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2월 마지막 주에는 한 해 동안 쓴 글에 대해 정리하는데, 2023년도 이제 며칠 안 남아서 이 블로그의 한 해를 정리해 본다.

2032년에 난 96개의 글을 – 이 글 포함 – 올렸는데, 이는 3.8일에 한 번씩 블로깅을 한 셈이다. 매주 월요일, 그리고 목요일 포스팅을 하니까, 포스팅 수치는 거의 같다. 긴 휴가를 가거나, 월요일과 목요일이 공휴일이면, 새 글을 잘 안 쓰기 때문에 약간의 차이는 날 수 있다. 96개의 포스팅을 읽기 위해서 The Startup Bible 블로그를 방문한 분은 오늘을 기준으로 총 224,471명이다. 월평균 18,706명, 하루평균 615명이 방문한 셈이다. 작년 대비 15% 정도 트래픽이 증가했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글을 더 자주, 많이 포스팅하면 트래픽이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것 같다. 가끔 예상치 못하게 인기가 많은 글이 올라오면, 이 트래픽은 더 올라간다. 올해는 바빠서 더 자주 포스팅하고 싶다고 생각할 여유도 없어서 그냥 꾸준히 일주일에 두 번만 글을 썼다. 당분간은 이 페이스를 유지할 계획이다.

2023년도에 가장 많이 읽힌 Top 10 글은 다음과 같다:

1/ 스타트업의 지분 할당
이 글이 왜 가장 많이 읽혔는진 나도 잘 모르겠다. 실은 이 글은 내가 우리 투자사 대표들과 자주 공유하는 글인데, 그렇다고 내가 수천 명의 대표들과 이 글을 공유한 건 아니라서 이 글이 많이 읽힌 건 의외였다. 그냥 나름대로 상상해 보면, 많은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더 좋은 인력을 외부에서 영입하거나 내부에서 승진시켜야 하는 필요성을 깨닫고 있고, 이때 회사의 지분이나 스톡옵션을 어느 정도 부여해야 하는지 많이 고민하는 것 같다. 건강한 고민이고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2/ 자존감과 체력
이 글은 실은 나의 원픽이다. 정신적으로 더 힘들수록 육체적으로 더 많은 운동을 하라는 조언인데, 체력이 좋아지면 자존감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이건 과학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내년도 열심히 운동하시길!

3/ 재택근무, 사이드잡, 그리고 떨
올해 미국 출장을 꽤 많이 갔는데, 갈 때마다 느꼈던 재택근무의 단점에 관해서 쓴 포스팅이다. 동의하는 분들도 있었고, 강하게 동의하지 못한 분들도 있었는데, 이건 사람마다 다르고, 회사마다 다르고, 나라마다 다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론 재택근무에 대해서는 매우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다.

4/ 슈퍼앱의 위험
누구나 다 만들고 싶어 하는 게 모든 걸 다 해결하는 슈퍼앱이지만, 그만큼 만들기 어려운 게 슈퍼앱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모든 창업가들이 쫓는 신기루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는데, 처음부터 너무 슈퍼앱이라는 허무맹랑한 목표를 잡지 말고, 아주 작은 기능에서 시작해서, 이걸 지속적으로 확장하면 궁극적으론 슈퍼앱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5/ 한국인들의 7 가지 실수
해마다 Top 10에 들어가는 스타트업바이블의 고전이다. 이 글을 쓴 지 13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매해 2,000명 이상 읽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글이기도 한데 23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나는 전부 다 읽어 봤는데 댓글들을 읽을 때마다 세상은 참 다양하고,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느낀다.

6/ IRR, Multiple, 그리고 DPI
이 글은 아마도 VC들, 또는 이들에게 자금을 제공해 주는 LP들이 많이 읽지 않았겠느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본다. 벤처 펀드를 평가할 때 중요한 지표가 IRR, Multiple, 그리고 DPI인데, 이 중 IRR과 Multiple은 허수가 많이 있고, 투자를 좀 해 본 사람들이라면 DPI라는 수치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잘 알 것이다.

7/ B2B 이탈 방지
B2B – 특히, B2B SaaS – 제품은 개발하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이걸 기업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힘들게 확보한 고객사가 이탈하면 제품을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엔 타격이 큰데, 이런 B2B 고객의 이탈에 대한 내 생각을 두서없이 정리해 본 글이다.

8/ 마른 수건 쥐어짜기
올해 정말 힘든 한 해였다. 마른 수건 쥐어짜듯이 비용을 줄이고, 인력도 줄이고, 주변 모든 창업가들이 피똥 싸면서 버텼다. 그런데 우리 투자사들을 보니, 마른 수건을 쥐어짜고, 또 쥐어짜는 걸 반복하면서 비용구조를 극적으로 개선 시키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9/ 일인 창업팀
항상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일인 창업팀은 좋은 점보다는 그렇지 않은 점이 많은 것 같다는 내 개인적인 생각을 글로 정리해 봤다. 일인 창업가 팀이 혼자서 사업을 잘 못 할 것 같아서 걱정하는 게 아니라, 창업이라는 정말 외로운 길을 혼자서 오래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이다.

10/ 벤처 혹한기의 장점
불경기는 벤처 생태계의 모든 분들에게 괴로운 시기임은 분명하지만, 예상치 못 했던 장점 또한 있다. 돈이 없기 때문에 모두 다 돈을 아끼고, 어떻게 하면 매출을 만들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흑자를 만들 수 있을지, 이런 건강한 고민을 호경기 대비 훨씬 일찍, 그리고 훨씬 자주 고민하기 때문에, 불경기 때 좋은 회사가 창업될 확률은 상대적으로 높다.

이상 2023년에 가장 많이 읽힌 글 10개였다. 작년에도 이 말을 한 것 같은데, 몇 년 전만 해도 가장 많이 읽힌 10개 포스팅을 정리하다 보면, 그 전 해의 탑텐 글과 절반 이상이 겹쳤었는데, 올해는 겹치는 글이 딱 한 개밖에 없었고, 대부분 2023년도에 새로 올라온 글들이 가장 많이 읽혔다. 뭐, 이게 특별히 좋거나 나쁘다는 건 아니고 그냥 해마다 얕게 분석하면서 발견하는 이런 사실이 재미있다.

올해도 이렇게 1년 동안 쓴 글들을 분석하면서 스타트업 바이블의 2023년을 마무리해 본다.

Happy New Year every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