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튼의 MBA 과정에는 어떤 수업이 있을까?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될까? 9월5일부터 정식학기가 시작하면 더 자세히 설명을 하겠지만, 일단 8월부터 한달동안 내가 듣고 있는 pre-term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하고싶다. 대부분 MBA에 오는 학생들은 직장 경력이 2년, 많게는 10년 정도 있다. 물론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오는 학생들도 있지만 극히 드문 케이스다. 학교를 졸업한 후 시간이 꽤 흘렀기 때문에 본 학기 시작하기 전에 학교에서 배웠던 기본적인 수학, 통계, 경영, 경제 지식을 refresh하는 차원의 수업이 pre-term이다. 그렇다고 듣고 싶은 사람만 듣는것이 아니고모두가 다 들어야하는 mandatory 수업니다. HBSStanford GSB는 9월부터 학기가 시작하지만 와튼만 유독 일찍 시작하는 이유가 이 pre-term 때문이다. Pre-term에 대한 말들은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학기 시작하기전에 녹슨 머리에 기름칠을 하는 좋은 기회라고들 하고, 또 다른 부류는 (나도 이 부류에 속한다) 어차피 학기 시작하면 공부하는건 마찬가진데 왜 돈과 시간을 더 투자하냐라고들 한다. Wharton에서는 pre-term은 본학기를 위한 preparation 기간이기도 하면서 앞으로 2년동안 같이 지낼 classmate들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친해지기위한 기간이라고 한다. 후자에 더 많은 focus를 두는거 같다.
나도 학교를 졸업한지 많은 시간이 흐른 관계로 기본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 STAT 611 (Mathematics for Business Analysis) – 경영/경제 현상의 많은 부분은 수학적인 함수와 관계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한 기본적인 수학 수업이다. 기본적인 함수, 미분, 적분 그리고 이러한 수학적인 공식이 실제 경영/경제 관련 문제를 해석하는데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하 수업이다. Pre-term은 원래 출석체크, 숙제, 시험이 없는데 이 과목만 시험을 본다. 수학 시험을 떨어지면, 재시험을 봐야하며 2차 시험마저 합격하지 못하면 학부생들과 같이 대학수학을 수강해야하는데…설마 이렇게 될까…그래도 난 수학에 강한 Korean 인데…Abraham Wyner라는 교수가 가르치는 과목인데 이 교수는 정말 괴짜다. 이렇게 재미없는 과목을 이렇게 재미있게 가르치는 사람은 처음 보는거 같다. 수업 시간에는 반바지에 샌들을 신고 들어와서 온갖 농담과 재미있는 표저을 지으면서 열심히 가르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STAT 603 (Basics of Business Statistics) – 경제/경영 현상의 이해에 있어서 수학과 통계의 기초지식이 없으면 힘들다. 한단계 상위 수업인 STAT621을 듣기 위한 기초 통계개론을 가르치는 수업인데 이 수업 정말 재미있다. 과목이 재미있는 과목은 아니지만 명교수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Robert Stine 교수이다. 우리 D반의 지도교수이기 한 이 교수의 강의를 한번 들으면 2시간 동안 다른 생각을 거의 안하게 될 만큼 재미있다. 대부분의 통계 이론과 현상을 현재 주식시장과 경제현상에 적요하여 설명을 하는데 인간성 좋고, 잘 가르키고 정말 마음에 드는 교수다.
  • ACCT 603 (Basics of Accounting) – 기초 회계인데 내가 워낙 회계에 대한 지식이 없다보니 이 수업은 공부를 좀 해야한다. Brian Bushee 교수는 일단 진도를 너무 빨리 나간다. 거기다가 이 교수의 수업은 약간 특이한 format으로 진행하는데 BOC (Battle of the Cohorts)라는게 있다. 즉, 수업 시간마다 20개 정도의 짧은 quiz를 임의의 학생한테 물어보는데 각 반 (cohort)에서 한명씩 돌아가면서 물어본다. 맞추면 그 반에 5점이 주어지고, 만약 A반에 물어봤는데 틀리면 B반으로 넘어간다. 나 다행히 아직 안 걸렸는데 수업시간마다 쓰릴 만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반별로 앉아서 서로 물어보고 도와주면서 수업을 듣는다.
  • MGEC 603 (Basics of Microeconomic Analysis) – 우리말로 풀자면 기초 미시경제학이다. 하지만 수업 첫 시간에 Keith Weigelt 교수가 강조하는 점은 이 수업은 “manager를 위한 경제학”이라는 점이다. 즉, 기업에서 부하를 관리하는 manager가 어떻게 하면 최적의 결정을 할 수 있을까라는 점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는 수업이라고 한다. Keith는 약간 이단아적인 면이 있는 교수이며 본인 스스로 그렇게 말한다. 즉, 본인은 경제학자의 주류가 아니라 비주류를 이끄는 대표주자라고하는데…쩝…글쎄다..난 잘 모르겠다…그냥 담배와 마약을 좋아하는 hippie 할아버지와 비슷하다 ㅎㅎㅎ


모든 수업은 원형 강의실 (회계만 제외하고..회계는 워낙 기본 과목이라서 크 강당에서 한다)에서 가 cohort 별로 진행되며 대부분 질문/답변 형식으로 진행된다. 난 개인적으로 주입식 교육보다는 이런 미국의 교육이 맘에 든다. 교수가 질문을 하나 던지면 다양한 경험을 해본 학생들이 한마디씩 하는데, 내가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다양한 perspective를 경험할 수 있어서 이런 미국식 수업에 대한 가치를 요즈음은 매일같이 느끼고 있다. 특히 몇일 전에 MGEC603 과목에서는 elasticity라는 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즉, 내 경쟁회사가 가격을 인하하면, 우리의 매출에 어떤 변화가 얼마만큼 일어날까라는 문제를 수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공식과 비슷한데 나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내 경험을 바탕으로 수요/공급 관계는 예측불가하기 때문에 공식으로 설명할 수 없다라는 주장을 하였고, General Mills (하겐다즈, 요플레등과 같은 consumer product를 만드는 대형회사) 라는 회사에서 근무하던 우리반 여자애는 분명히 수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였는데 그 와중에 다른 동료들과 교수가 다양한 feedback과 input을 제시하였다. 논쟁이 너무 길어져서 일단 대충 마무리는 하였지만 나는 끝까지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Weigelt 교수가 다음과 같은 말로 수업을 끝냈다. “야 그러면 나는 뭐 먹고 살아야하냐. Kihong, 마이크로소프트같은 독점회사는 아마도 수요/공급에 대해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다른 회사들은 그렇지 않다.”

네 알겠습니다 교수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