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craft,-Runway-1-626이 분야에서 일하면 ‘활주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우리같이 초기 회사에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을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걱정하는것 중 하나가 우리가 투자한 이후 그 다음의 의미있는 펀딩을 받기 전에 회사가 망하는 거다. 이런 불행한 사태는 크게 두가지 케이스로 분류할 수 있을거 같다. 첫번째는 회사가 비즈니스 감을 잡지 못 하고 헤매다가 초기 투자금을 다 소진하고, 발전이나 결과를 전혀 만들지 못하고 사업을 접는 경우다. 투자사가 이렇게 망하면 안타깝지만 특별히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비즈니스를 못해서 망한 매우 흔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조금 안타까운 케이스인데, 비즈니스 방향은 잘 잡았고 숫자도 어느정도 나오지만, 그 다음 라운드에서 의미있는 투자를 받을 정도의 성장은 못하고, 이로 인해서 원하는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만약에 이 글을 읽는 대표이사님이 두번째 상황에 놓여 있다면 다음 투자를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성과를 낼 때까지 활주로를 연장시켜야 한다. 작은 브릿지펀딩을 받거나, 대출을 받거나, 주위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서 활주로를 최대한 확보 해야한다. 물론 쉽지 않다. 곧 돈이 떨어져서 추락하는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입할 투자자를 단기간안에 찾는다는건 어렵기 때문이다. 해본 사람은 알텐데 생각만 해도 피가 바짝 바짝 마른다.

나도 이런 회사들을 많이 만난다. 초기 투자금을 1-2억원 정도 받고 시작은 했는데, 예상보다 더 많은 돈과 시간을 사용했고, 아직 갈 길은 먼데 자금이 바닥나서 대표이사들이 미친듯이 돈을 구하러 다니는 경우를 많이 봤다. 비즈니스는 다 다르지만, 이들의 스토리는 비슷하다. 정말 잘 할 수 있고, 한 6개월만 더 버티면 매출이나 유저 수를 급격하게 증가시켜서 제대로 된 Series A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들이 필요한 건 5명의 팀원들이 딱 6개월 정도 더 버틸 수 있는 활주로 자금이다.

마음같아서는 도와주고 싶다. 얼마나 절박한지 잘 알기 때문에.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대표이사가 아주 냉정하게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하는건 정말로 활주로가 너무 짦은건지, 아니면 활주로와는 상관없이 비행기 자체가 날지 못하는건지 이다. 엔진이 튼튼하고 비행기는 견고한데 이륙하기 위해서는 활주로가 조금 더 길어야 한다면, 이런 스토리를 팔 수는 있을 것이다(물론, 이 스토리를 믿어주는 투자자를 잘 찾아야 한다). 하지만, 내가 몰고 있는 비행기가 엔진도 형편없고, 기체결함 투성이인 고철덩어리라면(=팀도 경쟁력이 없고, 제품이 후졌다면) 아무리 활주로가 길어도 이륙하지 못하니 냉정하게 분석했을때 내가 처한 상황이 이렇다면, 극단적으로 팀을 교체하거나 제품을 개선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ialtenergy.com/ozone-laye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