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에 와서 3번째로 맞는 주말이다…어제 저녁부터 계속 비가 주룩주룩 오고 있는데 이게 바로 동부 날씨인가 보다…강건너 연필 타워 (Liberty Place) 머리 부분이 안 보일정도로 날씨가 뿌였다.

오늘은 와튼스에 대한 책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원제목은 “The Running of the Bulls“이다. The Running of the Bulls는 스페인 팜플로냐에서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소를 시내에서부터 투우장까지 몰아가는 스페인 축제를 말하는데, 이는 월스트리트로 진출하기 위한 와튼생들의 모습과 노력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참고로 이 책은 와튼 MBA가 아닌 와튼 학부생들에 대한 책이지만 이 책을 보면 와튼에서의 생활이 어떤지 대략 짐작을 하고 남을것이다. 저자인 Nicole Ridgway는 다양한 배경과 이력을 지닌 일곱 명의 와튼생들을 통해 졸업예정자들의 취업시즌 소용돌이 속으로 독자들을 데려간다. 인도에서 유리제조업을 하는 어느 부잣집 아들은 미국의 일류 컨설팅회사의 입사제안을 받아들일지, 고국으로 돌아가 가업을 도울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워싱턴 외곽에서 온 흑인 여학생은 개인적인 삶을 희생할 각오로 Goldman Sachs에 입사해 투자은행가의 꿈을 펼치고자 한다. 사업가가 되는 것이 꿈인 필라델피아 출신 남학생은 사업구상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질 것인지 투자은행의 고액연봉을 포기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처럼 일곱 명의 와튼생들의 대학생활과 공부방법, 그들의 꿈과 고뇌, 취업과정이 저자의 인터뷰 방식으로 무척 자세하고 생동감 있게 묘사되었다.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실감난다. 맨 마지막 장에는 와튼스쿨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도록 와튼의 역사와 와튼을 빛낸 사람들, 와튼스쿨의 교육과정 등이 서술되어 있다. 조금 소개를 해보자면…

기획 의도 및 컨셉
세계 경제의 메카 월스트리트, 그 중심에 와튼스쿨이 있다. 1881년에 설립된 와튼스쿨은 월스트리트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여길 정도로 수천 명의 월스트리트 거물과 Fortune 지 선정 500대 기업의 수많은 경영자를 배출했다. 기업인수의 귀재인 Revlon의 Ronald Perelman 회장, Nine West Group의 창립자인 Jerome Fisher, Comcast의 Brian Roberts 회장을 비롯해 Estee LauderTiffany의 최고경영자들이 와튼 출신이다. 또 부동산 재벌인 Donald Trump와 William L. Mack 역시 이 대학에 다녔으며, Bear Stearns 부회장인 Michael L. Tarnopol, CSFB의 Brian Finn 회장과 같은 금융계 거물 역시 그러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안용찬 애경산업 사장, 김신배 SK 텔레콤 사장, 이상웅 세방기업 대표, 윤영석 두산중공업 부회장, 김상현 한국 P&G; 사장 등이 대표적인 재계 인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오갑수 SC 제일은행 부회장, 강찬수 서울증권 회장, 송경섭 골드만삭스 상무 등이 금융권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Forbes 지의 기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Nicole Ridgway는 그동안 인터뷰했던 세계적인 기업 수뇌들과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원하는 인재상이 펜실베니아 대학의 경영대학인 와튼스쿨생들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미국의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경제인들 중심에 와튼생들이 있음을 간파한 저자는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공부를 하고 취업을 어떻게 준비하며 무슨 과정으로 월스트리트에 진입하는지 등에 대해 의문을 갖고 와튼스쿨 안으로 직접 뛰어들게 되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와튼 4학년생 7명과 1년 동안 행보를 같이하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와튼스쿨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취업활동, 세계 초일류 기업들의 인사채용 방법 및 기준 등을 살펴볼 수 있었다.

와튼스쿨의 명성
미국 최고의 경영대학인 와튼스쿨은 투자금융계 및 컨설팅회사에게서는 MBA와 대등한 수준으로 인정받는다. 와튼스쿨은 미국 대학 가운데 경영대학 순위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교수를 거느린 대학으로 알려졌다. 펜실베니아 경영 단과대학이 아닌 개별 대학으로 인식될 정도로 와튼스쿨의 명성은 지대한데, US News & World Report 지와 월스트리트 인사담당자, 그리고 와튼스쿨의 자체 조사에 따르더라도 와튼스쿨의 우수성은 충분히 입증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와튼이 아이비리그 대학 중 유일하게 미국 최고의 역사와 명성을 지닌 학부과정의 경영학 프로그램을 갖춘 곳이라는 점이다. 혁신적이고 선도적인 와튼의 비즈니스 교과과정은 계속 변화하는 경제 및 시대에 대비해 그때그때 업그레이드된다. 와튼의 수업 목적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기술로 학생들을 무장시키는 것이다. 와튼 수업은 학문적인 이론보다는 실질적인 기술을 지향하며, MBA와 흡사한 과목들을 가르친다. 그것을 2년이 아닌 4년에 걸쳐 가르친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또한 와튼스쿨은 월스트리트의 고용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형의 인재들을 풍부히 확보하고 있다는 차별성을 지녔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몰려온 엘리트 학생들은 엄격한 심사를 받는데, 2001년도 신입생의 경우 대학수능시험 평균 점수가 만점에서 불과 164점 모자랐다. 이것은 와튼의 신입생들이 수능시험에 응시한 전체 고등학생 중 상위 3%에 속한다는 걸 뜻한다. 와튼에 입학하기 전에는 경쟁력을 별로 갖추지 못한 학생이라도 와튼의 악명 높은 학점관리와 지나칠 정도로 성취욕이 강한 학생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다 보면 저절로 실력이 늘게 된다. 이들은 지성인이 되기보다는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배운다. 금융, 마케팅, 창업 등의 열일곱 가지 전공 분야 중 하나를 선택하면서 성공의 반열에 오르고자 노력한다. 실제로 이들은 와튼스쿨을 선택하게 된 배경을 ‘돈의 철학과 세계의 경제를 배우기 위해서’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훗날 대형 투자은행의 상무이사나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 등 최고의 지위에 오르기 위한 첫걸음으로 이들은 와튼에 입학하는 것이다. 와튼스쿨의 수업도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투자은행에 학생들을 입사시키기 위한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들만의 와튼스쿨
대부분의 와튼생들은 3학년을 마친 여름방학 동안 인턴으로 일하면서 월스트리트를 처음 경험한다. 물론 저자가 인터뷰했던 쉬미카 와일더처럼 2학년 때 인턴생활을 시작하는 학생도 있는데, 이럴 경우 인턴생활을 한 회사에 좀더 깊은 인상을 심어주어 나중에 정식사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쉬미카 와일더의 경우 2학년과 3학년 때 모두 Goldman Sachs에서 인턴생활을 했으며 결국 Goldman Sachs의 정식직원이 되었다. 인턴시기에는 맨해튼에서 세계적인 금융기관의 업무기술을 익힌다. 특히 투자은행과 컨설팅회사에 들어간 학생은 지독히 많은 시간을 일하는데 그들은 맡겨진 프로젝트의 마감시간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극심한 수면부족을 이겨낼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내야 한다. 그리하여 방학이 끝난 후 그들 회사가 소수의 인턴사원에게 정규직 입사제안을 할 때 경쟁력 있는 후보로 떠올라야 한다. 하지만 와튼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또 가장 많이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는 역시 4학년 1학기의 가을 취업기간이다. 해마다 이맘때 월스트리트의 340여 개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이 새로운 인재를 찾기 위해 와튼스쿨로 몰려든다. Goldman Sachs, JP Morgan Chase, Lehman Brothers, Morgan Stanley, CSFB, Citigroup 같은 일류 투자은행과 McKinsey, Monitor Group, Bain 등의 컨설팅회사, 그리고 Microsoft, Google, eBay, Yahoo 등의 IT업체의 인사담당자들은 펜실베니아 대학 캠퍼스를 찾아와 인재를 뽑아간다. 이 시기에 와튼생들은 그동안 쌓은 학문과 꿈, 체력을 10주간에 걸친 마라톤 면접을 통해 일제히 점검받는다. 취업기간 중에는 투자은행과 컨설팅회사에서 파견된 대표단이 와튼생들을 상대로 엄격한 면접을 실시한다. 학생들은 복잡한 계산을 요구하는 분석적 질문에 대답하고, 이따금 사적인 굴욕감을 이겨내며, 어떻게 대답하든 틀리기 마련인 함정질문을 교묘히 피해나가야 한다. 초일류 회사의 일원이 되려는 간절한 바람과 목적을 가진 와튼생들은 취업기간 동안 낭떠러지 끝에 내몰린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자리를 대신할 훌륭한 지원자는 얼마든지 많기 때문에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 위해 그들은 학점에 대해서도 면접에 대해서도 열심히 노력한다. 비즈니스계의 리더를 꿈꾸는 와튼생들은 이처럼 그들의 지력과 정력을 시험하는 질주를 벌인다. 그리하여 미국 굴지 기업과 월스트리트를 통해 ‘성공’에 대해 누구보다 치열하고 직접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솔직히 조금 과장된 느낌을 많이 받았지만 – 뭐, 책이니까 조금 dramatic한 부분은 당연히 감안을 해야한다 – 그래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내가 와튼에 재학중이니까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일반인들도 보면 돈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