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내가 쓴 글에서 나는 한국 창업가들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바로 영어가 우리의 모국어가 아니라고 했고, 일을 하면 할수록 이걸 실감하고 있다. 그런데 또 한가지의 약점을 집으라고 하면 바로 한국의 ‘교육’ 이라고 하고 싶다. (이 또한 전에 말한 적이 있는데) 한국은 문제점들이 많이 존재하는 나라이다. 이런 문제들은 창업가들한테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이런 각도에서 보면 한국은 창업하기에는 매우 좋은 조건 또한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을 조금 더 깊게 들어가서 보면 미국과 표면적으로는 비슷할지라도 그 정도가 한국이 조금 더 심각하고 해결하기가 어렵다는걸 많이 느낀다.

비슷한 문제라도 그 어려움의 정도가 더 심하다면 그 해결방안도 더 정교해야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그냥 미국의 방식을 맹목적으로 카피하거나, 문제점들의 표면만 긁고 있다는 걸 요새 많이 느끼고 있다. 이런 1차원적인 사고가 실행으로 옮겨지면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반쪽자리 제품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런 제품들은 절대로 오래 살아남을 수가 없다. 고객이 아무리 멍청해도 몇 번 사용해보면 크게 도움이 되지 못 한다는걸 금방 알아채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모든 스타트업이 이런 후진 제품을 만드는건 아니다. 아주 뛰어난 회사들과 창업가들도 많고, 이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환경이 조성되려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아무리 복잡해도 그 문제를 여러개의 작고 덜 복잡한 문제들로 쪼개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면 가장 중요한게 질문을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질문’ 분야에 있어서는 한국은 전세계 꼴등이다. 그 누구도 “왜?” , “어떻게?” 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도 하지 않고, 하면 괜히 사람 귀찮게 한다고 뭐라고 하는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왜 우리는 질문을 하지 않을까?

학자들이 더 잘 알겠지만 한국의 교육, 학교 그리고 선생들의 문제가 크다고 본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우리의 교육은 사회의 모든 현상을 각자의 시각에서 독창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고, 누군가 만들어 놓은 해석을 암기하고 이와 다른 해석은 틀렸다고 생각하게 주입한다. 15년 이상 이런 방식으로 교육을 받다보면 당연히 질문을 할 수도 없고, 해도 안되는 그런 사고방식을 키우게 된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보이면 뭐가 틀렸는지 스스로 질문하면서 정확한 해결책을 찾기 보다는 기존에 내가 배우고 알던 범위 내에서 계속 그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고 그렇게 해서 찾은 해결책은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제공할 수가 없다.

며칠 전에 우연히 EBS 수능 강의를 잠깐 봤다. 물리학이었고 오목/볼록 렌즈에 대한 강의였는데 정말로 까무라치게 놀랐던 건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 그러니까 23년 전 – 배웠던 수업 내용과 동일하는 점이었다. 뭐, 물리학이라는게 변하는 건 아니지만 23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자연의 현상을 주입식으로만 가르치는 걸 보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선생의 말도 거의 똑같았다. “자, 다른 건 다 필요없고 렌즈에 대해서는 이 그림만 외우면 끝!” 선생이 이렇게 마무리를 하는데…그림 하나만 외우면 끝이라는데…누가 질문을 할 것인가.

알파고 때문에 한국이 난리인데, 알파고를 만든 데미스 하사비스같은 인물이 한국에서 나오려면 어릴적부터 질문을 많이 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다행히 내가 일하는 스타트업 분야의 창업가들은 그나마 질문들을 좀 하는 편인데 앞으로 더욱 더 많은 질문들을 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더 잘 파악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