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벤처/금융/경영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냥 내 개인적인 관심사에 대한 글이다. 일단 몇가지 숫자를 공유하자면:

3,363: 2009년 1월 ~ 10월 동안 신장 이식을 기다리다가 사망한 미국인들
1,154: 2009년 1월 ~ 10월 동안 간 이식을 기다리다가 사망한 미국인들
105,000: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라가 있는 미국인들
5,435: 2009년 1월 ~ 10월 동안 살아있는 기증자들로 부터 받은 장기로 시행된 이식 수술
18,404: 2009년 1월 ~ 10월 동안 죽은 기증자들로부터 받은 장기로 시행된 이식 수술

오늘의 주제는 장기기증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 아마도 어릴적부터 부모님들한테 들은게 있고 교육받은게 있어서 그런거 같다 – 나는 어느 순간부터 장기기증의 열혈 옹호자가 되었다. 장기기증에 대해서는 항상 찬성을 하고 내 면허증에도 [장기기증 희망자] 표시가 되어 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나랑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이상하게도, 특히 한국인들은 장기기증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인데 죽은 후라도 누군가 내 몸의 장기를 빼서 사용한다는 생각이 유교사상에 위배되는거 때문인지, 부모님이 물려주신 몸뚱아리의 일부를 떼어서 남한테 준다는 생각이 “효”와 어긋나서인지…나도 잘 모르겠다.
전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이 신장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2007년도에는 달랑 64,606건의 신장 이식 수술이 시행되었다. 미국에서만 83,000명의 미국인들이 공식적인 신장 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었지만 2008년도에는 이 중 16,500명 만이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았으며 신장 이식 수술을 기다리다가 5,000명이 그냥 죽었다고 한다.

슈퍼마켓에서 고기를 부위별로 살 수 있는거와 같이 인간의 장기를 판매용으로 부위별로 수집하는 개념은 공포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바로 지금 현재 우리 주위에서 이런 일들이 버젓히 일어나고 있다. 싱가폴은 장기 기증을 하면 장기 당 5만 달러를 주는 법안을 만들고 있다. 이란은 신장 기증자들한테 돈을 지급함으로써 신장 이식 대기자 명단을 아예 없애버릴 수 있었다. 이스라엘은 “no give, no take”라는 제도를 통해서 장기 기증을 희망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들이 장기기증을 받아야할때는 가장 낮은 우선순위를 받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장기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일부 미국 의사들은 환자 또는 환자 가족들의 사전 동의 없이 몰래 죽은 환자의 신체로부터 조직을 “훔치”기 까지 하며 놀랍게도 이런 일들이 마치 관행같이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한다. 실은 이건 불법이 아니라고 한다. 많은 미국 병원에서 의사와 해부학자들이 죽은 신체를 해부하면서 환자 가족들의 사전 동의 없이 각막의 조직을 추출한다고 한다 (해부할 시점에는 신장과 같은 장기는 이미 손상될대로 손상되어서 쓸모가 없다).

이렇게 까지 해야하는걸까? 배울만큼 배우고 사회적 명성이 있는 의사들이 죽은 사람의 신체에서 쓸만한 장기조직들을 몰래 떼어내는 광경은 상상만 해도 좀 거북하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우리는 너무나 장기기증을 하지 않는다. 사람을 살리려고 죽은 사람의 몸에서 조직 좀 빼내는게 무슨 큰 문제냔 말인가? 물론, 이건 내 생각이고 환자들의 가족들은 당연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이러한 장기 공급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하고 참신한 방법을 고안해내고 있다.

그전에 “죽음”에 대해서 몇가지만 짚고 넘어가 보자. 일반적으로 죽은 사람의 장기는 그 사람이 “사망”했다는 선고를 받은 후에만 빼낼 수 있는데 그러면 과연 사람이 죽었다고 선고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정답은 없으며 아마도 우리가 죽을때까지 이에 대한 논쟁은 지속될것이다. 참고로 대머리냐 아니냐의 기준을 가지고 철학자들이 지금까지 2,000년 동안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사후기증”이라는 말 자체가 매우 애매모호한것이 바로 사람은 죽었지만, 그 사람의 장기는 아직은 살아있어야하는 그 시점에 사망선고를 해야지만 사후기증이라는 말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애석하고 씁쓸한 이야이가 아닐 수 없다. 1968년도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은 뇌사망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발표하였으며 뇌사망을 기반으로 의사들은 사망선고를 하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 줄어든 범죄율과 향상된 자동차 안전 때문에 뇌사망 이후 사후 장기 기증을 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줄어듬에 따라서 이제는 사망선고의 기준을 심장사망 – 2분에서 5분 동안 심장이 뛰지 않으면 심장사망으로 정의 – 으로 간주하는 의사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뇌사망이나 심장사망이나 솔직히 애매한 부분이 많으며 그 논쟁은 오늘도 계속 되고 있다. 하지만, 심장사망 기준의 사망선고 이후에 장기기증은 2002년 부터 2006년 동안 무려 3배이상이나 증가하였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턱없이 부족한 장기를 충당하기 위해서 기존에는 사용 불가능 판정을 받았던 장기들까지도 현실적으로는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60살 이상의 노인들이나 기존에 병력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신장은 더 젊거나 건강한 사람의 신장에 비해서 신장 이식 후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기존에는 사용 불능 판정을 받았지만 최근들어서 꽤 자주 사용되고 있다. Maryland 의과 대학에서는 최근에 암덩어리가 발견되었던 신장을 이용한 신장 이식 수술을 5건이나 시행하였다. 굳이 암덩어리가 있었던 신장을 받을 필요가 있었을까라고 생각하지만, 그만큼이나 현재 장기가 부족하다는 말로 해석하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신장 이식을 아예 못 받아서 그냥 죽는거보다는 암덩어리 신장 이식을 받아서 가능성은 낮지만 살아보려고 노력하는게 더 값어치 있다고 이 환자들은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들어서 영국과 같은 유럽 국가들은 “추정 동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 뜻은 개개인이 아주 명확하게 장기 기증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으면 모두가 다 장기 기증자로 분류가 된다는 말이다. 인도 또한 올해부터 각막을 시작으로 추정 동의 시스템을 도입하였으며 점차 다른 장기로 이 시스템을 확장 적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아직 이러한 추정 동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몇몇 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테스트 결과에 의하면 미국민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만을 종합해서 보더라도 세계 인구 모두가 자발적으로 장기를 기증하는 아름다운 세상은 절대로 만들어 질 수 없을거 같다. 그렇지만, 장기 기증은 우리 모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이기에 너무 상업적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이란이 시행하고 있는 시스템에 많은 선진국가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 이란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유료 장기 기증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가 헌혈을 하면 빵이랑 우유 또는 현금을 주듯이 장기를 기증하면 각 장기별로 돈을 주는 일종의 meat market 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시스템이 우리가 아는 장기매매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Buyer와 seller 간의 직거래는 절대로 이루어 지지 않으며, 장기가 필요한 사람들은 이란의 공식 기관을 통해서 신청을 하며 이 기관은 적합한 장기 기증 희망자를 선별하여 필요한 의학 테스팅을 완료한 후에야 장기 이식 절차를 밟게되는것이다. 이란 정부는 장기 기증자에게 $1,200와 1년동안의 무상 의료 보험을 제공하게 되며, 장기 이식을 받은 환자들은 장기 기증자에게 신장의 경우 $2,300 에서 $4,500을 지급하게 된다.

이란의 이러한 시스템과 우리나라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장기 매매의 사례는 우리에게 한가지 시사점을 확실하게 가르쳐준다: 바로 살아있는 장기 기증자들에게 적당한 금액을 지불하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장기 부족 현상은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위대한 자본주의의 승리인 셈이다. 이란의 유료 장기 기증 제도는 1988년도에 시작되었으며 11년만인 1999년도에는 이란의 신장부족 현상이 완전히 해결되었다. 2007년도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를 통해서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Gary Becker와 Julio Elias는 미국에서도 이러한 제도를 통해서 살아있는 신장 기증자들에게 각각 $15,000을 지불한다면 미국의 신장 부족 현상을 매우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발표한적이 있다. 막상 $15,000이라는 돈이 매우 비싸게 생각될수도 있지만 현재 미국의 Medicare 보험제도가 신장투석 요법에 투자하고 있는 금액보다는 싼 비용이다.
2009년 3월에 싱가폴 정부는 장기기증자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장기를 공급받는 법안을 합법화시켰다. 법안이 통과하였다고 바로 이 제도가 실행되는거는 아니며 아직도 구체적으로 합의되어야하는 부분들이 산더미같이 있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금액은 약 $50,000 선이라고 한다. 모든 정상적인 사람들은 신장이 두개가 있으며, 하나만 있어도 제대로 살아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면 $50,000을 받고 나머지 한개의 신장을 기꺼이 기증하겠다는 사람들은 충분히 있을거라고 생각되며 장기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미국은 “인권” 관련된 이슈들 때문에 싱가폴이나 이란과 같은 획기적인 방법을 도입하지는 못하지만 작년에 Arlen Specter라는 의원은 장기 기증에 대한 보상제도를 미국 몇몇 주에서 시험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서 현재 관련 담당자들과 이야기 중이다. 그렇지만 미국의 보상제도는 현금이 아니라 죽은 기증자들을 위해서는 장례식 비용을 미정부에서 부담하거나, 살아있는 기증자들한테는 종신보험을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강박관념과 편견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어찌되었던간에 돈을 주고 장기를 산다는 컨셉에 대해서는 대부분 사람들은 반대와 역겨움을 표시할거다. 이러한 안티들을 잠재우기 위해서 싱가폴과 이란은 금전적인 보상제도 뿐만 아니라 비금전적인 인센티브 제도 또한 아주 효과적으로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싱가폴에서는 누구든지 원하지 않는다면 추정동의 시스템에서 스스로를 제외시킬 수가 있다. 그렇지만, 만약에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해서 급하게 장기이식이 필요하다면 스스로 장기기증을 하지 않겠다고 하였기 때문에 장기이식을 받음에 있어서도 가장 낮은 우선순위를 받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윤리적인 이유때문에 돈을 주고 장기를 매매하는 제도에 대해서 혐오감을 표시하지만 이러한 no give, no take 제도에 대해서는 수긍을 하는 편이다. 즉,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장기를 이식받는게 공평하다는 생각을 하는것이다. 이스라엘의 경우 올해부터 변형된 방식의 no give, no take 제도가 시행이 될 예정이다. 이스라엘에서는 포인트 제도를 통해서 장기 기증 희망 카드에 서명을 하면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 상위로 올라갈 수 있는 포인트를 부여받으며, 본인 뿐만이 아니라 일촌이 장기 기증 희망자 또는 장기 기증 유경험자이면 이에 따른 포인트를 추가적으로 부여받을 수가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신장의 경우 3년 또는 그 이상 지속적으로 장기 기증 희망자 카드에 서명을 하면 2 점을 부여받을 수가 있다. 일촌이 장기 기증 희망자 명단에 올라가 있으면 1점을 받고, 일촌이 과거에 장기를 기증한 경험이 있다면 3.5점을 받을 수 있다.

추 정 동의, 합법적인 장기 매매, no give – no take 제도, 포인트 제도 등과 같이 장기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비영리/영리/정부 단체들이 힘을 합쳐서 전례없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방법과 법안을 고안해내고 있다. 그렇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건강한 장기를 가지고 죽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굳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장기를 사기 위해서 돈을 낭비해야하는걸까? 전세계에서 매일 30만명의 인간들이 죽고, 60만개의 신장이 땅에 묻히거나 제로 태워지고 있는 마당에 왜 우리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신장을 이식받으려고 국가 예산을 낭비하고 있을까?”

인간은 정말로 이기적인 동물이다. 매우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