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제품을 만드는 건 정말 힘들다. 버티컬과 산업군을 막론하고, 사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의 수는 너무 많다. 찾고 있는 제품군을 앱스토어에서 검색해보면, 비슷한 제품이 적으면 수십 개에서 수 백개가 – 카메라와 같은 – 발견된다. 이렇게 많은 유사 제품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건 모든 스타트업의 지상과제이자 로망이다. 대부분 실패하지만, 운 좋은 팀은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반응을 일으키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유도하는 제품의 기능이나 디자인 요소를 잘 파악하고, 그 요소를 더욱더 깊게 개발하고 개선하면 제품은 향상된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이제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제품을 만드는 것 만큼 힘든 게 비즈니스 모델이다. B2C와 B2B를 막론하고, 많은 회사가 freemium 모델로(free + premium. 부분유료화) 시작한다. 기본적인 기능은 모두 무료로 제공하고, 그 이상의 고급 기능에 대해서는 유료로 제공하는데, 내 주변 많은 인터넷/모바일 제품들이 프리미엄 방식으로 과금을 하고 있다. 지메일, 드롭박스, 에버노트와 같은 제품은 기본 용량을 무료로 제공하지만, 그 이상의 저장공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월 또는 년 단위로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 게임의 경우, 기본 아이템은 무료로 사용하지만, 고급 아이템은 결제를 해야 한다. 또는, 시간을 투자하면 획득할 수 있지만, 돈을 내면 즉시 획득할 수 있다. 어떤 B2B 제품은 소규모 그룹은 무료로 사용하지만, 특정 인원수가 초과하면 과금하는 프리미엄 정책을 도입한다. 방법은 천차만별이지만, 일부 기능은 무료로 제공하고 일부 기능은 유료로 제공하는 기본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떤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고, 어떤 걸 유료로 제공해야지만 사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으면서 회사도 돈을 벌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게 좋은 과금 정책인데, 시작하는 단계에서 이걸 명확하게 결정하는 게 힘들다. 최근에 내가 B2B SaaS 서비스를 만드는 몇 팀을 만났다. 모두 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필요하다는 초기 반응은 확인했는데, 어떻게 과금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정답은 없지만, 복잡한 문제일수록 간단하게 생각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제공하는 게 기존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이며, 이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군이 명확하게 증명되었다면, 과금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 필요한 제품이고, 우리밖에 없다면, 시장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우리는 독점적 위치를 장악해서 우리가 부르는게 값이 될 수가 있다. 문제는, 우리만 제공하는 제품이 이제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미 경쟁사가 제공하는 기능과 비슷하다면, 이건 그냥 무료로 제공하는 게 좋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있는데, 굳이 비슷한 걸 돈 내고 사용할 사람이 별로 없기도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제품이고 인지도가 있다면, 우리도 무료로 제공하면 초기 고객을 조금 더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비슷한 기능이지만, 우리가 제공하는 기능이 더 고급이거나, 완전히 다른 방향의 사용 용도가 있다면 이건 유료로 제공해볼 만하다.

물론, 제품과 비슷하게 이런 과금 정책 또한 다양한 테스트가 필요하긴 하지만, 고객한테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이 가는 부분이라서 제품 테스트보다는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 그냥 남들이 만드는 제품과 비슷하고, 기능도 거의 비슷하다면, 그리고 그 다른 제품과 기능이 무료면, 우리 제품을 유료로 전환하는 건 상당히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