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선진 경영 기법과 돈이 스포츠 구단이 아닌 조금 더 스케일이 큰 국가 스포츠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 얼마전에 폐막한 2010 뱅쿠버 동계 올림픽을 예로 들어서 한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우리나라는 올림픽 순위를 매길때 금메달 하나를 은메달 10개보다 더 높게 쳐주지만 미국은 전체 메달의 숫자를 가지고 랭킹을 매긴다. 이렇게 미국식으로 랭킹을 매기면 메달 총수 37개로 미국이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지만 한국식으로 랭킹을 매겨보면 금메달을 14 나 가져간 (총 메달 수 1위 미국보다 5개나 많은 금메달을 이겼다) 캐나다가 랭킹 1위인 셈이다.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단연 가장 인기가 많았던 선수는 동계 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피겨 스케이팅에서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하였던 점수를 이룩한 한국의 김연아 선수이지만, 캐나다가 14개의 금메달을 가져간것도 상당히 경이적인 기록이다. 캐나다는 1988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였는데 홈에서 금메달을 하나도 가져가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였으며 그 이후에 많은 올림픽 관련 정부 관계자들과 스포츠 관계자들이 경질되었지만 여전히 금메달을 이길만한 선수들을 양성하는데 성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캐나다에는 정부 주도로 운영되는 Own the Podium이라는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이 프로그램은 올림픽과 같은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캐나다의 메달갯수와 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동반되는 국력신장을 증진하기 위해서 약 1,440억원이라는 자금을 유치하였으며 앞으로 몇년에 걸쳐서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 이 돈을 투자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7년전에 뱅쿠버가 2010년 동계 올림픽 개최 장소로 선정되었을 당시 Own the Podium 프로그램은 대대적으로 캐나다의 젋은 운동선수들을 양성하고 이 선수들에게 최고의 운동 시설, 훈련 그리고 코치들을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발표하였지만 투자하는 돈에 비해서 그 결과는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하였다. 2010년전까지 캐나다의 보잘것없는 동계/하계 올림픽 성적을 보면 이러한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워낙 큰 프로그램이고 선수들을 기계적으로 양성하는 공장 개념을 가지고 운영되기 때문에 특정 선수들이 필요로하는 매우 구체적이고 세세한 요구사항들을 간과하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Own the Podium의 수혜자 Patrick Chan은 어린 유망받는 남자 피겨스케이터이다. 이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Chan 선수는 지금과 같이 높은 수준의 스케이팅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을텐데 실력이 향상될수록 Chan 선수는 그 이상의 기량을 발휘하고 싶어하였고 그러려면 스케이트 코치가 한명이 아닌 3명이 필요하였다. 점프를 위한 코치 한명, 스핀을 위한 코치 한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더욱 더 세련된 몸동작을 위한 코치 한명, 이렇게 3명이 필요하였지만 비용과 타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인해서 Own the Podium 프로그램은 이러한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줄 수가 없었다. 이때 Chan 선수가 다른 선수들을 통해서 알게된 새로운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오늘의 주제인 B2ten이다. B2ten은 Business 2010의 약자이며 캐나다의 비즈니스맨들이 새롭게 형성한 일종의 “스포츠 excellence를 통한 캐나다의 국력 신장” 비밀 병기 프로그램이다. B2ten의 웹사이트를 방문해 보면 솔직히 이 프로그램이 지원해주는 운동선수들의 이름정도만 나와있지 누가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어떻게 투자를 유치하는지에 대한 비즈니스 부분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설명도 나와있지 않다. B2ten 의 약 25명의 스폰서들은 모두 캐나다의 갑부와 명문가문 출신 사람들이다. 여기에는 Seagram의 주인 Samuel Bronfman의 손자 Stephen Bronfman과 Desmarais 가문도 포함되어 있지만 웹사이트나 그 어떤 자료에도 이들의 이름이 언급되어있지는 않다. B2ten은 Own the Podium 보다 규모면에서는 훨씬 작다. 해마다 약 12억원 정도만 소수의 운동선수들한테 투자를 하고 있으며 뱅쿠버 동계 올림픽 출전 선수 206명 중 18명만 이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B2ten의 이러한 접근방식은 올림픽 스포츠에 대한 private funding의 새로운 장을 열고있다고 말을한다. B2ten은 모든 운동 선수들을 지원하지는 않는다. 아직까지는 외부에 자세히 공개되어 있지 않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지원절차를 거쳐야하는걸로 알려져 있으며 Chan 선수도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이 프로그램에 지원을 하였다. B2ten 프로그램에 채택된 후 Chan 선수는 그토록 원하던 3명의 코치와 정신과 의사까지 지원을 받았는데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서 그는 승부 에 대한 부담과 실패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는 그다지 큰 성과를 내지는 못하였지만 그는 동계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캐나다 최고의 남자 피겨스케이터였고 세계 랭킹 9위였다.
Patrick Chan 외에 B2ten의 도움을 받고 있는 몇몇 선수들의 케이스를 보자. 여성 봅슬레드 선수인 Helen Upperton은 2007년도 시즌 종료 후 세계 랭킹 4위였는데 헬렌과 팀 동료들은 최신 썰매만 있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거라고 믿고 있었다. B2ten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들은 새로운 썰매뿐만이 아니라 썰매 전용 정비사까지 제공을 받았으며, 새로운 썰매를 가지고 경기한 결과 그 다음 겨울 8번의 경기 중 2번을 우승하였으며, 5번이나 시상대에 올라설 수 있었다. 또 다른 남성 봅슬레드 선수인 Lyndon Rush도 헬렌과 마찬가지로 최신 썰매가 있으면 더 빠르게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였고 B2ten 프로그램에 지원을 하였다. 그 지원 과정은 마치 구직 과정과도 같았다고 러쉬 선수는 말한다. “이런저런 질문들을 정말 많이 했어요. 마치 무슨 직장 면접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B2ten 위원회는 제 백그라운드 조사까지 매우 철저히 하였으며 특히 범죄 기록이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사항들이 없는지까지 매우 상세하게 조사하였습니다.” 위원회는 또한 러쉬 선수의 새로운 파트너 Lascelles Brown이 이 스포츠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 캐나다 유니폼을 입고 선수 생활을 할것인지 다짐까지 받았다고 한다. 철저한 조사를 거친 후에 B2ten은 이 두선수들에게 7만불 짜리 최신식 썰매를 구매해줬으며, 그 이후에 러쉬와 브라운 선수는 캐나다 최고의 봅슬레드 선수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B2ten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세계 최고의 여성 모글 스키어이자 Canada’s Golden Girl이라 불리는 Jennifer Heil 선수이다. 2006년도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뱅쿠버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딴 헤일 선수는 B2ten에서 가장 많은 투자와 공을 드린 선수이다. 수년 동안 B2ten 프로그램을 통해서 헤일 선수는 개인 트레이너, 개인 의사, 영양사와 최신식 장비를 제공받았으며 26살의 이 여성 스키어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무명 선수가 세계 최고의 모글 스키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B2ten 프로그램 덕이라고 한다.
올림픽 스포츠에 기업이나 개인들이 스폰서가 되어서 자금을 조달하는걸 우리가 본적이 없는거는 아니다. 실은 이런 케이스들은 너무나 많다. 밀워키의 자선사업가이자 박애주의자인 Jane Bradley Pettit는 개인 재산을 투자해서 밀워키에 새로운 스케이팅 링크를 설립하였다. 듀퐁 가문의 자손인 John duPont는 미국 레슬링팀에 개인 재산 수십억원을 투자해서 스폰서를 하였다. 그렇지만 이러한 개인 투자자들과 B2ten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B2ten은 구성원들의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올림픽 스포츠에 돈과 private enterprise의 첨단 경영 기법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 동계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이룩하였다.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몇개만 더 땄으면 정말로 잘했을것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국가 스포츠 경쟁력을 키우려면 우리도 B2ten과 같은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인 계획과 그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하계/동계 올림픽에서 우리 GDP와 비슷한 수준의 성적을 유지하려면 몸만 혹사시키는 무식한 훈련이 아닌, 더 효과적이고 첨단 시스템을 이용한 선수 발탁과 양성이 절실히 필요할 때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스포츠의 “스”자도 모르고 태어나서 해본 운동이라고는 “숨쉬기”밖에 없는 정부의 고위관계자들의 몸과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게 아니다. 또한, 평생 운동밖에 모르고 살았던 선수 출신들이 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스케일의 프로젝트들이다. 모두가 힘을 함쳐야하지만 스포츠를 사랑하고 경영을 해본 경험이 있는 돈이 있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가이드가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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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라니…하하 고맙습니다. 태능선수촌의 개념은 솔직히 어느 나라에나 있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기관이구요…조금 더 체계적으로, 더 큰 규모의 예산으로 전략적으로 운동선수들을 육성하는 제도가 필요하지 않을가 싶네요.
JP
아 잘읽었습니다. 배기홍씨팬이예요:) 근데 우리나라는 이미 태능선수촌이라는 외국보다 훨씬 선진화되고 부유한 운동선수 육성기관이있지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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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 인사이트까지…과찬입니다!!
Anonymous
와우~매번 인사이트 넘치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