방법을 찾는 노력을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이들과 같이 체력과 정신력을 쥐어 짜내면서 방법을 찾는 걸 못 하는 걸 생각해보면, 우리가 투자한 창업가들은 정말 독특하고 특별한 분들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고, 이런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감사했다.
위에서 말한 회사는 최근 1년 동안 거의 매달 회사에 큰 위기가 왔다. 자금의 압박, 정책의 변경, 경쟁사의 방해, 내부 인력과의 갈등 등과 같은, 규모가 작고 돈이 없어서 체력이 약한 스타트업을 한 방에 훅 가게 할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들이었고, 솔직히 매번 이런 일이 일어날때마다 나는 이제 여기서 끝이라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이 창업가들은 그냥 사람이 아니다. 절대로 죽지 않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는 바퀴벌레 같은 분들이라서 매번 위기가 닥칠때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주말도 반납하고 전체 팀이 똘똘 뭉쳐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 힘든 일이 닥칠때마다 어쩌면 이번엔 우리 회사가 망할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을 느꼈지만, 또 방법을 찾아서 극복했고, 이렇게 극복한 후에 생각해보니 그 공포스러운 상황이 생각만큼 힘들지 않았다고 느끼면서 계속 체력과 용기가 쌓이게 된 것 같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면 창업가들은 새로운 긍정의 힘과 자신감을 얻게 되고, 이는 또다시 한번 모든걸 쥐어 짜내면서 새로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용기가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반복될수록 복리가 작용하면서 웬만한 어려움에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 창업가가 된다.
나는 모든 어려움에 대한 해답은 어딘가에 있다고 믿는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그 해답을 찾아야 하는데, 대부분 답을 찾다가 사라진다. 하지만, 좋은 창업가들은 체력과 정신력을 쥐어 짜내면서 매번 이 해답을 찾는 걸 자주 경험하는데, 이럴때마다 우리가 정말 대단한 사람들과 이 힘든 여정을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오늘도 고통스럽고 힘든 하루가 되겠지만, 다시 한번 모든 걸 쥐어 짜내보자. 답은 어딘가에 있고,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섯번이나 투자를 하셨다고 하니 스트롱벤처스 입장에서는 창업가의 태도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컸으면 머릿속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후속투자를 했을까 라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버티는 스타트업에게 운때가 오면 크게 성공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보고 있는 대한민국 스타트업은 그 해 반짝하는 지원사업 자금에만 의존하여 한해 한해 버티는 좀비 스타트업도 꽤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는 시장과 본인 사업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정리를 하라고 독려한는 VC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현재 일하고 있는 스타트업도 그런 케이스인것 같습니다.
타겟 시장이 호황임에도 불구하고 8년째 PMF 못찾는 (4년째 창업가를 옆에서 지켜보니 이제는 그냥 PMF 찾기 싫어한다고 생각이 드는) 그런 창업가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현재 사항을 직시 못하고 버티는 것이 영웅이라도 된 듯 자랑인양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조회수에 위안을 얻는 모습까지 보고 있자니 차라리 다 내려놓고 어디 마음 치유를 받으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시장과 사업에 대한 판단이 뚜렷하다면, 무조건 피벗하거나 시장이 주는 신호대로 움직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일하고 계시는 스타트업에서는 왜 시장이 호황인데 움직이지 못한다고 생각하세요?
저 또한,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시장에 맞게 유연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건지, 혹은 버티고 또 버텨서 고객이 원하는 좋은 제품 만들어내지 못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거든요.
저희 서비스에 지갑을 여는 고객은 인바운드 외국인 관광객들이며 지난 3년간 한국으로 여행오는 관광객은 K콘텐츠 트렌드를 타며 꾸준히 증가하여 환율이 최저 정점을 찍은 올 상반기에 큰 호황이였습니다. 저희와 비슷하게 출발했거나 더 늦게 창업한 회사들도 의미있는 포지션을 가져가며 성과는 내는 반면 저희는 이미 늦게 출발한 회사들의 매출도 못따라 가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 총력을 기울여서 성과를 내도 모자랄 판에 매년 스타트업 지원금에 지원하여 적자를 줄이는 행보에 거기다가 매출도 안나오는 프랑스법인을 작년에 세워 직원을 제대로 뽑을 수 있는 여력도 아니고 시간과 비용만 들이는 행보는 이해할 수가 없네요.
저희 투자사가 아니고, 현재 회사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제가 조언을 드리는건 좀 그렇네요. 참고로, 저도 힘들어하는 모든 저희 투자사 대표님들에게 무조건 버티라고 조언하진 않습니다. 안 될 것 같으면 최대한 빨리 정리하라는 무거운 조언도 많이 하고, 푸쉬도 하긴 합니다. 스타트업의 세계가 오묘하고, 사람을 항상 겸손하게 만드는게,,,제가 버티라고 조언한 대표님들이 끝까지 버텼는데 결국 잘 안되서 “아, 그냥 그때 폐업할걸…”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 그냥 폐업하라고 조언해서 대표님들이 폐업했는데, 이후에 시장이 확 열려서 “아, 조금만 더 버틸걸…” 이렇게 후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말씀하신 태도와 집요함에는 많이 공감합니다. 창업가에게 어느 정도 비이성적일 정도의 몰입과 끈기가 필요한 순간도 분명 있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이런 이야기를 VC가 반복해서 하는 건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보면, 정말 대부분 열심히 합니다. 인생을 걸고 하는 분들도 많고, 주말 없이 일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성과는 정말 천차만별입니다.
그 차이가 과연 누가 더 간절했고, 누가 더 오래 일했고, 누가 마지막 한 방울까지 더 쥐어짰느냐에서 나오는 걸까요.
상당 부분은 시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시장을 운 좋게, 혹은 똑똑하게 골랐다면 같은 노력으로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구조적으로 어려운 시장을 골랐다면 아무리 훌륭한 팀이 죽도록 노력해도 성과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특히 VC들로부터 “일론머스크는 주 100시간 일한다”, “누구는 주말까지 갈아 넣는다” 같은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사실 이 블로그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봤던 것 같습니다. 끝까지 버텨야 한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주말까지 일하고 스스로를 극한까지 밀어붙여야 한다는 이야기들입니다. 물론 그 메시지 자체에는 저도 상당 부분 동의합니다. 실제로 창업을 해보면 그런 순간이 반드시 있으니까요.
다만 이런 메시지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창업가는 회사가 잘 안 되는 이유를 시장이나 사업모델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팀의 노력 부족에서 찾게 됩니다.
“내가 덜 열심히 해서 그런가?”
“우리 팀이 주말에도 일하지 않아서 그런가?”
“내가 아직 나 자신을 충분히 쥐어짜지 않은 건가?”
저는 이게 창업가의 시야를 오히려 좁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산업을 보고 수많은 회사를 만나는 VC가 창업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더 열심히 하라는 독려보다, 창업가 혼자서는 보기 어려운 더 넓은 시야 아닐까요.
지금 문제가 정말 실행력의 문제인지,
시장의 문제인지,
사업모델의 문제인지,
아니면 애초에 게임을 잘못 고른 건지 봐주는 것 말입니다.
열심히 하는 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좋은 사업은 어쩌면 “죽도록 열심히 해야 겨우 굴러가는 사업”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시장을 골랐기 때문에 같은 노력에도 자연스럽게 앞으로 굴러가는 사업에 더 가까운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주말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만,
창업가의 체력과 정신력, 집중력은 결국 유한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나 스스로를 쥐어짜낼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유한한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더 좋은 시장, 더 좋은 문제, 더 큰 기회에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VC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 아닐까요.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는 사실 온 세상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창업 관련 책에서도, 유튜브에서도, 주변 창업가들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 창업가 본인 스스로가 매일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입니다.
반면 여러 산업과 수많은 회사의 성공과 실패를 반복해서 보고, 서로 다른 시장을 비교해서 볼 수 있는 VC의 시야와 인사이트는 굉장히 귀합니다. 창업가가 쉽게 얻을 수 없는 정보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VC가 창업가에게 “조금만 더 버텨라, 더 열심히 해라”라고 말해주는 것보다, 때로는 “지금 네가 그렇게까지 에너지를 쏟고 있는 이 문제가 정말 풀 가치가 있는 문제인가”, “이 시장에서 계속 싸우는 것이 정말 최선인가”, “같은 에너지를 더 좋은 기회에 쓸 수는 없는가”를 함께 봐주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윗 분에게 남긴 댓글처럼, 저도 모든 투자사 대표님들에게 무조건 버티라고 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조언을 더 많이 하긴 합니다. 이 글에서 말씀드린 회사는 제 조언을 무시하거나, 잘 참고했거나, 아니면 이와는 완전히 상관없이 본인들이 사업에 대한 신념을 갖고 버틴 경우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른 포스팅에서도 그랬지만 계속 반복해서 드러나는 핵심이 팀의 회복탄력성과 집요함인 것 같네요. 핵심 멤버가 몇 명이고 팀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 계속 위기를 넘겨왔다면 각자의 역량이 맞물리는 케미도 엄청날 것 같고요.
저도 예전에 그렇게 악착같이 버티던 시절이 있었는데, 5년쯤 지나니까 체력이 소진되고 몸이 아프고 10년 가까이 되니까 그냥 떠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걸 7년 동안 계속 해내고 있다는 게 더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투자 받고 쉽게 포기하는 팀이 투자자에게는 가장 무서운 법이니까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