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쿠팡에 대해서 이야기 했는데, 말 나온김에 이번에도 쿠팡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에서 투자자들이나 창업가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항상 쿠팡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기도 하며, 최근에 해외로부터 대형 투자를 받으면서 많은 분들이 쿠팡의 미래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있는거 같다. 대부분 나한테 쿠팡은 앞으로 어떻게 될 거 같은지, 계속 적자인데 과연 돈을 버는 제대로 된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는지, 뭐 이런 류의 질문들을 한다.

남의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도 전혀 모른다. 다만, 개인적으로 나한테 물어본다면 나는 쿠팡이 앞으로 최소 지금의 10배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이 회사가 돈을 벌고 수익을 내서 자립할 수 있을까? 지금은 돈을 출혈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비즈니스이자 구조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 분야에서 일하면 – 특히, 전자상거래와 같이 고객에게 뭔가를 판매하고 있는 업에 종사하고 있으면 – LTV(Life Time Value)와 CAC(Customer Acquisition Cost)를 모두 다 알고 있을거라 짐작한다. 전자상거래 회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계속 돈을 쓰고 마케팅을 해서 고객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게 만드는, 어떻게 보면 모든 기업들의 가장 기본적이자 중요한 전략밑에 깔려 있는 개념들이다.

CAC는 말 그대로 한 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데 회사가 사용하는 비용이다. 페이스북 광고를 해보신 분들은 잘 알텐데, 돈을 써서 페이지 라이크 수를 올리는 광고 캠페인을 진행 해보면 한 개의 라이크를 확보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잘 산정된다. 이게 CAC 이다. 쿠팡의 예를 들어보자. 쿠팡이 TV 광고를 했는데, 여기에 쓴 돈이 1,000만원 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이 광고를 보고 그동안 쿠팡에서 한 번도 구매를 해보지 않은 고객 5명이 회원 가입을 하고 물건을 구매했다고 가정해보자. 간단하게 계산해 보면 CAC는 200만원이 된다(=1,000만원/5명의 신규 고객). 즉, 한 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200만원이라는 말이다.

그럼 이 200만원이 큰 돈인가 작은 돈인가? 신규 고객 한 명을 확보하는데 200만원 쓰는게 낭비인가 아니면 잘 하는건가? 여기서 LTV 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간단하게 말해보면, 200만원을 써서 확보한 고객이 앞으로 쿠팡에서 201만원 어치의 물건을 구매하면 1만원이 남고, 199만원만 사용하면 1만원이 까진다. 그러니까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신규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마케팅 비용을 책정할때, 이 고객이 앞으로 우리 회사에 평생 가져다 줄 가치를(=매출, 수익 등) 계산하고, 그 보다 낮게 마케팅 비용을 책정하는 것이다.

쿠팡 같은 업체들이 마케팅 비용을 엄청나게 집행해서 계속 적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돈을 벌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다. 간편한 결제, 좋은 추천, 질 좋은 배송 등의 서비스로 한 번 확보한 고객을 계속 쿠팡의 고객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이 고객은 쿠팡에서 5년 – 10년 동안 물건을 구매할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렇게 5년 – 10년 동안 한 명의 고객이 쿠팡에서 얼만큼의 돈을 쓸까? 많이 쓰면 1,000만원도 쓸 수 있을거 같다. 즉, 이 고객의 Life Time Value는 1,000만원이다. 그렇다면 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집행한 초기 마케팅 비용 200만원은(=Customer Acquisition Cost) 그렇게 큰 돈이 아니다. 200만원 써서 1,000만원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한 명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999만원의 마케팅 비용도 집행할 수 있다. 이렇게 해도 1만원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비즈니스를 해보면 LTV와 CAC의 계산이 이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고려해야 할 너무나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크게 다르지는 않기 때문에 쿠팡이라는 회사가 엄청난 적자가 날 정도로 마케팅에 돈을 많이 쓴다고 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 비용이 충실한 고객의 확보와 매출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가 될 것이다.

한가지 더 첨언 하자면, 미국에서 전자상거래 유니콘 회사들에 투자한 큰 손 투자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규모가 작은데 이미 수익을 내고 있는 전자상거래 스타트업들을 이들은 오히려 좋아하지 않는다. 투자금과 버는 모든 돈을 다시 비즈니스에 재투자하고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데 써야 한다는 이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적자가 날 정도로 ‘과소비’를 해야지만,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이들이 앞으로 회사에 큰 Life Time Value를 가져올 수 있다는걸 여러번 경험해봤기 때문인거 같다. 물론, 그렇게 오랫동안 적자 비즈니스를 하면서 돈을 벌기 전까지 망하지 않도록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투자를 계속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