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창업하는 분이나, 몇 번 해 본 분이나, 투자자를 만나면 흔히 듣는 말이 있다. 바로, 경험이 없고, 너무 모르고, 미숙하다는 이야기다. 실은, 나도 창업가들한테 미숙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던 거 같다. 내가 보기엔 말도 안 되고, 절대로 성공할 수 없을 거 같은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젊은 창업가들한테 이런 말을 많이 했다.
그런데 나도 경험이 조금씩 생기고, 내가 미숙하다고 했던 팀이 상상치 못한 방향에서 큰 비즈니스를 만드는걸 여러 번 보면서 요새 드는 생각은, 이 미숙함이야말로 창업가의 가장 큰 자산이자 에너지의 근원이 아닌가 싶다. 어떻게 보면, 멍청할 정도로 순진하고 미숙한 창업가들이야말로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수십 년 동안 바뀌지 않거나 풀리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실은 우리가 아는 모든 기존 산업에서는 나이와 성공의 확률이 선형적으로 같이 커진다. 즉, 대기업에 입사해서, 큰 사고 안 치면, 나이가 들수록 위치는 높아지고, 이게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된다. 시간이 흐르면, 나이를 먹으면서, 지위가 높아지고, 경험이 많아지고, 성공의 확률은 높아진다. 대기업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보면, 수십 년 동안 이 회사에서 경험을 축적하면서 승진한 나이 드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하지만, 스타트업은 좀 다르다. 여기는 나이와 성공의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유일한 세상이다. 한국만 봐도, 스타트업 먹이사슬 꼭대기에는 경험이 없는 ‘미숙한’ 젊은 친구들이 많다. 경험 많은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원래 그런 거’에 대해서 미숙한 창업가는 모든 걸 의심하고 질문한다. 이들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전통적이고 당연한 사고방식에 찌들지 않았고, 미숙하기 때문에 과거의 방식을 탈피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힘든 과정이고, 이 과정에서 대부분 실패하지만, 운이 억세게 좋으면 그 누구도 찾지 못 했던, 완전히 새로운 해답을 찾는다.
헨리 포드가 말했다 “Most people spend more time and energy going around problems than in trying to solve them(많은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돌아가는데/비껴가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나이 많고 경험이 많은 사람은 대부분 문제를 돌아가려고 하지만, 미숙하고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고 한다. 그만큼 에너지가 많고, 낡은 사상에 물들여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미숙한 사고방식을 모든 분야에 적용한다고 무조건 큰 비즈니스가 되는 건 아니다. 단순히 ‘xx를 위한 우버’ 또는 ‘xx를 위한 에어비앤비’가 아닌, 부동산, 헬스케어, 공공, 운송 등 오랫동안 변화가 없던 산업에 이런 생각을 적용하면 완전히 새로운 해답을 찾을 확률이 높다. 물론, 그만큼 힘들다.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동안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변화의 기회를 찾으려면 정말 많은 산과 강을 넘어야 하지만, 하게 된다면 그 보상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김영애
그런데 한가지 항상 아쉽고 궁금한 점이 있다면 스타트업은 젊은 사람만 하는거 아니지 않나요? 의례히 스타트업하면 젊은이들을 떠올리시는데, 나이에 상관없이 항상 새로운 기술에 얼리어답터이고 열정이 있으면 되는게 아닌가요? 저는 왜 스타트업=젊은이, 미숙함 인지 모르겠어요..
Kihong Bae
말씀하신게 다 맞습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항상 새로운걸 도전하면 되는데요, 이게 나이가 들면 참 쉽지 않다는걸 매일 느낍니다.
김강모
나이가 들수록 챙겨야 할 사람도 많아지고 잡생각도 많아져서 몰입하기 힘든거 사실입니다. 오죽하면 조훈현씨는 고수의 생각법 책에서 핸드폰을 아예 안만들었다고 했을까요? 이렇게 처절하게 집중하려는 사람들 빼고 대부분은 나이의 영향을 받습니다.
Mr_FriAng
미숙함의 원형이 스타트업이고, “미숙함의 모양”이 스타트업이고 또한 스타트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겠지요. 나이듦이란, 또는 “뭔가 앎”이란 무모함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고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자본의 문제만이 아니라 어떤 계기, 어떤 지형, 어떤 인연, 이 모든게 스타트업에 주어진 운명일 것입니다. 그 운명에 판단할 수 있는 것은 계속 나아갈 수 있을 것이냐? 그것 하나 뿐입니다. 낙관도 비관도 당연 금물이겠고,,,,, 사람이 하는 일에서 엄밀한 의미에서 객관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의 고민이 있고 그 고민의 비중이 클 것입니다. 그것도 운명일 것입니다.
사업의 성공이란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계속 할 수 있는냐로 판단한다면 좀은 편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 자 남깁니다. 물론 시간이 문제이겠지만……….^^
Kihong Bae
네,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몇 번 읽어봤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