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16일부터 미국에서도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이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고, 시점에 대한 논쟁도 많았지만 이제 미국에서 창업하면 불특정 다수에게 회사의 지분을 주고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자세히 파고 들어가 보면 투자할 수 있는 금액, 투자 받을 수 있는 금액, 등록 과정 등의 세부사항들은 은근히 복잡하지만, 과거에는 특정 다수만이 가지고 있던 ‘특권’을 이제는 우리 옆집 아줌마와 아저씨도 가질 수 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미국보다 더 빨리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 법안을 통과시켜서 우리나라는 2016년 1월 25일부터 일반인들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들을 통해서 스타트업에 지분투자가 가능하게 되었다. 실은 나도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실제 투자자 또는 창업가의 경험은 없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한국과 미국의 캠페인들을 보면서 느낀 점들에 대해서 적어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창업가나 투자자의 입장에서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은 별로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이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2개의 적당히 이름이 알려진 VC들로부터 5억을 투자 받는 거랑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100명의 불특정 다수로부터 각 500만 원씩 투자를 받는 거랑은 차이가 좀 있다. 물론, 다 같은 돈이다. VC한테 받은 5억이랑 일반인들한테 십시일반으로 모은 5억은 똑같은 돈이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이 많으면 cap table이(자본구조표. 즉, 회사의 주주들과 이들의 지분관계를 표시한 도표) 지저분해 지고, 제대로 된 투자자들이라면 이렇게 지분구조가 복잡한 회사에 투자하는 걸 꺼리기 때문에 후속투자 받을 때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회사의 대표이사도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액 주주들을 관리하는데 사용해야 한다. 회사 지분의 0.1%를 가지고 있더라도 주주이며, 법적 의무가 없더라도 이 주주가 회사의 업데이트를 요구하거나, 아니면 뭔가를 부탁하면 무시하는 게 쉽지 않다. 이런 작은 주주들이 수십에서 수백 명이 있다면 – 대부분 그냥 조용하지만, 간혹 회사를 굉장히 귀찮게 하는 주주들도 있다 –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좋지 않다. 모든 스타트업들은 투자자들에게 월별 또는 분기별로 비즈니스 업데이트를 공유한다. 이사회 멤버라면 이사회에 직접 참여도 하지만, 대부분의 주주들은 이메일로 공유받는다. 실은 대표이사의 입장에서 이런 내용을 취합하고 정리하는 게 좀 귀찮고 시간이 드는 일이다. 업데이트를 투자자들과 공유하면, 많은 투자자들은 본인들이 궁금한 부분에 대해서 다시 물어보는데 만약에 위에서 말한 회사의 소액 주주들이 질문을 한 개씩만 해도 100개의 질문이 되고 이로 인해서 스타트업의 업무가 마비될 수도 있다.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서 투자하는 일반인들의 성향도 너무 다양하다. 벤처투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 하는 분야이다.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는 건 대출이 아니라 투자이며, 돈을 날릴 확률이 90% 이상인 고위험 투자이다. 그런데 우리 옆집 아줌마와 아저씨는 이런 투자의 속성에 대해서 잘 모르고, 원금을 언젠가는 회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불특정 다수가 참여할 수 있으므로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는 일반인 중에는 질이 좋지 않은 투자자들도 존재한다. 이건 내가 소문으로 들은 말이라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는 못 했지만, 조폭들도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분들이 투자한 회사가 망해서 돈을 회수하지 못 하면 그 이후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어쩌면 내가 영화를 요새 너무 많이 봤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소액투자자들이 회사에 돈 이외의 그 어떠한 도움이나 부가가치도 줄 수 없다는 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리스크는 존재한다. 내가 한국과 미국의 모든 스타트업을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해에 600개 이상의 회사들을 검토하고, 주위에 좋은 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괜찮은 스타트업이라면 거의 다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지분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등록된 회사들 중 내가 아는 회사들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 회사들이 과연 투자할만한 회사들인지 잘 모르겠다. 실은 투자자로서의 내 입장은,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은 일반 VC들한테 거절을 받아서 도저히 투자를 받지 못 하는 회사들이 마지막으로 시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좀 극단적인 생각이라서 아마도 많은 분들의 비난과 부정적인 댓글이 벌써 걱정된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대로 회사가 전문적인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지분구조를 지저분하게 만들면서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즉, 정상적인 투자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돈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VC 들이 투자를 못 하는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면(예를 들면, 마리화나 재배 또는 도박성 비즈니스) 딱히 옵션이 없는데 미국에서는 이런 비즈니스들이 지분형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진행하는 걸 봤다.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들은 VC 투자를 받는다. 일류 VC 투자를 받는 회사들도 있고, 그렇지 못 하는 회사들도 있겠지만, 좋은 팀원들이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전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주로 이 경쟁에서 밀려난 스타트업들이 지분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가기 때문에 여기에 투자해도 – 특히나 의미있는 지분율이 아닌 소수지분이기 때문에 – 투자자들은 돈을 버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 제도를 통해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스타트업들에게는 자금 조달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홍보를 한다. 겉으로 보면 그럴싸하지만, 실제로는 투자자와 창업가 모두에게 그렇게 장밋빛 플랫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완전공시 – 우리는 한국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의 투자자이다. 텀블벅은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이 아닌 보상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다.
<이미지 출처 = http://knowledge.wharton.upenn.edu/article/promise-perils-equity-crowdfunding/>
아무개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업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댓글을 달지 않을 수 없다.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쓴 글이다. 지금까지 크라우드펀딩을 통하여 투자를 받은 업체와 투자자들을 모욕하는 글이다. 주주가 많아서 관리가 귀찮다고 하는 것은 회사의 미래를 보고 초기에 투자해 준 분들에게 아주 실례가 되는 얘기다. 또 주주가 원금 손실의 가능성도 모른다고 하는 얘기도 크라우펀딩을 통해 투자하는 분들을 무시하는 발언이다. 주주가 많아서 번거로운 부분도 대부분 한국예탁결제원에서 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업체들이 주주들의 도움으로 사업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투자자보다 회사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또 주식이 통일주권이 되면 구주거래에 있어 투자자 보호에 훨씬 유리하다. 지분형에 성공하면 KSM에서 구주거래도 가능하다. 활성화될 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Exit의 창구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다. 또 지분형은 회사의 지분에만 투자하는 것도 아니다. 회사채도 있고, 프로젝트 투자도 있다. 마찬가지로 엔젤과 VC투자를 못받은 분만 크라우드펀딩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VC에게 투자받은 기업들도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한다. 텀블벅을 좋아했던 한 사람으로서 참 안타깝다. 그냥 티켓이나 잘 팔았으면 좋겠다. 부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