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LA에 있고, 우리를 많이 도와주시는 남가주 대표 VC Mark Suster가 해마다 주최하는 Upfront Summit에서 좀처럼 무대에 서지 않아 구경하기 힘든 USV/Fred Wilson의 세션을 엄청 재미있게 봤다. 프레드 윌슨의 글은 거의 매일 읽을 정도로 존경하고 저런 VC가 되고 싶지만 10년 – 15년 후에 과연 나도 저런 통찰력을 자신있게 표현할 수 있는 투자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 인터뷰에는 그런 나의 생각과 바램을 확고하게 해주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못 보신 분들을 위해 Fortune 지의 편집차장인 Dan Primack이 프레드 윌슨을 인터뷰 한 동영상을 여기 삽입한다.
25분 짜리 짧은 동영상이지만 그 안의 내용들은 3년 이상 이 바닥에서 굴러봐야만 경험할 수 있는 그런 주옥같은 내용들이다. 그런데 나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무대 위에서 마치 농담하듯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는 이 두 남자들을 보면서 참으로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Dan Primack은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유능한 글쟁이지만 이렇게 말도 잘 하는지는 처음 알았다. 이 사람이 하는 질문들을 자세히 들어보면 그냥 보통 사람들한테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수준 높은 질문들이다. 그건 물론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서 그렇겠지만, 스스로 많은 연구를 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물인거 같다. 우리나라에는 tech 분야에서 과연 Dan과 같은 기자나 편집장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아직도 미국의 기사들을 읽고 정리하는 수준의 글을 쓰는 기자들과 – 뭐, 솔직히 이 정도만 해도 나쁘지 않다. 본인이 무슨 글을 쓰는지도 모르는 분들이 아직도 많으니까 – 특정 내용에 대해서 무슨 질문을 해야하는지 모르는 기자들이 대부분인게 한국의 현실이다.
솔직히 VC도 마찬가지이다(나를 포함해서). 프레드 윌슨과 같이 본인이 몸 담고 있는 업에 대한 진정한 전문성을 가진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 과연 있을까? 별로 없다. 그렇지 않은 투자자들이 이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고 질문하는거 같지도 않다.
프레드와 댄이 이 무대 위에서 본인들이 하고 싶은 말들을 거침없이 100% 다 하면서도 – 가끔은 욕도 하고 – 전혀 쫄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두 명이 모두 다 스스로의 분야에서는 완전 전문가들이기 때문인거 같다. Upfront Summit은 비글로벌같이 일반 청중들에게 완전히 공개되는 행사가 아니라 초대를 받은 사람들만 참석할 수 있는 행사라서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투자자들이나 창업가들만 온 걸로 알고 있다. 이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자신있게 하고 싶은 말과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래, 바로 저거야” 라는 생각을 하게 할 수 있는 전문가들. 지금 우리한테는 이런 전문가들이 절실히 필요한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