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한국에 여러 번 출장 다니면서 의아하기도 하고 짜증도 났던 신용카드 서명 관련된 이야기다. 과거에는 실제 신용카드 전표에 펜으로 서명을 했지만 이제는 모두 기계로 바뀌면서 스타일러스 펜으로 기기의 화면에 서명을 한다. 그런데 미국과 약간 다름점이 있다면 미국의 경우 서명을 한 후에 누르는 ‘확인’ 버튼이 서명을 하는 기기에 있어서 신용카드 소비자가 누르게 되어 있지만 한국의 경우 서명하는 기기에 ‘확인’ 버튼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일부러 봤는데, 내가 갔던 식당이나 가게는 거의 이랬다). 대신 이 ‘확인’은 카운터에 있는 분이 알아서 누르게 되어 있다.
난 서명이 좀 길고 복잡해서 그냥 대충 동그라미나 줄 한두게 긎는 사람들보다는 서명하는데 훨씬 더 오래 걸린다. 그런데 서명을 끝내지도 않았는데 카운터에서 그냥 ‘확인’을 눌러버려서 반쪽짜리 서명으로 신용카드가 결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솔직히 이건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신용카드 주인이 서명을 하지 않았는데 – 카드사용을 승인하지 않은거랑 동일 – 가게에서 승인을 해버리는거랑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막말로 내가 나중에 이 가게에 와서 이거 내 서명이랑 다르고, 내가 서명한게 아니라고 따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몇몇 가게 주인들한테는 이렇게 따져봤는데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는 커녕 다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면서 “손님 서명이 너무 길어요 ㅎ”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분명히 신용카드 뒷면을 보면 카드주인이 서명하는 란이 있다. 그리고 이 밑에 보면 “이 카드는 상기란에 서명된 회원만이 사용할 수 있으며, 타인에게 양도, 대여할 수 없습니다.”라고 적혀있다. 미국은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면 카드 뒷면의 서명과 실제 서명을 비교해보는 경우도 종종 있고, 신분증도 보여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국의 경우 이런 적은 한번도 없었다.
문화 차이인가? 뭐,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신용카드를 도둑맞았다고 생각해보자. 도둑놈이 내 신용카드를 막 긁고 다니면서 내 서명이 아닌 다른 서명을 하는데 그 누구도 이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이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금융사기와 신용카드 정보유출 관련 사고 소식이 계속 들려오는 요새는.
더 재미있는 건, 어떤 커피샾에서 계산하면서 내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카운터 알바생이 나 대신 그냥 다음과 같이 지가 서명하고 내 신용카드 승인을 해준 경우가 있었다. 뭐라 하니까 “원래 다 그렇게 해요”라는 성의없는 답변만 돌아왔고 그 알바생은 그날 나한테 험한 말 좀 들었다.
이런건 원래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 아닌가? 내가 너무 까칠한건가? 이런 생각을 아무도 해보지 않은건지 좀 궁금하다.
Jane
법적으로 카드 뒷면 서명과 같지 않은 서명으로 승인될 경우 배상책임이 없습니다. 상점이 손해볼 짓 자초하는거죠.
Taeyoung
저도 공감하는 글입니다. 저도 서명 다하고 직접 확인 버튼을 누르는 편이고 확인 버튼은 웬만한 기계에는 다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실 서명 확인은 비단 한국 뿐만이 아니고 제가 방문했던 수 십 여개 국가에서도 잘 안하는(호텔 포함) 부분이에요. 미국에서도 잘 안했던 걸로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저에게 딱히 불리한 부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
-_-v
100% 공감하고 갑니다.
sanggak.park
지금 쓰는 사인이 학생때 썼던 그 사인이 아니길. ㅎ
(몇년째 보면서 글 같은거 안남겼는데 이 이야기는 갑자기 하고 싶더라는.)
Kihong Bae
상각아….아직도 그 싸인 맞데이 ㅋㅋ
익명
카드서명도 자동으로 해주시고, 영수증도 자동으로 버려주시던데요…^^
점원 왈 “다른 손님들도 자주 이렇게 한다고, 습관이 되서 그렇게 됐다고…”미안해 하시더군요.
Kihong Bae
ㅋㅋ 잼있네요
Yamakasi
댓글 쓰고 확인해보니 coin 카드도 서명란이 있군요.^^;;
Yamakasi
개인적으로는 서명을 안하는게 편하지만, 상점과 카드사가 잘못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 무단사용시 유일한 보상 근거 자료인데…… 사용자들도 안이하게 생각하고요.
(그러고보니 coin 같은 카드도 비교할 서명표시가 없으므로 원칙대로라면 카드 사용 거부를
할 수도 있겠네요.)
한국에서는 딱 한군데 맥도날드가 말씀하신 부분을 철저하게 지키더군요.
카드 긁는 것 부터 서명까지 무조건 고객이 하게 합니다. 서명 후 확인버튼을 사용자가
직접 눌러야 한다고 언급하는 가게들도 몇번 경험해봤는데 어디였는진 기억이 안나네요.
Kihong Bae
담에 한국 갈때는 맥도날드 꼭 가봐야겠네요^^
jijac “keys” Man
적법적인 절차가 되려면, 손님이 한 서명을 카드 뒷면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서명 확인을 해야 한다고 법상 명시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카드사들이 (특히 소액 결제에 한해) 무서명 거래를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습니다.
Kihong Bae
그쵸…이렇게 엉성하게 할거라면 오히려 무서명 거래가 낫을 듯…
조성우
저도 잘 모릅니다만.. 지급결제 쪽에 일하는 선배말을 들어보니, 관련 업체에 수수료를 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절차라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