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할수록 과거에는 찾을수 없던 좋은 회사들이 더 많이 창업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스타트업들이 과거에 비해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는 펀드 자체가 크지 않고, 투자하는 시점도 초기여서 소액투자를 전문적으로 한다. 하지만 과거보다는 회사들이 더 많은 펀딩을 필요로 하는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서 최근에는 다른 투자자들과 공동투자를 한 사례가 많이 있다.

공동투자를 하는 이유는 스타트업한테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자들을 더 많이 참여시키기 위한 전략적인 면과 투자유치금액 자체가 너무 커서 공동부담하기 위한 정량적인 면이 있다. 전에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우리는 주로 투자한 회사들의 첫번째 투자자이다. 우리가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투자조건을 협의한 후에 다른 투자자들에게 회사를 소개하고 공동투자기회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에 공동투자를 여러번 하면서 우리가 먼저 발굴한 좋은 회사들을 다른 투자자들에게 소개함으로써 굳이 우리 지분율을 낮출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특히 우리가 소개한 공동투자자들이 우리보다 주로 많은 금액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더 많은 지분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때는 그냥 우리만 단독으로 좋은 조건에 투자해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그 다음 라운드에 다른 투자자들을 더 높은 밸류에이션에 참여시킬까라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이건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불필요한 욕심이라는걸 깨닫는다. 우리가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한정되어 있다. 몇 년 전에는 이 금액만 가지고도 꽤 오래 버티면서 제대로 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이걸로 괜찮은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위에서 말했듯이 경쟁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좋은 스타트업들이 더 많이 창업되고 있고,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더욱 더 좋은 제품이 필요하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좋은 개발인력이 필요하고 과거보다 더 많은 펀딩이 필요하다.

우리가 단독으로 투자하면 더 많은 지분율을 확보해서 회사가 잘 되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건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의 단독 투자금만으로 개발인력을 채용하고,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기에는 모자라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공동투자자들과 함께 투자규모를 더 키우는게 모두를 위해 현명하다. 공동투자를 하면 내 지분율은 낮아지지만 회사가 살아남아서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확률은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내가 항상 강조하듯 1억원 짜리 회사의 지분 30%를 갖는거 보다 1,000억원짜리 회사의 3%를 갖는게 훨씬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