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물어보면 나는 농담 반으로 우리가 하는 초기 투자는 금융업이 아니라 건설업(=노가다)이라고 한다. 워낙 초기에 투자하고 우리가 직접 투자사를 운영하는 건 아니지만, 창업가가 회사 만드는 걸 옆에서 같이 도와주고 있고, 바닥부터 회사 만드는 걸 묘사할 때 “building”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이게 마치 건물을 올리는 것(=building)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또 내가 자주 사용하는 비유는 ‘소방관’인데 워낙 많은 회사에 투자하다 보니 매일매일 어디선가 크고 작은 불이 나고, 우리는 그 현장에 가서 불을 같이 꺼야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VC가 하는 일은 외부에서 보이는 것처럼 화려하거나 폼 나는 것과는 정말 거리가 멀다. 어떤 이들은 우리가 멋진 옷 입고 – 나는 아닌데, 그래도 입어야 하는 자리면 재킷은 입는다 – 공개 장소에서 마치 우리가 특정 회사를 유니콘으로 키운 듯 이야기하니까 – 참고로 내가 투자한 회사는 많은데 내가 키운 회사는 단 하나도 없다 – VC가 엄청 화려하고 멋진 직업인 줄 안다. 실상은 완전히 반대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가 잘 될 수 있게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들이고, 잘 안되는 회사를 – 우리는 워낙 많이 투자하니까 대부분 회사가 잘 안 된다 – 어떻게든 다시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대표들과 개노가다를 같이 하는 직업이 VC이다. 나는 자신을, 투자사를 응원하는 응원단장이라고 생각하고, 여기저기서 시작되는 크고 작은 불을 끄는 소방대장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에도 정말 어려운 사업을 하는 창업가들과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가 런웨이를 몇 달 더 연장할 수 있을지 돌아가지도 않는 머리를 힘차게 굴리면서 늦게까지 통화했고, 어제도 이제 사업을 그만둬야 할지 아니면 한 번만 더 푸쉬해야할지 고민하는 대표님에게 긍정의 힘을 주입하는 노력을 열심히 하면서 안타깝고 슬픈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가 직접 사업을 운영하는 창업가는 아니지만, 이런 날이 계속되면 나도 체력적으로 힘들고 정신적으로 가라앉는다. 아무리 잘 자고, 잘 먹고, 잘 운동해도 나도 이제 늙은 아저씨인데 왜 이런 감정의 기복이 없겠는가. 단지 겉으로는 항상 스트롱하다고 연기할 뿐이지.

그래도 매일 최선을 다해서 온전히 살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이유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스타트업 생태계는 긍정과 희망으로 가득 찬 긍정랜드이기 때문이다. 이 생태계에 있는 분들은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그 긍정의 마인드는 안 될 일도 되게 만드는 기적 같은 힘이 있다.

일반 회사나 대기업 다니는 분들과 캐주얼하게 이야기하거나 일 때문에 미팅하면 나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자주 본다.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존 방법과 다른 방식을 누군가 제안하면 즉각적인 반응은 항상 부정적이다. 그건 이래서 안 되거나 이미 해 봤는데 안 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 누구도 해보자는 의견을 제시하진 않더라. 그리고 이분들과 이야기해 보면 매사에 이런 안 된다는 의견이 절대적이어서 그냥 분위기가 너무 무겁고 부정적이다.

하지만 창업가나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이야기하면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내가 생각해 봐도 안 되거나 또는 불가능할 것 같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즉각적인 반응은 일단 한 번 해보자는 것이다.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자. 그리고 되게 만들어보자. 이런 반응이 지배적이다. 물론 그건 안 되거나 내가 해 봤는데 절대로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분도 있지만, 오히려 이런 의견이 소수이고 can do의 긍정적인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부정적인 의견과 분위기가 밀린다.

힘들고 출구가 안 보일때도 많지만, 나는 이런 긍정의 힘을 믿는 분들과 같이 일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한국에는 에버랜드가 있고, 미국에는 디즈니랜드가 있고, 마이클 잭슨은 네버랜드를 만들었는데, 창업가들은 긍정랜드를 만들고 있다.

이런 긍정 마인드를 가진 분들과 교류하면 이전 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한 번도 우승해 본 적 없는 것처럼 훈련하고, 한 번도 패배해 본 적 없는 것처럼 싸울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

나는 스타트업은 버티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요샌 스타트업은 감동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