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MBA 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금융위기 이후 MBA를 채용하는 산업이나 학생들이 지망하는 분야에 눈에 띄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2007, 2008년만 하더라도 MBA 지원자의 절반에서 1/3 가량은 금융계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이었지만, 요즘은 매년 급감하는 추세입니다. 리먼 브러더스, 베어스턴스는 없어져 버렸고, 남은 은행들도 합병을 하거나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부문을 상당부분 정리하면서 MBA들이 선호하던 투자은행 쪽 자리가 많이 줄었습니다. 신규채용은 고사하고, 2009~2011년에는 한동안 인원감축 때문에 월스트리트에는 칼바람이 불어 기존의 alumni들도 자리보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회사들이 어렵다보니 매년 50-100%까지도 지급하던 보너스도 대폭 줄였습니다. 과거에 학생들이 주당 100시간에 육박하는 무시무시한 근무시간과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투자은행 취업에 그토록 열을 올렸던 것은, 다른 post-MBA 직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적 보상 때문이었는데, 그 매력이 사라진 셈이죠. 앞으로 얼마나 더 나아질 지는 모르나, 현재로서는 컨설팅과 비교할 때 약간 더 나은 수준의 연봉 패키지를 제공하는 정도입니다. 채용인원도 줄었는데, 매력마저도 반감되다 보니, 이제는 금융계 취업을 위해 MBA에 진학하는 인원이 대폭 감소했습니다. 2011년만 해도, 하버드 학생 중 39%, 스탠포드의 36%가 금융계 취업을 희망했으나, 불과 2년 후인 2013년 동일 업종을 희망하는 학생은 하버드 27%(12% 감소), 스탠포드 26%(10%감소) 로 떨어졌습니다. 탑스쿨 중 대표적인 파이낸스 스쿨인 Wharton의 경우에는, 금융계를 희망하는 학생의 비율은 변화가 없었으나, 지난 4년간 탑스쿨 중 유일하게 지원자수가 12%나 감소하여 작년 가을에 MBA Admission director가 갑자기 사임한 바 있습니다. 학교들이 매년 가을에 실제로 발표하는 취업 리포트들도 여기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금융계로 진출하는 MBA 들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지원자분들이 요즘 미국 취업에 많이 애를 먹는 듯 보이는 이유도 이와 연관이 있습니다. 컨설팅이나 대기업 전략실에 비해, 투자은행의 업무는 영어나 문화의 구애를 상대적으로 훨씬 덜 받는 분야입니다. 그러다보니 과거에 한국 학생들이 미국에 정착하는 경우의 상당수는 투자은행 취업을 통한 케이스였습니다. 이에 따라 불과 3년전만 해도, 금융계에서 일하던 많은 분들이 MBA를 지원했고, 졸업 후 미국 내 금융기관의 취업을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들에게 더욱 살벌해진 취업전쟁 속에서 이 분들이 미국내 금융기관에 취업하기란 하늘에 별따기가 되었습니다. 그나마 취업이 가장 용이하던 투자은행이 흔들리니, 다른 분야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금융계 선호자들이 빠져나간 빈 자리는 대신 테크놀로지 쪽으로 가고자 하는 이들이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2013년 현재 하버드는 학생의 18%가, 스탠포드는 금융계 지원자보다 많은 32%가 테크놀로지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은 MBA 채용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죠. 또한 꼭 테크놀로지 쪽이 아니라도 다양한 산업에서 MBA 채용의 문을 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일반 소비재 회사에서는 MBA를 거의 뽑지 않았었는데 요즘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또한 창업의 바람이 불면서 급증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고자 하는 MBA들도 늘고 있습니다. 당장의 경제적 보상은 좀 덜 받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일과 삶 사이의 균형 또한 유지하고 싶은 이들의 움직임이죠. 대신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바침으로써, 장기적인 성장 및 성공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지원자들은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우선, 어느 업종을 희망하시건 간에, MBA를 투자적 관점으로 봤을 때, 단기적으로 투자대비 수익(ROI)은 낮아질 확률이 크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제가 2007년에 입학했을 때만 하더라도, ‘졸업 후 투자은행에 가면 MBA에 다니면서 들인 직간접적 투자비용을 x년 만에 회수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가 자주 회자되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많은 회사들은 MBA 졸업생들에게 six-figure(간단하게 우리 말로는 억대연봉)을 지급하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들도 이제 MBA 채용을 늘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제는 과거와 같은 즉각적인 경제적 보상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입니다. 때문에 스스로 MBA를 가려는 이유가 단순히 ‘높은 연봉’이라면 심각하게 재고해 봐야 합니다. 특히, 희망하는 분야가 금융 쪽이라면, 자기 자신의 커리어플랜과 목표 달성 가능성을 예전보다 철저하게 점검해 봐야겠죠.
반면, 전통적으로 MBA와는 별 관련이 없었던 분야에서 지원하고자 하는 분에게는 최근의 이러한 변화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그런 분야에서 당장 투자은행이나 컨설팅처럼 MBA를 대규모로 채용하지는 않겠죠. 하지만 실제로 게임, 디자인, 테크놀로지 스타트업, 의학 및 약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원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실제로 좋은 학교들이 이러한 분야의 지원자들에게 주는 어드미션을 점차 늘리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대체로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열정과 확신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 가셔서도 흔들리지 않고 목표를 추구해 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혹시 본인이 원하는 분야가 과거에 MBA를 잘 뽑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진학을 망설이셨다면, 최근의 변화 트렌드를 잘 체크해 볼 일입니다. MBA가 열어주는 새로운 가능성에 올라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