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시작한 어떤 창업가랑 미팅을 했는데, 좋은 개발자 창업가였고, 하려고 하는 사업도 괜찮은 것 같았다. 우려되는 점은 코파운더가 없는, 일인 창업팀이었고, 이전 직장 동료와 학교 친구들이 시간 날 때마다 파트타임으로 개발을 도와주고 있는 형태로 창업한 분이었다.
미팅 끝나고 대표님에게 다른 건 다 괜찮은 것 같은데 “코파운더가 없는 게 걱정된다”라고 하니까, 본인의 개발력과 개발팀 관리 능력이 좋기 때문에 다른 파트타이머 개발자들에게 업무 지시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이들을 잘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걱정할 필요가 없고,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이 회사가 일인창업팀이라는게 걱정되는 이유가 다른 파트타이머나 직원들이 걱정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반대였다. 일인창업팀이라서 오히려 창업가에 대한 걱정이 커서 이런 우려를 표시한 것이었다.
내가 항상 이야기하지만, 창업의 길은 어렵고 외롭다. 외로움도 어려움의 일부인지, 아니면 어려움이 외로움의 일부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창업가들이 나에게 하는 말은 창업은 너무너무 어렵고, 너무너무 외로워서, 항상 이 두 가지 생각과 감정과 싸우다 보면, 몸과 마음이 산산조각 나는 걸 거의 매일 경험한다고 자주 호소한다.
창업가마다 이런 어려움과 외로움과 싸우는 방법도 다양하다. 나는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받고, 답답하고, 공황상태가 올 때마다 육체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다. 몸을 많이 움직이고, 운동을 많이 한다. 어떤 분들은 술을 먹는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당히 먹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이 또한 괜찮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다른 분은 명상을 하고 독서도 한다. 혼자서 조용히 생각하고 호흡하면 이 외로운 세상이 덜 외롭다고 한다. 어쨌든 모든 창업가마다 힘든 상황을 해결하고 극복하는 방법이 이렇게 다양하다.
이렇게 누구나 다 자기만의 크지만, 조용한 전투를 할 때, 옆에 이 어려움과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큰 위안이 되는데, 공동 창업가가 이런 역할을 훌륭하게 해줄 수 있다. 공동 창업가는 같이 사업을 하는 사람 그 이상이다. 제품을 같이 만들고, 펀딩을 같이하고, 채용을 같이하고,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만들면서 같이 사업을 성장시키는 사람이지만, 이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창업가들이 서로 지치지 않고, 미치지 않고, 맑고 따듯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코파운더가 있는 건 매우 중요하다.
우리도 투자할 때 일인 창업가 팀이라면 항상 걱정하는데, 혼자서 사업을 잘 못 할 것 같아서 걱정하는 게 아니라, 외로운 길을 혼자서 오래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이다. 일인 창업가면 오히려 혼자서 모든 결정을 빨리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단기적인 성과는 공동창업가가 있는 것보다 더 좋을 수 있지만, 마라톤과 같은 길고 지루하고 외로운 싸움을(=창업) 하려면 앞, 뒤, 또는 옆에서 같이 보조를 맞춰주는 동료가 있는 게 훨씬 덜 지친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오면, 공동창업가가 없어서 내가 우려를 표명한 건, 사업의 운영에 대한 우려보단, 오히려 일인창업가인 대표이사의 정신적 건강, 웰빙, 그리고 외로움에 대한 우려였다.
익명
코파운더는 아니지만 창업을 든든하게 지지하고 사업 내용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가끔은 고문의 역할도 해주는 가족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ㅎㅎ
Kihong Bae
가족 동업자/코파운더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 다를것 같은데요, 저는 전반적으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명심하셔야 할 건, family business는 business가 중요한 것이지 family가 중요한 건 아니라는 점 입니다.
익명
이런 관점도 있어요
https://jeho.page/essay/2019/07/26/%EB%A9%80%EB%A6%AC-%EA%B0%80%EB%A0%A4%EB%A9%B4-%ED%98%BC%EC%9E%90-%EA%B0%80%EB%9D%BC.html
Kihong Bae
공유 고맙습니다. 네, 이런 다양한 관점이 있는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익명
외로울까봐 우려된다? 너무 단순한 생각인듯하네요. 창업 안해보신듯합니다.
Kihong Bae
네, 단순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지극히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익명
저는 창업자고, 주변에 아주 많은 창업자 친구들이 있는데, 심리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외로움은 굉장히 무게감 있는 키워드가 맞는데요… 어떤 근거로 단정적으로 무례하게 이런 글을 남기는지 의아하네요.
Kihong Bae
이 글의 어디가 무례한지 전 이해가 안 가네요.
hypri
전 코파운더 믿고 하다가 망했습니다. 혼자했다면 더 잘했었을것입니다
Kihong Bae
ㅠㅠ
익명
장단점이 있습니다.
언급하신부분이 단점이라고 보면 반대로 장점은 파트너한데 기대지 않으므로 승부를 무조건 본인이 책임지고 해야 하는 부분이 장점입니다. 즉 이 부분은 파트너가 알아서 처리하겠지라는 의지하는 약한 판단이 없다는거죠.
의지하다보면 추진력이 약화되어 실패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Kihong Bae
네, 이 말씀이 굉장히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저는 코파운더가 옆에서 든든하게 있는게 더 좋은것 같네요…(좋은 사람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