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07년도 7월20일 워튼 경영대학원이 있는 미국 동부의 필라델피아에 도착하였다. 본 학기가 시작하기 약 한달 전에 도착하였는데 모든 MBA candidate들이 거쳐야하는 pre-term (실제 학기가 시작되기전에 워튼 생활에 적응하고 앞으로 2년동안 같이 공부 하게될 MBA 동료들과 친해지라고 주어지는 모든 학생들이 거쳐야하는 과정이다. 앞으로 2년동안 마시게될 맥주의 양을 가늠하고 학교 주변 술집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좋은 사교 기회이기도하다). 내 기억으로는 나랑 같이 입학한 Class of 2009 (한국은 2007년도 입학이면 07학번이지만, 미국은 졸업 년도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09학번이다) 중 한국인 학생들이 약 40명이 있었다. 순수 한국에서 온 학생들만 40명이었지만, 미국에서 자란 교포들까지 합치면 약 50 ~ 60명의 한국인들과 Korean American들이 우리 학년에 있었던 거다. 전체 입학생들이 800명인걸 감안해보면 입학생의 약 7% 정도가 한국학생들이니 엄청나게 많은 숫자다. 해마다 정확한 한국 학생의 수는 바뀌지만 이 비율은 거의 유지가 된다고 보면 된다. 공부를 대충하다가 나는 중간에 그만두고 현재 휴학 중이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무사히 2년 과정의 MBA 프로그램을 마치고 당당하게 MBA라는 타이틀을 얻은 한국 동기들은 나와는 달리 고액연봉을 받으면서 대부분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나랑 같이 입학한 40명의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직장을 잡았다. 그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예상치 못하였던 불경기로 인하여 줄어든 미국에서의 절대적인 job opening과 – 특히, 뱅킹과 같은 금융관련 직종 – 2년 공부를 하였지만 역시나 넘지 못한 언어의 장벽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을 한다. 취업 비자를 받는게 외국인으로써 만만치는 않지만 솔직히 작년만큼 H-1B 취업 비자가 많이 남아돌았던 때를 기억할 수가 없다는게 대부분 미국의 이민 변호사들의 의견이다 (그 이유는 해마다 외국인 취업 비자를 가장 많이 신청하는 Microsoft, CiscoGoogle이 작년에는 불경기로 인해서 채용 동결을 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비자문제는 아닌거 같고, 이 또한 영어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미국 회사에서 한국사람들을 채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던 이유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많은 동기들이 MBA 오기전에 다니던 직장으로 다시 돌아갔고, 그렇지 않고 미국오기전에 다리를 확실히 불태우고 온 사람들은 다른 직장을 구하였다. 여기에는 우리가 잘 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인 삼성과 LG도 포함된다. 유학을 해본 내 경험에 비춰보면 솔직히 한국인으로써 미국에서 유학을 한 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일을 하는건 조금 짜증나고 어쩔때는 굴욕적이기까지도 한 과정이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외국계 컨설팅 회사나 investment bank에 입사하면 그나마 연봉이 높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다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괜찮지만, 순수 토종 한국 기업에서 일을 하는건 나도 솔직히 많이 꺼려하고 “정말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되면”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하던 히든 카드였다. 물론, 요새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삼성이나 LG 같은 회사들도 해외 인재 채용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전반적인 기업 이미지들이 글로벌화되었으며, 연봉 수준도 상당히 많이 올랐다고 주위에 있는 분들을 통해서 들었다 (그래봤자 솔직히 외국회사에서 받는거보다는 적다. 어찌되었던간에…)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들의 상황은 대충 이렇다. 내 말에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이건 어찌되었던간에 내 생각이니 그냥 읽고 넘어가 주시면 좋겠다. 그런데 이렇게 어쩔 수 없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우리의 상황과는 달리 요새 미국에서 MBA 학위를 취득하는 외국인들은 스스로의 바램과 의도하에 미국에 남기보다는 동쪽 (아시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재미있는 기사를 최근에 읽었다. James Tsai라는 친구가 있다. 동부의 명문 중/고등학교를 나왔고 작지만 네임밸류가 있는 Middlebury College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에 Bank of America에서 부사장까지 승진을 하였다. 그것도 26살 이라는 어린 나이에 말이다. Tsai씨는 마케팅과 전략으로 유명한 Northwestern 대학Kellogg 경영 대학원에서 곧 MBA 학위를 마치고 졸업 후 첫 직장을 찾으려고 아주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서 말이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Tsai씨와 같은 엘리트들의 졸업 후 진로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무조건 미국에 남아서 일을 하는거 였다. “중국에서 직장을 구해보려고 백방 뛰어다니면서 알아보고 있습니다.”라고 Tsai씨는 말을 한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건 정말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미국인들이 아시아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주위 친구들은 마치 전기와 TV가 나오지 않는 원시국가로 유배당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는 했는데 이제는 이 모든것이 바뀌었다. 아니, 아직 바뀌고 있다고 하는게 맞는 말인거 같다.

이제 다국적 기업과 아시아 기업이 능력있는 재원들한테 제공하는 복지혜택과 연봉 수준은 거의 비슷해지고 있다. James Crawford는 몇년 전 Columbia Business School에 입학하기전의 상황을 매우 생생하게 기억한다. 시카고 근교의 집 부엌에서 James의 아버지는 James를 앉혀놓고 한마디 충고를 하였는데 그 말은 “Asia”였다. 앞으로 세계의 중심이 아시아로 바뀌고 있으니까 졸업 후에는 반드시 아시아로 가서 일할 생각을 가지고 학교 생활 2년을 하라는 말이었다. 현재 MBA 2년차 과정에서 공부중인 Crawford 씨는 다양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30년 후에 국제적 경험이 없는 제 커리어를 생각할 수는 없을거 같습니다.”라고 그는 말을 한다. 올해 32살인 내 후배인 워튼 스쿨의 Andrew Maywah는 MBA 전에 실리콘 밸리에 있는 오라클 본사에서 아주 편안하고 안정된 직장 생활을 하였지만 졸업 후에는 중국에서 일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3개의 잡 오퍼를 가지고 고민하고 있다. “마치 옛날 서부 개척 시대의 카우보이가 된 기분이 드네요. 미국보다 훨씬 흥분되고 재미있는 기회들이 중국에는 많이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을 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중국인과 인도인들 사이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미국식 교육을 받는 많은 중국인들의 부모들은 몇십년전 꿈의 땅인 미국에서 American Dream을 이룩하기 위해서 배를 타고 이민해왔지만 이제 이들의 아들 딸들은 다시 본국 중국으로 그 반대의 역이민을 가고 있다. 우리나라와 똑같이 중국인들도 이런 현상을 “회귀 현상”이라고 하는거 같다.

세계의 중심이 정말로 동양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일까?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많은 대기업들이 이런 기회를 전략적으로 잘 이용하고 있다. 10년전만 해도 아시아 기업들은 미국에서 현지 채용을 위한 채용 박람회를 하지 않았다. 내 기억으로도 10년전 스탠포드에 있을때는 삼성LG 정도만 실리콘 밸리의 고급 중식/일식 식당을 예약한 후에 유학생들을 위한 예비 채용 간담회를 개최하였지 그외의 기업들은 찾아보기가 그다지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채용 박람회를 해도 상당히 허접하게 하였던걸로 기억한다. 불과 3년전에 삼양사에서 필라델피아에서 진행하였던 유펜 유학생들을 위한 간담회에 대해서 잠시 내가 썼던걸로 기억하는데 이후에 삼양사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상당히 허접해졌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China Investment Corp.와 같은 중국 국영 투자사나 Tencent와 같은 중국의 IT 포탈회사들도 적극적으로 미국의 유수 MBA 학교에 와서 현지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카고 대학의 Booth School은 최근에 중국 기업들로부터 채용 관련 문의와 관심이 워낙 높아져서 아예 이 기회를 통해서 홍콩에 취업 서비스 센터를 새로 열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아시아 기업의 현지채용 트랜드를 현재 리드하고 있는 회사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삼성전자이다. 작년에만 삼성전자는 미국의 top 10 MBA 학교에서 50명의 현지인들을 고용하였다 (아쉽게도 삼성전자의 내부 전략 컨설팅 그룹인 Samsung Global Strategy Group에서는 한국인들은 뽑지 않고 외국인들만 고용한다. 이러한 제도를 솔직히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비즈니스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생각과 견해를 수집하기 위해서 외국인들만 뽑는다고 삼성의 채용 담당자들은 말을 한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50명의 외국 현지인들은 삼성전자가 해마다 뽑는 한국 유학생들의 수는 제외한 숫자이다. 전략적인 사고가 중요시되는 그룹인 만큼 마케팅과 전략으로 잘 알려진 Kellogg School에서만 올해 16명의 MBA를 뽑아갔다고 하는데 이 숫자는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인 General Mills나 P&G;가 켈로그에서 뽑아가는 학생 수보다 더 많은 숫자이다. 삼성의 김근배 부사장의 말에 의하면 올해는 삼성전자에서 작년보다 2배나 많은 MBA들을 채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한국기업 치고는 참으로 기발하고 놀라운 움직임인거 같다. 삼성의 브랜드 가치가 좋아지고 있는건지, 대우가 좋은건지 아니면 미국에서 잡을 찾기가 힘들어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간에 삼성전자의 이러한 현지채용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단단히 효과를 보고 있다. Kellogg 졸업생인 28살의 Jonathan Scearcy씨는 작년에 미국 기업들로부터 30개의 오퍼를 받았지만 모두 거절하고 삼성전자를 선택하였다. 그는 회사생활에서 남들보다 더 빨리 승진하고 잘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젊었을때부터 국제 경험을 많이 쌓고 외국 문화에 많이 노출되는거라고 하는데 그걸 하기 위해서 삼성을 선택하였다고 한다.

자세히 생각해보면 MBA들의 졸업 후 dream job을 시대별로 구분할 수 있다. 1980년대 MBA들은 졸업 후 모두 월가로 가서 쉬지않고 열심히 일해서 보통 직장인들은 평생 꿈도 꾸지 못하는 $을 1년 보너스를 챙기는걸 선호하였다. 1990년대 MBA들은 닷컴과 대박의 꿈을 가지고 너도나도 할거없이 서부 실리콘 밸리로 향하였다. 아마도 이 시기에 가장 많은 MBA 휴학생들이 탄생했을것이다. 2000년대 중반에는 너도나도 할것없이 사모펀드 붐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트랜드는 바로 아시아이다. 미국 top MBA 스쿨에서 졸업 후 아시아에서 일을 하는 졸업생 수는 최근 5년 동안 5%에서 10%로 무려 2배나 증가하였다. BusinessWeek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Go East, Young Ma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과연 이 현상이 얼마동안 지속될까? 많은 전문가들은 이게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한다. 주로 불경기때는 미국에서 직장을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지만 여러 MBA 스쿨들이 경험하고 있는 학생들의 아시아 진출 현상은 불경기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근본적인 세계 경제 축의 아시아 이동으로 인한 영구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꽤 큰 규모의 MBA 졸업생들이 중국, 베트남, 인도, 한국 등에서 근무하겠다고 지원하는 사례는 과거에 가끔씩 있었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오랫동안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라고 인력 채용 회사인 Manpower의 사장 Jeff Joerres는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력의 역유출 현상을 미국 정부도 이제는 심각하게 취급하기 시작하였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미국의 우수한 교육을 받은 후에 Sergey Brin이 모국인 러시아로 돌아가서 구글을 창업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앞에서 언급한 James Tsai씨가 아버지 나라인 중국으로 돌아가서 세상을 바꿀만한 일을 하면 미국의 국제 경쟁력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한번도 이런 현상을 경험해보지 못한 미국인들은 앞으로 세계 경제의 축이 아시아로 이동하는걸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을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현실이고 많은 MBA 졸업생들의 포커스는 현재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고 BusinessWeek는 말을 한다.

여기서 나는 내 견해를 조금 더 말해보고 싶다. 내 생각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미국이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 같다. 왜냐하면 아시아로 가는 MBA들은 결국 몇년 뒤에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나는 아시아와 미국의 대기업 및 벤처기업에서 잠깐씩 일한 경험이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아직도 professional career를 가장 빠르고 생산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은 미국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수십년 동안 그럴것이다. 아시아의 career life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오래동안 열심히 조금은 무식하게 일을 하는 do more with more라는 컨셉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의 career life는 do more with less라는 효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불변의 법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야근’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이게 무슨 말인지 알거다. 과연 일이 정말로 그렇게 많아서 야근을 해야하는걸까? 그전날 술쳐먹고 해롱해롱 거리다가 회사에 늦게 출근해서 저녁시간까지 동료들과 커피마시고 노가리 까다가 보니 일은 하나도 못했고, 담배 한대 피고 야근이나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야근하는게 아니고? 매우 단적인 예이지만 이렇게 몸을 혹사하면서 일을 하다보면 단기적으로는 아시아의 국가 경쟁력이 한순간 급상승하지만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중국의 성장이 좋은 예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반드시 어느 순간에 그 성장은 멈추게 되어 있고 내려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사상과 개념은 수백년동안 축적되어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방식에 뿌리깊게 박혀있기 때문에 수년, 심지어는 수십년 동안 바뀔 수는 없는 것들이다. 내 친구들 중에서 삼성의 Global Strategy Group에서 일을 하는 MBA 졸업생들이 꽤 있다. 이 중 단 한명도 5년을 한국에서 채우지 못하였다. 모두들 3-4년 근무한 후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서 지금까지 쌓았던 아시아에서의 글로벌한 경험을 (한국에서의 경험이 글로벌한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바탕으로 미국의 기업에서 열심히 그리고 빨리 corporate ladder를 올라가고 있다. 하나같이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하였던 땅에서 낯선 사람들과 글로벌 비즈니스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ins and outs를 많이 배운거 같다. 이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으로 와서 제대로된 내 career를 쌓고 싶다.” Samsung Global Strategy Group에서 일하는 외국인들한테 제공하는 연봉과 혜택의 반만 줘도 목숨바쳐서 일할 한국 사람들 꽤 많이 있을텐데….

*미국인들의 효율성 – 내가 미국에 처음 왔을때 놀란게 몇가지가 있었는데 스타벅스 매장의 opening hours가 그 중 하나이다. 미국 스타벅스는 보통 새벽 5시30분에 문을 연다. 더욱 더 놀라운 사실은 5시30분에 이미 매장에 커피를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직장인들이 꽤 있다는 사실이다. 새벽 5시30분은 한국에서는 3차하고 집에 들어가는 시간인데 ㅋㅋ. 미국인들은 매우 일찍 일어나서 효율적으로 일을 한다. 근무시간에는 잡담도 잘 안하고 땃짓도 잘 안한다. 점심도 주로 간단하게 자리에서 먹고 계속 일을 한다. 그대신 6-7시면 업무를 끝내고 집에 가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동료들끼리 회식을 해도 간단하게 맥주 한잔 하고 집에 일찍 가서 일찍 자고 그 다음날 또 일찍 일어나서 일을 한다. 본받아야하는 문화인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