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점점 예비창업가들과 창업가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모두가 다 투자를 물색하고 있으며,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 열심히 도움을 요청한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나랑 미팅을 하겠지만). 하지만 이들과 잠시 이야기를 해보면 항상 12%의 부족함을 느낀다. 모두가 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건 절대적으로 동의하지만, 나를 비롯한 다른 분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전에 과연 이들이 스스로 최선을 다 해봤는지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런 분들을 위해서 내 27년지기 친구이자 Strong Ventures의 비즈니스 파트너 John Nahm (@john_nahm)의 최근 일화를 소개한다. 6월 13일, 14일 양일 비석세스의 주최로 서울에서 열리는 beLaunch 2012 행사에 우리가 어느정도 관여되어 행사 준비를 도와주고 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다행히도 행사의 모습이 잘 잡혀가고 있는데 현재 가장 큰 고민은 첫날 기조연설자를 섭외하는 것이다.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총 동원해서 한국의 창업가 커뮤니티에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분 섭외를 시도했지만 대부분 많이 바쁜 관계로 쉽지가 않다. 그러다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사용하고 있는 Pinterest의 창업자 Ben Silbermann을 초청하면 좋을거 같다는 의견에 모두가 다 만장일치 합의를 보고 연락을 시도하기로 했다. 이 중대한 미션은 존한테 떨어졌다.
벤 실버만한테는 전화나 이메일과 같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힘들거라는걸 이미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존은 일단 무작정 첫 비행기를 타고 LA에서 실리콘 밸리로 날라갔다. 핀터레스트 사무실로 직접 쳐들어 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근데 핀터레스트 사무실이 어딨더라? 열심히 검색해보니 Facebook Places에 핀터레스트 사무실 주소가 나와있었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스탠포드 대학교 근처의 California Avenue 상에 있었다. 생각보다 쉽게 찾았음을 존은 기뻐하면서 그 주소로 찾아갔지만 건물안은 텅 비어있었고, 빈 공간에는 책상이 하나 딸랑 있었다. 몇명의 개발자들이 일은 하고 있었는데 이들에게 물어보니 이 장소는 핀터레스트의 옛날 사무실이고 얼마전에 이사를 갔다는 것이다. 어디고 갔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스탠포드 바로 앞의 University Avenue 어딘가로 갔다는걸로 기억한다는 애매한 말과 함께.
자, 이제 어떻게 하지? University Ave.로 가는건 문제가 안되지만 그 많은 건물 중 핀터레스트를 어떻게 찾지? 왠만한 사람들이라면 여기서 포기했을 것이다 (아니, 왠만한 사람들이라면 LA에서 실리콘 밸리로 무작정 날라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존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미친듯이 검색어를 집어넣고 핀터레스트 주소를 찾기 시작했다. 구글 맵스에도 안나오고 수백개의 검색 결과에도 핀터레스트의 새로운 주소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검색 결과 중 올해 3월 6일 Mashable에 실린 “Peek Into Pinterest’s Palo Alto Pad (핀터레스트의 팔로 알토 본부 엿보기)” 라는 기사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기사 맨 밑의 첫 사진을 보면 핀터레스트 사무실 밖의 모습이 보이고, 오른쪽 옆 건물의 The Princeton Review라는 간판이 보인다.
존은 딸랑 이 사진 하나를 참고로 University Avenue를 뒤지면서 The Princeton Review 간판을 찾아 다녔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결국 큰 길가가 아닌 옆의 작은 쪽길에 Princeton Review 간판이 보였고, 위의 사진과 대조해 보니 동일한 건물이었다. 그리고 그 옆 건물로 들어갔다 (참고로 이 건물에는 핀터레스트 관련 어떤 간판이나 표시물도 없었다). 일단 들어가자마자 눈이 처음으로 마주친 사람한테 – 그 사람은 아직도 처음보는 이 동양인이 어떻게 핀터레스트 본사를 찾았는지 의아해하고 있었다 –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벤 실버만 어디있어? 어디갔어?”를 연발했지만 아쉽게도 그는 사무실에 없었다. 대신, 핀터레스트의 외부활동을 담당하는 PR 에이전시 담당자 소개받았고 그녀를 통해서 실버맨을 beLaunch 2012에 정식으로 초청했다.
이 스토리가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더할나위없이 좋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실버만은 이번 행사에 스케줄 충돌로 인해서 참석할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
BUT, 내가 말하려고 하는건 그게 아니다. 정말로 뭔가를 해보고 싶고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최소한 위의 존 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 그러고 나서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봤는데 잘 안됐다.”라면서 남에게 도움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매사에 정말로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스스로를 한번씩 진단해볼 필요가 있을거 같다. 어쨌던간에 이 재미있지만 슬픈 결과의 사건으로 인해서 다시 한번 존의 실행력과 그 무모함에 놀랐고 존경을 표시한다.
나도 한국에서 영업하면서 고객사 사장이 결제를 안해줘서 식칼을 가지고 찾아간적이 있다. 그래서 돈을 다 받았고 그날밤 나는 비로써 “정말 최선을 다했다.”라고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말하면서 편안하게 잠을 청했다.
독자 여려분들도 혹시 이런 경험이 있다면 밑에 댓글로 공유해 주면 좋겠다.
앞으로
네, 샴푸, 바세린, 비누등등으로 구성한 선물세트요. 지금은 다른 일을 하면서… 다른 일을 찾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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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작하고 계신가 보네요. 열심히 뛰어다니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분명히 많은 어려움과 장애물에 부딪힐텐데 그때마다 지금과 같은 실행력으로 헤쳐나아가면 성공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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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용품 선물세트라면 어떤건가요? 칫솔, 화장품 등등 세트인가요? 지금도 계속 하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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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례 공유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글을 읽기만해도 oojoo님이 매 단계에서 많은 고생과 노력을 하셨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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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100% 동의합니다. 전략은 중요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종이위의 아이디어입니다. 이 전략을 실행하는건 또 다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쇼핑몰은 계속 운영하고 계시나요?
golo79
위의 분들과 비교하니 저는 아무것도 아니네요ㅎ 이런데 댓글을 남겨도 됄지?ㅋ 미술관련 온라인 서비스 관련으로 중앙대학교 디자인교수님들과 일일이 메일보내고 상담하고 미술전공 학생들 만나보고 학교내 영어라운지 미술전공 외국인 찾고 홍대 미대 외국인교수님 및 학생 만나고 성신여대 가보고 인사동 갤러리 돌아다니며 계속 발로 뛰고 있는데 재밌기도 하고 더 분발해야 겠네요
앞으로
생활용품 선물세트(…이런게 있나 싶으신가요?)에서 처음으로 10만원넘는 제품을 만들자고 했을때입니다. 구성, 디자인부터가 달라져야해서 팩캐지팀, 부자재업체들이 무척 고생들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다들 열린 마음들이었는데도 말이지요. 그 다음 시즌부터는 다른 회사들도 따라하고, 요즘은 물가도 올라서 그런 가격대 제품을 찾기도 어렵지 않지요.
경력이 쌓일 수록 액션이 말보다 느린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됩니다. 뭐 그런 사람들도 움직이게 만드는게 매니저 일이니까요. ^^
oojoo
제가 다음에서 한메일 청구서함 제휴사를 확보하던 때가 불현듯 떠오르네요. 약 6년 전쯤 한메일을 이용해 각종 청구서를 받아볼 수 있는 마케팅 제휴를 담당했었는데, 정말 아무도(지금이야 너무도 당연히 메일로 청구서를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가 보편화되었고 은행, 카드, 통신사 등의 청구서를 메일로 쉽게 신청할 수 있는 메뉴가 포탈 메일 서비스에서 제공되죠) 관심을 가지지 않더군요. 그래서 무작정 당시 한 은행사 청구서함 담당자를 찾아가서 이메일 청구서의 편리함을 설파하고, 금융권 청구서 담당자들이 모이는 행사 자리에 발표 기회를 얻어 발표를 하고 제휴를 이끌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메일 청구서의 유용함 뒤에 숨은 문제점(오발송과 SPAM 신고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적극 받아들이지 않던 분들 대상으로 2~3개월을 설득한 끝에 시작을 했고 그것이 다른 곳으로 알려지면서 일반화되었었죠.
이종범
리바이스를 판매하는 쇼핑몰을 운영하였는데 병행수입 사업이라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무작정 홍콩으로 날아가서 리바이스 본사로 찾아갔습니다. 세일즈 메니저를 불러서 돈은 준비되어 있으니 너희들 팔다 남은 재고를 달라고 했죠. 남은 건 다 기부하거나 태워버린다고 하더군요. 끈질긴 질문 끝에 말꼬리 하나 잡게 되었고 결국 재고 터는 곳을 알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별 재미는.못봤었지만 같은 방법으로 유럽과 일본에 도전해서 일본은 성공을.했었죠. 탁자에 앉아서 전략을 짜고 회의를 하는 것도 필요없다고 할 수 없겠지만 존처럼 무조건 발로 뛰고 부딪혀보는 것이 100배는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일수 프로덕션
존이 끈기하난 알아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