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고인이 된 인텔 창업자 앤드루 그로브 관련 책은 개인적으로 모두 즐겨 읽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Only the Paranoid Survive(편집증 환자만이 살아남는다)’이다. 이 책에서 그로브는 비즈니스가 살아남으려면, 좋든 안 좋든 계속 변화해야 하는데, 이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편집증 환자같이 항상 모든 걸 의심하고, 경계하고, 조바심 내야 한다는 걸 강조한다. 물론, 여기서 편집증은 좋은 의미로 사용된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능력 있는 대표이사들은 이런 편집증 환자의 기질을 갖고 사업을 한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사업이 잘 안 되면 말할 것도 없이 위기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하지만, 사업이 너무 잘 될 때에도 힘들 때와 마찬가지로 위기의식과 조바심으로 무장하고 미친 듯이 달린다. 실은, 내 주변에는 사업이 정점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내일 망할 거 같은 자세로 긴장하면서 비즈니스 하시는 분들이 있다. 이들은 통장에 현금이 넘쳐 흐르지만, 곧 자금이 소진될듯한 자세로 투자자들한테 절실하게 피칭하고,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곧 고객이 떠날 거 같은 자세로 영업하고, 아직 발생하지 않은 위기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면서, 이런 위기에 대비할 계획을 만들고 있다.
우리 속담에 건강도 건강할 때 챙겨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건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거 같다. 회사가 잘 될 때 정신 바짝 차리고, 모든 걸 A부터 Z까지 하나씩 다시 짚으면서 기초를 탄탄히 하고,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계속 점검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뭔가 적신호가 잡히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다시 갈 수 있게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갑자기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지거나, 고객들이 우르르 떠나가기 시작하면, 이때 잘못된 걸 고치려면 이미 늦었다. 모든 질병은 예방이 최고이고, 그다음이 조기 치료인데,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예방과 조기 치료가 가능하게 하려면, 사업이 가장 잘 될 때 내일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면서 일해야 한다.
나도 가끔, 굳이 저런 강박관념을 가지면서 사업을 해야 할까 하는 질문을 하지만,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는, 너무나 빨리 변하는 분야라서, 스타트업에 발을 담갔다면 이런 끝나지 않는 달리기 시합을 계속 해야 한다. 안 그러면 그 순간 모든 게 끝난다.
<이미지 출처 = DeviantArt>
장웅
배기홍 대표님께서 언급하신 앤드루 그루브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지신 분은 국민도서관 책꽂이에서 빌려보시면 되겠습니다. http://www.bookoob.co.kr/9788947524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