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Journal이 주최하는 tech관련 conference인 D:All Things Digital이 올해로 8살이 되었다. 올해는 LA 근교 태평양에 인접한 부촌이자 휴양지인 Rancho Palos Verdes에서 이 행사가 열렸었는데 지금까지 내가 경험하였던 그 어떤 conference보다 재미있는 주제들과 카리스마있는 스피커들로 구성되어서 눈, 귀와 머리가 참으로 즐거웠던 내용들로 알차게 구성되었던 행사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WSJ의 tech 컬럼니스트인 Walt Mossberg와 Kara Swisher가 현재 IT 업계를 lead하고 있는 회사들의 CEO들과 일대일로 진행한 인터뷰들은 현재 산업 동향에 대한 이해 및 미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내용들이라고 생각되어서 여기서 시간날때 하나씩 공유하도록 하겠다.

올해의 큰 주제는 “변화”였다. 뭐, 변화라는 단어는 우리한테 생소하지는 않다. 어차피 우리는 매일, 매시, 매초마다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인생의 소용돌이속에서 혼란스럽게 살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최근 12개월 동안 IT 산업은 그동안 우리가 경험하지 못하였던 속도로 변신에 변화를 거듭하였으며 이 바닥에서 매일 숨쉬면서 살고 있는 나조차도 계속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하나씩 다 따라잡는게 벅찰 정도이다. Apple사의 Steve Jobs는 PC는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기기 (iPad와 같은)로 대체될것이라는 발언을 하였고, 이에 대해서 Microsoft의 Steve Ballmer는 할말이 꽤 많았다 ㅎㅎ. Facebook의 Mark Zuckerberg는 개인신상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해야하며 private과 public의 경계는 어디냐에 대한 어려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제공하느라 똥줄이 탔다고 한다. 아바타의 감독 James Cameron 또한 인터뷰를 통해서 3D 기술의 위대함과 대단함을 찬양하였지만, 아무리 기술이 앞서가더라도 일단 영화의 키포인트는 스토리라인 (컨텐츠)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였다. 실로 이번 D:All Things Digital 행사는 technology, media와 entertainment의 거장들이 직접 참석하여 그들이 생각하는 현재와 미래의 주소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것인지에 대한 개인적이면서도 전문가다운 견해를 제시한 conference라는 점에서 다른 행사와 많이 차별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메가톤급 변화가 산업전반에 큰 disruption을 가져왔던거는 아마도 15년전에 인터넷과 웹이 상용화되었을때라고 전문가들은 말을 한다. 물론, Wall Street Journal이 주최하였다는 점 또한 이 행사의 권위와 절대로 저렴하지 않은 행사비용을 다시 한번 정당화하였다.

Steve Jobs, CEO of Apple – The iPad: Past, Present, Future
Apple의 대표이사로써 personal computing의 새로운 시대를 개쳑한 스티브 잡스는 창업 33년 후인 오늘날도 지속적인 혁신으로 전세계를 감탄시키고 있다. 그의 지휘하에 애플은 iPod와 iTunes를 가지고 디지탈 음악 시장에 일대의 변화를 가져왔으며, iPhone으로 휴대폰 시장의 그 누구도 보지 못하였던 완벽한 블루오션을 창조하였다. 그런 그가 2010년 4월에 다시 한번 세계를 놀래켰다. 바로 iPad라는 태블릿을 시장에 소개하면서 차세대 컴퓨팅에 새로운 물결 (wave)을 창조하였기 때문이다. iPad는 출시 2개월만에 2백만대가 팔리면서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 가치를 추월하는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하였다. 여기 그가 Walt Mossberg와 Kara Swisher와 진행한 인터뷰의 핵심 내용을 추스려서 공유한다.

Mossberg: 제 기억으로는 당신은 과거에는 태블릿 PC가 상당히 나쁜 아이디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에는 아마도 애플은 통신 캐리어들과 절대로 같이 일을 하지 않을거기 때문에 휴대폰 시장으로 진입하는 일은 없을거라고 말한걸로 알고 있는데요.
Jobs: 네, 맞습니다. 그때는 그랬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시장의 역학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우리는 발견하였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휴대폰을 우리가 원하는 방법으로 팔 수 있는 방법을 결국에는 찾았기 때문에 휴대폰 비즈니스에 뛰어들었죠.
태블릿에 대해서 제가 전에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던거는 아마도 손으로 쓰는 필기야말로 가장 느린 입력 방식이기 때문에 필기도구가 필요한 태블릿은 꽝이라는 말일꺼였을겁니다. 이러한 선상에서 생각을 해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완전히 실패한거죠. 마이크로소프트가 태블릿 관련해서 많은 돈을 투자하였고 재미있는 시도들을 많이 하였지만 결국 만든 제품은 입력용 펜을 필요로 하였죠. 태블릿에 입력용 펜이 필요하면 이건 완전히 쓸모없는 제품이 되는거죠.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작한 태블릿 컴퓨팅에 아주 새로운 생각과 컨셉을 적용하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태블릿은 PC 기반의 제품이었습니다. PC가 필요로하는 모든 제반비용을 가지고 있었고 PC 배터리 수명을 가지고 있었죠. 무게도 PC랑 똑같았죠.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동물 (animal)”을 창조하였습니다. 바로 PC 운영체제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운영 체제 기반의 펜이 필요없는 터치모듈 – 그것도 그냥 터치가 아닌 “멀티터치” – 의 제품을 말입니다.
Mossberg: 손가락 기반의 멀티터치 모듈의 운영체제는 태블릿에 적용하기전에 아이폰에 적용하였잖아요. 아이폰에 적용할 당시 태블릿에 적용할 생각도 하셨나요?
Jobs: 이건 비밀인데요 실은 아이폰보다 태블릿을 먼저 시작하였습니다. 2000년도 초반부터 우리는 태블릿을 연구하기 시작했죠. 저는 키보드가 너무 싫어서 물리적 키보드를 아예 없애버릴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고 애플 엔지니어들한테 키보드를 대체할 수 있는 멀티터치 디스플레이에 대해서 연구를 해보라고 시켰는데 한 6개월 후에 우리 회사의 천재 UI 엔지니어가 꽤 괜찮은 제품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태블릿보다는 전화가 우선순위가 더 높은 제품이라서 일단은 전화에 적용을 하고 최근에 와서야 다시 태블릿에 대한 개발에 박차를 가한거죠. 전화를 만들면서 쌓았던 노하우와 경험을 태블릿에 빠르게 적용하였고 우리는 iPad라는 대단한 제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제가 iPad를 발표하면서 “magical”이라는 말을 쓴거에 대해서 사람들이 말이 상당히 많은데 정말로 마술과도 같은 제품이예요.
Mossberg: 앞으로 태블릿이 laptop을 완전히 대체할거라고 생각하시나요?
Jobs: 미국이 농업국가 였을때에는 모든 자동차가 트럭이었죠. 그렇지만, 자동차가 농장뿐만이 아니라 점점 시내에서도 필요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죠. 오토 트랜스미션이나 파워 핸들과 같이 트럭에는 필요없는 새로운 기능들이 점점 더 중요한 기능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트럭위주의 자동차 산업이 승용차로 바뀌었습니다.
PC는 바로 트럭과도 같은 제품입니다. 없어지지는 않을거고, 많은 사람들한테 유용한 제품이되겠지만 결국 PC를 사용하는 인구는 급격하게 감소할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PC를 대체할 제품이 iPad일까요? 그건 저도 모르죠. 만약에 그렇다면 언제? 5년 후? 7년 후? 내년? 아무도 이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제공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이 방향으로 우리는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Steve Jobs – 그는 정말로 대단하면서도 재미있는 연구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내 주위에는 스티브 잡스와 직접 일을 해본 사람들도 있고 그를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람들도 몇명 있다. 이들이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말하는걸 잘 들어보면 제각기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스티브 잡스의 인간성은 제로이다. 비즈니스를 떠나서 인간성에 대해서만 말을 하자면 그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인간쓰레기” “나쁜새끼”이자 “개새끼”이다. 하지만, 맨주먹으로 스스로 일으킨 회사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돌아와서 쓰러져가는 회사를 15년만에 세상에서 2번째로 가치가 높은 회사로 만들 수 있는 그의 경영/디자인/운영 능력은 정말로 존경스럽고 전설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니,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애플의 현재 위치를 해명할 수 있는 별 다른 단어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 나는 뮤직쉐이크 사무실이 위치한 LA 코리아타운에서 집까지 가는 통근 기차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문득 고개를 들어서 내 주위를 돌아보니 참으로 재미있는 광경이 내 눈을 사로잡는다. 내 옆에 있는 몸무게 150kg 아저씨는 iPad를 가지고 그 두꺼운 손가락을 가지고 책을 읽고 있고, 두 좌석 건너편에 있는 동양인 아줌마도 iPad를 가지고 열심히 뭔가를 적고 있는게 보인다. 내 옆의 아저씨랑 바로 앞에 앉은 학생으로 보이는 동양인, 그리고 그 옆 좌석에 앉은 4명 중 3명은 iPhone을 들여다보면서 열심히 게임이랑 이메일을 하고 있는게 보인다. 아마존의 Kindle도 몇개씩 보이는거 같다. 이상하게도 laptop은 몇개 보이지 않는거 같다. 역시 애플과 스티브 잡스는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것일까?

앞으로 5년 후에 같은 기차를 타면서 내 주위를 돌아보면 그때는 과연 어떤 진풍경이 펼쳐질까 나는 눈을 감고 한번 상상을 해본다. 기술의 발전은 실로 눈부시며, 이러한 발전으로 인한 “변화”는 어쩔때는 겁이 날 정도로 빠르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어쩔때는 너무나 스트레스풀해서 그냥 죽을때까지 더이상 변화가 없었으면 하는 생각도 가끔은 한다. 그렇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내가 이러한 발전과 변화의 중심에서 사는걸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스티브 잡스만큼은 아니지만 미약하지만서도 조금이라도 이러한 변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나도 인생을 그렇게 헛살고 있지는 않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