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할 당시 레드몬드 본사로 출장갈 기회가 종종 있었다. IT 기업의 사무실 부지나 캠퍼스하면 요새는 당연히 실리콘 밸리에 있는 구글 캠퍼스가 가장 많이 회자되지만 그 원조는 마이크로소프트이다. 두 캠퍼스를 모두 여러차례 다녀왔고 구석구석 탐색할 기회가 있었던 내 개인적인 의견은 아무리 구글이 cool하고 hip해도 현금 방석의 싸움에서는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캠퍼스에 한표를 던져주고 싶다. MS 본사에 가면 항상 들리는 곳이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방문객 센터 (Microsoft Visitor Center)에 있는 Microsoft Museum이다. 여기가면 대부분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이나 직원의 가족들이 와서 구경을 하고 있는데 실은 일반인들한테 항상 열려있으니까 혹시나 시애틀이나 레드몬드쪽에 가실 기회가 있는 분들은 한번 정도 방문하라고 권장하고 싶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역사나 제품 뿐만이 아니라 IT와 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역사와 미래지향적인 재미있는 제품과 기술들로 가득 차있는 방문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물론 Xbox로 아직 출시되지 않은 최신 게임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박물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 정확하게는 기억은 안나는데 – “The Most Stupid Comments in the History of Technology” 인가? 여하튼 이와 비슷한 이름의 섹션이 있는데 글짜도 작고 시간도 없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지금까지 기술의 역사상 가장 멍청하고 황당한 멘트들을 모아놓은 일종의 “Dumb Technology Prediction List”이다. 물론, 그 당시에는 워낙 유명한 정치인/과학자/비즈니스맨들이 공개석상에서 내뱉은 말들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무게가 실렸던 말들이지만 몇년 또는 몇십년 뒤에 되돌아보면 정말 웃기지도 않은 말들이 상당히 많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명언은 한시대를 주름잡았던 메인프레임 제조업체인 DEC (Digital Equipment Corporation)의 창업자인 Ken Olsen이 1977년도에 하였던 “집에서 컴퓨터를 사용해야할 이유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혀 없다.” 라는 말이다. DEC는 파산한 후에 Compaq한테 팔렸고 컴팩 또한 HP에 결국엔 인수되었다. “모든 가정에 PC를 한대씩 보급하기”라는 당대에는 파격적인 비전을 가지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시작하였던 빌 게이츠의 생각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예언이었는데 이와 비슷한 과에 속하는 최악의 prediction들 몇개를 여기서 또 나열해보자. 참고로 미래를 예측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아니면 예측한 미래를 돈으로 만들어 가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빌 게이츠 조차 망언을 한적도 있다:
- “미국인들은 전화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필요 없습니다. 우리한테는 전보를 전달해주는 messenger boy들이 충분합니다.” – Sir William Preece, 영국 우체국 수석 과학자, 1878년
- “배우들이 하는 대사를 도대체 누가 듣고 싶어한다는 말이야?” – H.M. Warner, 워너 브라더스, 1927년
- “아마도 전세계에는 컴퓨터가 5개 정도만 있으면 될거 같습니다.” – Thomas Watson, IBM 회장, 1943년
- “한 6개월 뒤에 TV가 시장에 설 자리는 없어질겁니다. 매일 밤 나무박스안 (초기 TV는 나무박스 케이싱이 있었다)을 들여다 보는게 금방 질릴거예요.” – Darryl Zanuck, 20세기 폭스사, 1946년
- “복사기를 많이 팔아봤자 전세계에 한 5,000개 정도 팔 수 있을겁니다.” – 제록스사 창업자들에게 IBM 경영진들이 한말, 1959년
- “개인 컴퓨터용 메모리는 637 kb 이상을 필요로 하지 않을겁니다. 640K 정도만 있으면 충분할 겁니다.” – Bill Gates, 마이크로소프트, 1981년
- “내년 크리스마스때 iPod는 망해서 시장에서 없어져 있을겁니다.” – Sir Alan Sugar, 영국 창업가, 2005년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어떤 트렌드를 보고 이런 황당한 선언을 공개석상에서 했을까? 나름대로 공부도 많이 하고, 똑똑하고, 세계를 이끌고 있는 회사를 창업하고 경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미래에 대한 예측, 특히 기술이나 과학에 대한 예측은 맞아떨어지는 경우보다 틀린 경우가 더 많은데 주로 “10년 후에는 xyz가 가능할것이다.”라는 예측이 틀리는 경우보다는 “절대로 xyz는 실현 될 수 없다.”가 틀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간의 상상력과 능력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인간의 생리를 조금 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였던 공상과학소설가인 Arthur C. Clarke의 예측의 제 3대 법칙은 미래예측에 대한 상당히 긍정적인 견해를 제공한다:
1. 나이드신 유명한 과학자가 무엇인가가 가능하다고 하면, 대부분 그 예측은 맞는다. 무엇인가가 불가능하다고 하면, 대부분 그 예측은 틀린다.
2. 가능성의 한계를 시험해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한계치를 넘어서 불가능의 영역으로 진입하는것이다.
>> 쉬운 해석: 무엇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테스트해보려면 직접 해보는 방법밖에 없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항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것이 가능해진다.
3. 고도로 발전한 과학기술은 마술 (magic)과 거의 구분할 수가 없다.
>> 쉬운 해석: 우리가 지금 마술이라고 생각하는건 (시간을 여행하는 타임머신과 같은), 매우 고도로 발전한 과학일뿐이다.
나도 어떻게 보면 최첨단 과학기술을 응용하여 먹고 사는 사람 중 한명이자 눈부신 기술의 발전을 몸소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어쩔때는 과학의 발전과 인간의 가능성을 너무 과소평가한다. RFID (Auto-ID), 고성능 전기 자동차 (Tesla Motors), 스마트폰 (iPhone), visual search (구글외 다수) 등등 대부분 내가 살아있는 동안 실현할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기술과 서비스들이지만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듯이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과학은 발전할수록 더 발전하고 지식은 지식을 먹고 자란다는 말에 다시 한번 공감하는 순간이다. 1899년도 미국 특허청 총재였던 Charles Duell이 그 당시 다음과 같은 말을 한적이 있다고 한다. “이미 발명할 수 있는 모든것이 발명되었습니다. 더 이상 이 세상에는 발명될게 없습니다.”
이외에 혹시 또 재미있는 dumb prediction을 알고 계신분은 답글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