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재미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던 All Things Digital conference였다. 앞에서 말했듯이, 올해의 주제는 “변화”였다. 우리는 매시 매초 변화하는 세상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선택을 하던 안하던, 좋아 하던 않던간에 시계 바늘은 계속 움직이고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변하고 있다 – 주로 우리 자신보다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더 많이 변한다는게 맞는 말인거 같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변화하는 세상에 뒤쳐지지 않고 발맞추어 살아보려고 매일 바둥거리며 스트레스 받으면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상과 기술이 너무 빨리 변화한다는 사실에 부담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는건 우리뿐만이 아니다. 오늘과 같은 세상에서 가장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은 우리같은 일반인들이 아니라 앞에서 언급하였던 technology leader들이다. 올해 All Things Digital conference에서 내가 느낀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스티브 발머와 제임스 카메론과 같은 leader들도 그들이 발명하고 개발하고 있는 기술들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휘하고 있는 회사가 세상을 바꾸고는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정작 본인들도 기술의 변화에 적응하는게 너무나 힘들다고 대부분의 CEO들은 고백하고 있다. (실은 이 말을 들었을때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저 사람들도 나랑 똑같은 사람이고, 나랑 비슷한 고민들을 – 물론 다른 레벨에서이겠지만 –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였다)

Facebook을 하버드 기숙사에서 창업한 26살의 젊은 CEO Mark Zuckerberg는 최근에 도마위에 오른 Facebook의 privacy 문제들 때문에 상당히 적대적인 질문들과 어려운 피드백에 답변을 제시하느라 진땀이 흐르는걸 나는 직접 봤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Facebook이 정보를 너무 개방하는게 아니냐라는 질문을 하지만,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더 많은 혜택과 가치를 받을 수 있다는걸 많은 소비자들이 느끼기 시작하면 이러한 문제점들이 쉽게 해결될 수 있을거라고 말하였다. Zuckerberg와 Facebook이 현재 전세계 5억명 인구의 자세한 신상과 거의 실시간 행동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솔직히 매우 끔찍하지만, 그는 앞으로 세상은 바뀔것이며 모든것이 사람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일어나는 방향으로 바뀔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Apple의 Steve Jobs 조차 미래를 예측하기란 너무나 힘들다고 인정하였다. 그는 Walt Mossberg와의 인터뷰에서 2000년도부터 iPad를 만들기 시작하였다고 하였으며 이렇게 큰 히트를 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그는 또한 이제 PC의 시대는 서서히 막이 내리고 있으며, iPad와 같은 새로운 기기가 세상을 지배할것이라고 하였다.
Microsoft의 Steve Ballmer는 이러한 스티브 잡스의 말에 동의하지 않고 비웃기까지 하였다. 그는 PC의 외형과 용도는 바뀔것이지만, 오늘 PC로 하는 작업들은 내일도 반드시 PC로 할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하였다.

변화의 예측은 – 특히 기술의 변화는 – 너무나 힘들다. 인터넷의 출현으로 사람들과 기기들은 이제 실시간으로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하였던 새로운 형태의 communication이 이제는 가능하게 되었다. Two-way interaction을 넘어서 multi-way real-time interaction이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우리는 이제서야 빨리 경험하면서 천천히 이해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형태로 인해서 더이상 변화는 단계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한번에 총체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예측이 힘들게 되었다.
또다른 이유는 기술의 변화는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스티브 발머가 주도하는게 아니라 바로 인터넷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연동되어 있는 전세계 소비자들의 선택으로 인해서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즉, 궁극적으로 기술의 변화를 주도하는건 애플이나 페이스북이 아니라 바로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24시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라는 말이다. Facebook과 같은 소셜네트워킹 서비스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궁극적으로는 본인들이 얼마만큼의 privacy가 필요한지 결정할것이고, 소비자들이 iPad가 시장을 지배할지 S-Pad가 시장을 지배할지를 선택할 것이다. 기술의 변화가 바로 소비자들한테 무한선택권과 의사결정권을 제공하며, 소비자들은 자신들한테 주어지는 이러한 권리를 120% 활용할것이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visionary도 변화를 예측하는게 너무 힘들다고 하는데 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직접 만드는것이다”라는 한때는 무슨 유행어처럼 번지던 매우 멋진 말이 있다. 근데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우리같은 범인들이 어떻게 미래를 직접 만들 수 있단 말인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한테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그냥 주어진 변화와 상황에 맞추어서 그때그때 유연하게 잘 대처하는 것인거 같다. 변화는 힘들고 변화는 괴로운 과정이다. 어린이나 늙은이나 모두 익숙한걸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건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만 어차피 살아가려면 매일매일 거쳐야하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것이라면 그냥 변화 자체를 즐기는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이건희 회장이 한 말씀 중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명언이 있다. “마누라하고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라”라는 말이다. 정작 본인은 하나도 실천을 못하였고, 그의 아들인 이재용씨는 오히려 그 반대로 마누라만 바꿨다. 하지만, 그 말 자체는 정말로 멋지고 직설적인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Anyways, 변화는 모두가 싫어하는 말이지만, 아직도 나한테는 “변화”라는 말이 부정적인 느낌보다는 긍정적이고 exciting한 느낌을 주는걸 보면 나도 아직은 죽지 않고 살아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