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04_455758011000_414918_n한국와서 좋은 점은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을 직접, 더 자주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있는 곳으로 대표이사님들을 오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우리가 투자한 팀들은 어떤 사무실에서 어떤 분위기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항상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려고 노력한다.

간혹 “사무실이 너무 누추해서요” 라면서 굳이 밖에서 만나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래도 나는 사무실 방문을 고집한다. 솔직히 말해서 사무실이 누추하긴 누추하다. 대부분 허름한 건물의 작은 방에서 대여섯명의 젊은 친구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래도 나는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다. 그리고 이 분들한테 항상 말한다.

“이 사무실, 주위 환경, 가구들, 친밀함, 모두 잘 기억하세요. 그리고 이 순간을 즐기세요. 나중에 성공해서 더 큰 곳으로 이사가면 이 장소와 이 때가 가장 그리울 겁니다.”

진심이다. 내 직업 인생에서 가장 그리운 시점은 2008년 LA에서 뮤직쉐이크 북미사무소를 시작할때다. 넥슨에서 투자를 받은 우리는 비용절감을 위해서 넥슨아메리카의 작은 방 하나에서 시작했다. 뮤직쉐이크 founder 윤형식 사장님과 같이 낡은 밴을 몰고 이케아가서 산 책상과 의자를 오후 내내 조립하고, 그래도 뭔가 우리만의 사무실이 생겼다는 뿌듯함에 밤 늦게까지 ‘아라도’ 라는 코리아타운 일식집에서 술을 엄청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작은 사무실에서 우리 4명은 마치 세상을 다 삼킬 기세로 정말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일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그때보다 지금 내 삶은 조금은 더 편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당시 그 분위기와 사무실, 그리고 그 시절이 매우 그립다. 단순히 ‘좋아함’을 넘어, 진심으로 내가 하는 일을 ‘사랑’ 했었기 때문이다.

우리 투자사를 포함해서 몇 몇 스타트업들을 방문하면 2008년 뮤직쉐이크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중에 이들이 잘 되어서 더 크고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때, 이 작은 공간과 시작이 그리워 질 정도로 열심히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Merry Christmas every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