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 좋은데 까짓거 그냥 사업이나 하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요새 종종 만난다. 사업 시작하는걸 불가능한거라고 생각하는것과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라고 보는 관점은 솔직히 종이 한장 차이다. 맘먹고 바로 행동으로 실천하면 되는건데 어떤 부류의 인간들한테는 이것만큼 쉬운게 없고 대부분 부류의 사람들한테는 상상도 못할만한 생각과 행동의 quantum leap이다.

본인이 이 세상에 1%도 되지 않는 entrepreneur라고 생각된다면 (생각하는걸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지르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봐야할 10가지 질문들이 있다.

1. 리스크-특히 금전적인 리스크-를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Startup들의 50%가 창업한 후 5년도 채 못 가서 망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사업을 시작하려면 이런걸 감안하고 충분한 리스크를 감수할 각오를 해야한다. 대기업에서 일하면 매달 꼬박꼬박 받아오는 월급 (물론 넉넉하지는 않겠지만 어찌되었던간에 bill을 낼 수는 있다)을 가지고 애들 교육비 내고, 연금 내고, 운이 좋으면 저축도 할 수 있는데 이런 안정적인 생활 패턴을 버리고 창업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다면 사업을 하고 아니라면 그냥 지금 다니는 직장을 다니는게 여러 사람들을 위해서 (특히 가족들) 좋다고 볼 수 있다. Entrepreneur들은 창업하고 말아먹더라도 금전적으로 큰 타격을 입지 않도록 베이스를 잘 다듬어 놓던지, 아니면 금전적으로 크게 타격을 받더라도 꾿꾿히 잘 버티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정신력을 다듬어 놓던지 둘 중에 하나는 되어 있어야한다.

2. 편안한 lifestyle을 오래동안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
내가 아는 모든 entrepreneur들은 주위 친구들이 탄탄한 대기업에서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유럽으로 휴가를 가고 새 차를 뽑아서 타는 동안, 햇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창고같은 방에서 피자와 맥주로 연명하면서서 밤새도록 컴퓨터만 보고 살았다. 물론, 대부분 2-3년 뒤에는 남부럽지 않은 return을 받고 지금은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지만 그 2-3년 동안은 정말 죽을 맛이었을거다. 아무리 일하는걸 좋아하고 뭔가 의미있는 비전을 위해서 미친듯이 달려가는걸 즐긴다해도 한 3개월만 월급 못 받아본 사람들은 아주 유쾌한 경험은 아니라는걸 누구나 알 것이다.

3. 배우자가 이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알고 있다면 배우자의 동의를 얻었는가?
창업과 더불어 동반되는 험난함은 entrepreneur 본인한테만 영향을 주는게 아니다. 만약 결혼을 해서 와이프와 자식들이 있다면 이들한테 미치는 어려움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것이다.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창업을 결정하는 과정에 와이프들을 완전히 배제하는가에 대한 숫자는 상당히 높다. 특히, 한국 남자들은 그놈의 가오 때문에 이런 중대한 결정은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겠지만 제발 그러지 말고 충분히 배우자와 창업을 하는 이유, startup에서 일하는 동안에 거쳐야할 어려움과 에로사항들, 그렇지만 잘되었을때의 성취감과 부의 축적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설득을 해야한다. 만약에 배우자를 설득하는데 있어서 실패한다면 내가 주고 싶은 충고는 “절대로 창업하지 말라” 이다. 솔직히 자기랑 그렇게 오래동안 연애하고 매일 밤 같이 잠자리를 하는 배우자마저 본인의 비전과 비즈니스에 대해서 설득을 못하는데 저 험한 세상의 고객이나 투자자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다는 말인가.

4. 남을 잘 설득할 수 있는가?
Entrepreneurship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영업”인거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비전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투자자들한테 selling을 해서 투자를 받고, 내 동료들과 팀원들한테 sell을 해서 좋은 사람들을 채용하고 궁극적으로는 (이게 가장 힘들다) 고객들한테 비즈니스를 어떻게 sell해서 매출을 만드는가 이다. 이 이상도 아니고, 이 이하도 아니다. 전화가 울리기를 기다렸다가 받은 후 프로젝트를 따는거랑, 이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서 직접 전화를 거는거랑은 큰 차이가 있고 만약에 본인이 후자를 죽어도 못하겠다고 생각되면 창업을 하지 말던가 아니면 그걸 할 수 있는 다른 동료를 반드시 찾아야한다. 모르는 사람한테 cold-call을 하는건 entrepreneurship의 기본이다.

5. 스스로 계속 motivate를 할 수 있는가?
Entrepreneur들 만큼 인생에서 rejection을 많이 당하는 사람들은 없을거다 (하긴, 100번 청혼 거절을 당한 사람도 있다는데 ㅋㅋ).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서, 남들이 우러러 보는 학벌을 가지고 있고, 1억+ 연봉을 받던 직장을 다니던 사람들은 아마도 누구한테 거절을 당해본 경험이 별로 없을거고, 실제로 이런 거절을 경험하면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인생을 살아야하는걸까”, “저 사람은 왜 나한테 이럴까”, “나는 지금까지 착하게 살아왔는데 왜 이런 수모를 겪어야하나”, “내가 이런 더러운 꼴을 당하려고 해외 유학까지 갔다왔나” 등등…나열하자면 욜라 많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만약 위에 나열한 이런 류의 생각을 하려면 창업을 하지 말라는 충고를 하고 싶다. 더러운 꼴 많이 봐야하고, 남한테 아쉬운 부탁 많이 해야하는게 entrepreneur이다. 만약에 reject을 당하고도 그 다음날 다시 침대를 박차고 의욕있게 하루를 시작할 자신이 없다면 그냥 지금 다니고 있는 S전자나 L전자에 남아 있어라. Entrepreneur들은 본인이 스스로 절대 reject를 당할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만큼 똥같은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다. 그리고 reject을 당하더라도 다시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상력으로 스스로를 motivate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Steve Jobs같은 태도가 모두한테 필요한거는 아니지만 (그리고 절대 이런 태도를 갖는게 쉽지는 않다), 최소한 생각했던거와 완전히 다른 상황이 발생을 하여도 – 그리고 이건 내가 장담하건데, 항상 이렇게 된다 – 그때그때 마다 좌절하지 않고 계속 끈질기게 7전8기 정신으로 일어서야한다.

6. 다양한 모자 (hat)를 쓸 준비가 되어 있는가?
미국애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Putting on different hats – 직역하면 다양한 모자를 쓰다인데 의역하면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역할 (영업, 마케팅, 개발 등등)을 cover한다는 의미이다. Startup 세상에서는 너무나 흔하게 사용되는 말이고 모든 entrepreneur들은 다양한 모자를 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작은 회사에서 일하면 어쩔 수가 없는거 같다. 나 또한 포지션이야 미국 operation을 담당하는 아주 거창한 General Manager이지만 솔직히 회사의 A to Z에 다 관여를 하고 있다. 전화도 받고, 복사도 하고, 의료 보험 청구서가 오면 check을 써서 보내기도 하고…그리고 중요한점은 이렇게 이것저것 multi-tasking을 하는것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가끔씩은 사람을 더 고용하면 나는 회사에 돈을 가지고 오는 영업에 올인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하지만 어쩌겠는가…작은 회사에서 제한된 비용과 제한된 resource를 가지고 움직여야하는데 내가 더 열심히 뛰고 10시간 일할거를 13시간씩 일을 해야지. 그리고 이런식으로 사람을 너무 많이 뽑아 놓으면 항상 노는 쓰레기들이 회사에는 생기게 된다. 내 경험에 의하면 회사가 한 40-50명 정도로 커지면 이제 서서히 한 두명씩 묻어가는 인간들이 생기게 되는데 이런 사람들을 나중에 짜르는건 비용이 많이 드니까 아예 처음부터 보수적으로 인력을 약간 모자라게 채용하는게 상책이다.

7. 검증된 데이타 없이 즉석에서 감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Oh I love this question. 이 질문에 대해서는 나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Yes”라고 대답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나에 대해서 상당히 사람들이 싫어하는 면일 수 있는데 startup industry에서는 감으로 그자리에서 즉시 결단을 내리는게 상당히 중요하다. 일단 시작하고 가면서 계속 수정하는게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이 불안한 세상에서 성공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 아닐까 싶다. 대기업에서 오래동안 일을 한 경험이 있다면 사소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도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한다. 검증된 객관적 데이타가 필요하고, 윗사람들 아랫사람들 눈치를 살살 봐야하고, 몇억짜리 컨설팅을 외부 컨설턴트들한테 받아야하고, 나중에 실패하면 어떻게 면피할지 확실한 구멍을 하나 만들어 놔야한다. Welcome to the startup world – 벤처에서는 틀이란게 없다. 그냥 즉흥적으로 그때그때 장단에 손발을 맞춰야하고 그 누구도 성공을 위한 공식을 제공해 주지 못한다. 뮤직쉐이크의 비즈니스를 빌 게이츠가 하면 성공할까? 물론 그럴 확률은 나보다 높겠지만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확실성 투성이의 벤처라는게 매력적인거 같다. 확실한거는, 틀리던 맞던 결정을 적절한 시점에 할 수 있어야 한다. 맞으면 재수 좋은거고, 틀렸으면 또 다른 방향으로 가면 된다. In Search of Excellence라는 책을 보면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aim and shoot가 아니라 shoot and shoot and shoot and if you still don’t have the target, then aim라고 설명하는데 너무나 맞는 말인거 같다.

8. Can you execute?
Business는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이 아이디어를 실제 실행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들 말을 많이 한다. 잠시 이걸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매일매일 접하는 YouTube의 예를 한번 보자. 유투브가 대중적인 인기를 이미 얻어서 스포트라이트를 한참 받고 있을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와, 웹에 동영상 올리는 사이트 나도 옛날에 한번 해볼까 생각한 적이 있는데”라는 생각을 했을까? (실은 나두 그 중 한명 이었다 ㅋㅋ). 그럼 그때 하지 왜 안했니…기회가 있을때 실행하지 왜 그때는 겁쟁이 같이 가만히 있다가 이제 누구는 잘되니까 운이 좋니, 타이밍이 좋았니,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니 뒷북을 치니…한번 곰곰히 생각해봐라. 나는 어떤 부류의 인간인가? 아이디어를 계속 생각만 하고 공상만 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아이디어는 많지 않지만 뭔가 하나 될거 같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질르는 스타일인가? 후자라면 entrepreneur의 기질이 상당히 많은 사람이다.

9.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열정이 있는가?
내일 마치 지구가 멸망할거와 같은 자세로 매일매일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신이 있는가? 단순히 때돈을 벌어서 좋은 차 타고 이쁜 여자들이랑 히히덕 거리고 싶어서 창업을 생각한다면 은행에서 융자 받아서 강남에서 룸싸롱이나 하나 차려라. 그리고 개떡같은 보스 밑에서 일하는게 싫증나서 그냥 내 사업을 하고 싶은거면 다시 한번 창업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는게 좋을거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그래서 자다가 그 아이디어 생각만 해도 흥분되고 몸의 털이 쭈삣쭈삣 서는 경험을 한 사람만이 진정한 entrepreneur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큰 돈을 벌고, 좋은 차를 당연히 탈 수 있지만 인생의 목적 자체가 돈을 버는거라면 그냥 고액 연봉의 대기업 직장을 유지하도록. 누군가 이런 말을 했던거 같다. “It’s easy to make yourself some money, but it’s much harder to make the world some changes.”

10. 믿을 만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있는가?
아..이거 정말 중요한 포인트이다. 내가 슈퍼맨이 아니라면 startup을 성공적으로 키우는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지식이나 능력을 갖추고 있지는 않을것이다. 그렇지만 좌절할 필요는 없다. 나를 보완할 수 있는 파트너를 구하면 되는거니까. 비즈니스 파트너는 나랑 같은 부류의 사람보다는 나와 같은 비전을 공유하지만, 성격이나 일하는 스타일 자체가 완전히 상반되어서 서로를 100% 보완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즉, 1+1 = 2가 될 수 있는 파트너를 구하는게 가장 바람직하다. 나도 주위에 마음이 맞아서 으쌰으쌰 사업을 시작한 친구들이 몇명 있는데, 결국에는 중간에 헤어지거나 사업이 망한 케이스를 많이 봤다. 어려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너무나 같은 성향의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창업을 해서 그런거 같다. 한명이 남들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고, 청중 앞에서 발표하는걸 좋아한다면 조금은 조용하고 뒤에서 이런 대외적인 활동들을 support할 수 있는 파트너를 구하는게 좋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나랑 철이는 잘 맞는거 같다. 나는 일을 벌리는걸 확실히 좋아하고, 철이는 뒤에서 묵묵히 벌린 일들을 주어 담고 필요한 기술이나 resource를 최적화 하는 작업을 하니 일의 능률이 많이 오르는거 같다. 믿을 만한 데이타에 의하면 대부분의 startup들이 망하는 이유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유들 – 경쟁자들의 출현, 자금의 고갈, 급격한 확장 등 – 과는 달리 내부에서 찾을 수가 있는데, 이게 바로 창업자/경영진들 간의 갈등 및 의견 충돌때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