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ek Wadha의 반박
Barrett 회장님이 주장하시는 미국 초/중/고 교육의 전반적인 내용과 quality를 향상하고 특히 STEM 교육의 중요성은 공학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 중 한명으로써 전적으로 동의합니다(Vivek 교수가 가르치고 있는 학문은 산업공학과 비스무리한 가짜 공학이다. IE – Industrial Engineering –을 내가 학교다닐때는 Imaginary Engineering이라고 놀리곤 했다). 하지만 여기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거는 기초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하라고 미국 고등학생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냐에 대한 방법론 입니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학문일뿐만 아니라 피똥싸면서 공부해서 졸업을 했는데 무역을 공부해서 은행에 취직한 동기보다 연봉이 2,000만원이 적은 이러한 학문을 전공하라고 우리의 학생들을 설득하는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에 비해서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cool하지 못하다고 인식되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말입니다. 회장님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제 아들한테 미국의 미래가 너의 어깨위에 달려있으니까 수학 박사 학위를 받으라고 강요할 수 없을거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발표된 수많은 논문과 기사에 의하면 과학과 공학을 전공한 대부분의 박사들은 졸업 후 학교나 사회에서 직장 자체를 못 구한다고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미 이들은 말도안되는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2-3년의 포닥 과정을 거쳤는데도 말입니다. 재수좋은 박사들은 취직을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은 그동안 박사 졸업장을 받기 위해서 쳐부은 등록금을 돌려받을 정도의 연봉을 지급하지는 않습니다. 고등학생들이 과학, 수학, 공학을 전공하려고 하면 주위 친구들로부터 “nerd”니 “geek”라는 놀림을 받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중국이나 인도의 비슷한 전공의 학생들은 미국과는 180도 다르게 사회적 영웅 취급을 받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취직을 해도 이들은 타 전공 학생들보다 승진도 빠르고 특급 대우를 받으면서 생활을 합니다. 인도나 중국의 엔지니어들과 과학자들은 국가적인 영웅과도 같은 대우를 받지만, 미국의 어린이들은 미식 축구 선수나 연예인들을 동경하면서 자라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어떻게 무조건 STEM을 공부하라고 우리의 어린이들한테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중고등 학생들한테 미국의 국가 경쟁력과 생활 수준이 STEM 교육에 달려있기 때문에 졸업하고 굶어죽거나 거지같이 살더라도 당신들이 희생을 좀 해서 과학이랑 공학을 공부하라고 강요를 할까요? 이미 대가리가 클대로 큰 학생들이 이런 말을 들을리가 없겠죠. 1시간 짜리 드라마를 한편 찍으면 50억원을 버는 연예인을 꿈꾸고 있는 학생들한테 말이죠. Barrett 회장님 말씀대로 미국의 교육 시스템은 당연히 개선해야합니다. 미국의 기업들은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에 투자를 해야하는것도 맞습니다. 미국 정부는 연구개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연구소들을 양성하고 세제혜택을 제공해야하는것도 100% 동의합니다. 그런데 이런걸 다 하더라도 미국 어린이들이 과학, 수학과 공학을 공부해야하는 당위성을 제공할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이런 인프라에 투자를 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아들/딸들은 NBA 선수, 연예인, 변호사, 비즈니스맨과 같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분야로 진출을 할거라는 말입니다. 제가 가르치고 있는 Duke 대학의 Engineering Management Program (산업공학과 경영과학을 짬뽕해 놓은 학문이다) 석사과정 학생들 중에서 가장 특출난 학생들은 졸업하고 공학도의 길을 걷지 않습니다. 모두들 투자은행이나 컨설팅 회사에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합니다. 박사과정 학생들은? 오히려 더 심합니다. 박사 학위를 받은 학생들은 투자은행에서 quant 업무를 하고 월가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을 구하려고 양복을 입고 인터뷰를 하러 다닙니다. 과학과 공학 수준을 향상시켜야하는데 사용되어야 하는 이러한 학생들의 머리가 금융 시스템의 헛점을 찾아서 은행들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STEM 교육에 대한 관심과 집중을 증폭해서 미국에서 가장 똑똑한 인재들이 과학, 수학과 공학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동의합니다. 그리고 남들이 섣불리 선택하지 않는 이러한 고난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이 졸업 후에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국가에서 얼마를 투자해야하는 투자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STEM 교육을 얼마만큼 마케팅을 해야하는 마케팅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주장의 핵심은 궁극적으로는 엔지니어들한테는 충분한 금전적 보상이 있어야지만 더 많은 인재들이 STEM 학문을 공부한다는 것입니다.

Craig Barrett의 반박
한가지는 확실히 해두고 넘어갑시다.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주제와 금전적인 보상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졸업 후 연봉을 얼만큼 받는게 모든 학생들의 관심사라면 미국 고등학생 대부분이 분야를 막론하고 무조건 공학을 전공하려고 할겁니다. 왜냐하면 타과 전공자 보다 공학 학사 전공자들이 졸업 후 가장 취직이 잘되고 연봉이 높기 때문입니다 (Wadhwa 교수가 말하는건 석사와 박사들이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돈을 많이 버는 전공을 선택하는게 아니라 개인적인 취향과 관심에 따라서 전공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학을 전공하지 않는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라 공학에 대한 관심이 없고 본인들 취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가 최근에 접한 통계들에 의하면 미국에서 실업률이 가장 낮은 직종이 바로 엔지니어입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운동선수나 연예인이 되고 싶어하겠지만 몇명이나 될 수 있을까요? 연예인, 운동선수, 비즈니스맨이 되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실업율이 엔지니어들보다는 훨씬 높습니다. 그러니까 이 문제는 Wadhwa 교수가 계속 주장하고 있는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또한, 대학원생들이나 포닥을 하고 있는 박사들이 쥐꼬리만한 보조금을 받으면서 몇년을 학교에서 희생하는걸 금전적으로 해석하는건 올바르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포닥이 포닥이라는 쉽지만은 않은 과정을 선택하는 이유는 금전적인 목적이 아니라 공부와 배움 자체를 즐기기 때문입니다. 현재 유명한 수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겪었던 길을 생각해보세요. 대부분의 배우들이 수년간 춥고 배고픈 무명의 시절을 겪습니다.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다른거 할일이 없는게 아닙니다. 이 중 많은 사람들이 하버드나 아이비 리그 학교 출신이니까요. 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힘들고 고통스러운 길을 걷는겁니다. 박사과정을 밟은 많은 학생들이 궁극적으로 하고 싶어하는 교수직이야말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직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 금융쪽으로로 진출해서 수십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옵션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지만, 본인들은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교수직을 하려고 하는 겁니다.

STEM 교육을 방해하는 장벽은 바로 미국의 초/중/고 교육의 비효율성과 한계점들입니다. 미국에서는 대학에서 STEM 과목을 전공하려면 고등학교 졸업 시 수학에 대한 해박한 이해도와 소질이 있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지식을 갖추려면 좋은 수학 선생님들이 많이 있어야 하는데 미국의 초/중/고 수학과 과학 선생 중 1/3이상이 본인들이 가르키고 있는 과목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자격을 갖추고 있지 못한게 미국 교육의 현실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어린이들한테 수학과 과학을 가르키니 어떻게 우리의 젊은이들이 STEM에 대한 관심이나 동기유발이 되겠습니까? 즉, 국가적인 차원에서 STEM 관련 컨텐츠를 미국의 초/중/고 교육 과정에 강제로라도 주입을 시켜야 합니다.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미국의 몇몇 주와 몇몇 학교에서는 이러한 작업들을 시작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대학 4년 동안 유아교육을 전공한 선생님보다 수학이나 과학을 전공한 사람들을 선생님으로 모셔오는게 더 중요하다는걸 우리 모두가 인정하고 깨달아야합니다. 지금 미국의 시스템은 (한국도 비슷한걸로 알고 있다), 학교 선생님이 되려면 교사 자격증이 있어야하며, 교사 자격증을 따려면 교육학 관련 과목이나 과정을 이수해야하는데 저는 이게 참으로 쓸모없고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학이나 과학을 전공한 학생들 중 몇명이나 교육학 과목을 들으려고 할까요?

결국 이런걸 가능케 하려면 우리는 STEM 관련 컨텐츠를 미국의 교육 과정에 주입시켜서 더욱 더 많은 STEM 전공자들을 배출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Kihong의 생각
Vivek vs. Craig의 논쟁을 잘 읽어보면 둘 다 아주 명확하고 valid한 포인트들을 나열하고 있다. 엔지니어들의 대우를 더 좋게 만들어야한다는 Vivek 교수의 입장에서 보면 이 말이 정말 맞는것도 같지만, 또한 Craig 회장의 입장에서 보면 더 많은 STEM 컨텐츠와 졸업생들을 펌프질하는것 또한 기업가 다운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솔직히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싶다. 즉, bottom up식 접근 방법을 선호하는 Craig 회장의 말대로 기초교육의 레벨에서 우리는 어린이들한테 수학, 과학 및 공학 교육의 재미있슴과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펌프질해야하는 동시에 top down식 접근 방법을 선호하는 Vivek 교수의 말대로 어린 시절부터 STEM 과목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계속 이 분야에서 연구와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엔지니어들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과 대우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신경써주면서 우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이 두가지를 다 추구하기에는 힘든가 보다. 미국과 같은 강대국도 이 중 하나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는걸 보면…

Anyways, 그래도 나는 이렇게 막강하고 똑똑한 두 사람이 교육에 대해서 이러한 논쟁을 벌이는거 자체가 상당히 생산적인 activity인거 같다. 그만큼 미국 교육의 잘못된 점들을 스스로 인정하고 그걸 어떻게 해서든지 한번 고쳐보려고 노력을 한다는거 자체가 참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카이스트의 안철수 교수가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에 대해서 논쟁을 벌이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거 같은데 이런 광경을 상상할 수도 없다는건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